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핵없는 세상’생각의 전환

백철 기자
2011.06.21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핵발전소 후보 지역 여론 달라졌다

지난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출범식이 열렸다. 공동행동에는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기존 환경운동단체와 진보정당, 학생운동단체, 노동단체, 교사단체들도 참가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 지역에서 반원전 투쟁에 나서고 있는 인사들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달라진 지역 여론을 전했다.

9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출범식에서 참가자들이 재생에너지로 핵에너지를 쓰러뜨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9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출범식에서 참가자들이 재생에너지로 핵에너지를 쓰러뜨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이광우 삼척 핵발전소 유치 백지화 투쟁위원회 정책실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찬성이 높던 지역 여론이 반대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삼척 주민들은 20년 전 강력한 원전 건설 저지투쟁에 나선 적이 있다. 1991년 정부는 삼척지역을 신규원전 부지 후보지로 선정했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2년 만에 원전 계획이 철회됐다. 1999년 삼척 주민들은 ‘우리의 반핵 의지를 후손에 계승한다’는 문구가 담긴 원전 백지화 기념탑을 세웠다.

경제보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인식 확산
작년 말 삼척시가 원전 유치를 시작했을 때는 예전과 같은 대규모 집회는 없었다. 실제 원전이 들어설 근덕면을 제외한 삼척 시내에는 원전 유치 찬성 현수막이 수백여개 들어섰다. 시의회에서 원전 유치 신청안이 통과될 때 이렇다 할 집회 한 번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인 3월 29일 여론조사기관 더 플랜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삼척에서 원전 유치 반대 여론은 57%로, 찬성보다 20%포인트가량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원전 유치를 주장했던 엄기영 당시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마저 원전 유치 반대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 실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주민들 사이에 경제논리보다 안전하게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김영식 영덕 핵발전소 유치 백지화 위원회 공동대표는 “핵발전소 반대가 곧 지역발전 저해라는 등식이 있었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이런 인식이 상당히 없어졌다”고 말했다. 애초 영덕지역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군 차원에서 원자력 관련시설 유치를 하지 못할 정도로 지역에서의 원자력에너지 반대 여론이 높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영덕·경주 등 4개 지역이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 경쟁을 시작한 이후 원자력 반대 여론이 급격히 약화됐다. 방폐장 부지가 경주로 확정되면서 3000억원이라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지역 환경단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작년 말 영덕군이 원전 유치를 시작했을 때 지역에서 조직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아예 없을 정도였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에 뒤이은 과학벨트, 신공항 논란 이후 영덕군민들의 원전 반대 여론이 살아났다. 5월 20일에는 영덕 핵발전소 유치 백지화 위원회가 결성됐다. 김 대표는 “지역 정치인들과 군민들이 혐오시설인 원전 유치를 하려는데 왜 과학벨트를 주지 않느냐고 불만이 많다. 특히 젊은층이나 어린 자식을 둔 학부모를 중심으로 원전 반대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일본원전비상대책위원장은 지역에서의 원전 반대 목소리를 ‘우리 동네에는 안 된다’는 지역이기주의로 봐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후쿠시마 사고는 우리에게 원전이 본질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를 줬다”며 “필요하지도 않고, 지역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원전을 설치하려는 것은 특정 세력의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냐”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제 ‘우리 동네만 아니면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나라와 전 지구의 미래를 위해 핵에너지를 폐기하자’는 방향의 운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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