환경특집

원자력이 싸다? 고의적 계산실수!

2011.06.21

폐로 후 처리비용, 사고 보상비용 고려하지 않은 가격은 무의미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Ⅱ ‘원자력이냐, 신재생에너지냐’

핵발전의 경제성 부분은 특유의 복잡성으로 인해 핵발전이 시작된 이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핵발전의 경제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건설과 운영 비용, 연료 비용만을 계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른 발전소와 달리 핵발전소는 폐로 이후 발전소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핵폐기물이 된다. 나라마다 다른 기술수준, 원자로의 종류, 안전에 대한 법적 규제 정도, 인건비, 보험료와 각종 공사 비용이 다르게 계산된다. 폐로의 경험이 없을 경우 애초 추정했던 예산이 추가되는 사례가 많고, 안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건설·운영·폐로 비용이 추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핵발전소가 국가 소유일 경우에는 각종 비용이 지출되더라도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후쿠시마 사건이 난 후 한 달 뒤인 지난 4월 11일, 도쿄전력 사장 마사타 카 시미즈(가운데 파란 점퍼 왼쪽)가 일본 정부 관료와 만난 뒤 언론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 사건이 난 후 한 달 뒤인 지난 4월 11일, 도쿄전력 사장 마사타 카 시미즈(가운데 파란 점퍼 왼쪽)가 일본 정부 관료와 만난 뒤 언론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전원가 공개 안 해 평가 불가능
우리나라의 경우 이 평가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정부와 전력을 생산하는 한국전력이 발전원가의 상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물론 발전원가 전체는 공개하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기의 단가는 ㎾h당 66.47원으로 이 중 가장 싼 에너지는 핵발전(35.64원)이다. 이 다음으로 석탄(60.31원), 수력(109.37원), LNG(153.06원)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공개되는 내용은 거기까지다. 어떤 계산방식을 통해서 이 단가가 나오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공개된 내용이 없다.

가장 큰 쟁점이 되는 것은 핵발전소의 사후처리 비용이다. 폐쇄와 함께 거대한 핵폐기물로 변하는 핵발전소는 최소 10만~100만년을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부터 장갑, 작업복 등 상대적으로 방사능 준위가 낮은 중저준위핵폐기물이 모인 집합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발전소 폐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핵발전소의 사후처리 비용은 방사성 물질 제거 및 철거 비용,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비용,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비용으로 나뉜다. 방사성 물질 제거도 방사능 준위에 따라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시간을 두고 열과 방사능 준위가 낮아지면 작업에 들어가는 것까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2000년 가동을 중지한 체르노빌 3호기의 경우, 폐쇄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핵연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핵발전소 운영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다 쓰고 남은 사용후핵연료지만 그만큼 방사능 준위가 높기 때문에 바로 제거 작업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발전소의 원자로형에 따라 최대 10배 정도의 해체 비용 차이가 발생하기도 하고, 같은 원자로형이라 할지라도 해체 공법, 폐기물의 분류기준, 작업방식 등에 따라 비용이 ±60%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단 한 기의 상업용 핵발전소도 폐쇄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전기요금 계산에 설사 핵발전소 폐쇄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할지라도 실제 비용과 현재의 추산 비용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특히 고리 1호기 등 초창기 핵발전소는 건설 과정이 해외 건설업체에 의한 턴키(Turnkey·일괄수주계약) 방식으로 건설되어 건설 당시 설계도를 갖고 있지 않고 사후 작성한 설계도면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해체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소 폐쇄 경험 없어 비용 낮게 추산
현재 법률상 핵발전소 해체 비용은 발전소 1기당 3251억원으로 추정되어 있지만 실제 비용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추정된 해체 비용은 2003년 말을 기준으로 책정되어 있을 뿐더러 아직 해체 기준이나 방식, 시기 등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정되었기 때문에 너무 낮게 책정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해체 비용이 별도로 모아져 있지 않고 장부상의 부채로만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2006년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사후처리충당금 중 6874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등 핵폐기물 처분 비용과 핵발전소 폐쇄 비용이 잘못 관리되고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당시 지적에 따라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은 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측이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기금으로 관리하게 되었지만, 핵발전소 폐쇄 비용은 아직까지도 한국수력원자력의 장부상 금액으로만 남아 있다.

지난 5월 22일 스위스 취리히 인근 데팅겐에서 열린 반핵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핵발전-노생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2일 스위스 취리히 인근 데팅겐에서 열린 반핵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핵발전-노생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감사원의 지적이 있기 전까지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이 기금은 장부상 금액이 아니라, 언제라도 내놓을 수 있는 돈이라며 큰소리를 쳐 왔다. 하지만 막상 2008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을 만들 때에는 이 금액을 한꺼번에 내놓을 경우 부담이 크다며 5년 거치 15년 분할 상환의 조건을 달아 내놓은 바 있다. 따라서 실제 핵발전소 폐쇄에 들어가는 돈도 지금처럼 미리 적립해놓지 않고, 추정 금액보다 커질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비용을 충당할 가능성까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핵발전소 폐쇄를 해본 경험이 있는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가장 대표적인 분석 사례로 2003년 MIT 연구진이 내놓은 ‘핵발전의 미래(The Future of Nuclear Power)’를 들 수 있다. 2003년 발표 이후 2009년 한 차례 업데이트되기도 한 이 보고서는 국내외 핵산업계에서 기후변화시대에 대응하는 핵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많이 언급하는 자료다. 이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단지 핵발전의 당위성을 강조하지 않고 기후변화시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핵발전의 필요성과 극복과제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기후변화시대 핵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 보고서의 첫 번째 극복과제가 ‘비용’이라는 것이다. 2003년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각종 분석을 통해 핵발전(6.7¢/㎾h)이 석탄(4.3¢/㎾h)이나 가스복합발전(4.1¢/㎾h)에 비해 비싸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2009년 보고서에서 조금 더 업데이트되었으나 순위가 바뀌지는 않았다.(핵발전 - 8.4¢/㎾h, 석탄 - 6.2¢/㎾h, 가스복합발전 - 6.5¢/㎾h) 물론 핵발전을 활성화하기 위해 탄소세 도입과 같은 규제를 추가할 경우 핵발전의 경쟁력은 상승하게 된다며 각국 정부에게 이를 권고하고 있다. 연료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화석연료에 비해 경제적이라는 국내 핵산업계의 주장과는 다른 연구 결과다.

이런 연구는 여러 군데서 찾을 수 있다. 국가별 발전비용 차이를 비교한 2005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가스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독일, 체코 등의 경우 가스화력발전이 원자력발전에 비해 더 비싸다. 하지만 미국, 독일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이 핵발전에 비해 더 저렴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석탄 수입국인 우리나라도 핵발전이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0.38$/㎿h 정도의 이점밖에 갖고 있지 않다.

MIT, 핵발전 우선 극복과제는 ‘비용’
핵산업은 특혜 속에서 성장한 점도 계산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초창기 핵산업은 국가과학기술 진흥과 군사적인 목적에 의해 지원됐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매년 2500억원 정도의 국가 예산이 원자력 연구·개발에 지출되고 있다. 1988년에서 2007년까지 20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전체에 투입된 연구·개발 비용이 5500억원 규모임을 생각할 때 매우 큰 액수다.

이외에도 핵산업이 받고 있는 특혜는 다양하다. 매년 전기요금의 3.7%인 전력기금에서 100억원 정도의 금액을 오로지 ‘원자력에너지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원자력문화재단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수출주력산업과 그린에너지로 선정되어 보다 집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보듯 사고 피해까지 포함할 경우 핵발전의 경제성은 훨씬 더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메릴린치 증권은 향후 2년간 후쿠시마 핵사고로 인해 도쿄전력이 부담할 손해보상금액이 11조 엔(약 14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후쿠시마 핵사고의 수습비용이 20조 엔(27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았다. 보통의 사고라면 이는 모두 발전회사인 도쿄전력의 비용으로 계산되겠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최소한의 부분만 발전회사가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는 세금을 내는 국민의 몫이다. 민간회사들이 핵발전을 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특혜를 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고에 대비한 손해보험이나 기금을 준비하는 등의 비용은 전기요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후쿠시마 오염수 비상, 천문학적 처리 비용 든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문제를 보도한 6월 3일자 아사히신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문제를 보도한 6월 3일자 아사히신문.

사투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은 현재진행형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매일 ‘파국’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현재 당면한 이슈는 ‘비’다. 5월 말에 내린 100㎜가 넘는 폭우로 후쿠시마 원전 내부에 고인 오염수 수위가 50㎜ 이상 상승했다. 더 큰 문제는 곧 닥칠 장마다. 미국과 프랑스 기술진의 도움으로 현재 짓고 있는 고농도 오염수 정화시설은 아무리 일러도 6월 15일께나 가동에 들어갈 수 있다. 설혹 장맛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6월 20일이면 오염수가 넘쳐 다시 밖으로 흘러나올 수 있을 것으로 도쿄전력은 전망했다. 도쿄전력이 6월 3일 발표한 후쿠시마 원전 내에 고여 있는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는 5월 말 현재 10만5100톤. 방사선량은 72만 테라베크렐에 달한다. 이 방사선량은 이번 사고로 대기에 방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37만~63만 테라베크렐을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오염수 처리는 미 큐리온사와 프랑스 아레바사의 기술로 방사성 세슘과 기타 방사성 물질을 흡착·침전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본 일간지 아사히신문의 6월 4일자 보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오염수 25만톤을 처리하는 데 531억 엔이 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얼마 전 한 일본 중견 언론인을 만나 들은 바로는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건에서 처리해야 하는 오염수의 총량이 약 40만톤으로 추산되며, 프랑스 기술진이 제시한 처리비용은 톤당 1억엔이었다”며 “결국 다 처리하는 데는 40조 엔이 든다는 것인데, 이것은 도쿄전력 8년 매출액과 맞먹는 규모”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재앙’ 발생에 따른 천문학적 처리비용은 기존 원자력 발전단가 계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