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태양광, 신성장동력으로 각광

2011.06.21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현황과 과제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Ⅱ ‘원자력이냐, 신재생에너지냐’

재생에너지는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을 사용하며 환경친화적인 분산형 에너지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인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은 이미 규모 면에서 IT를 넘어서고 있다. 사진은 강원 태백시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와 주변 전경이다. |김석구 기자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은 이미 규모 면에서 IT를 넘어서고 있다. 사진은 강원 태백시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와 주변 전경이다. |김석구 기자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에 고심하는 인류에게 재생에너지는 이제 전 지구적인 화두가 되었다. 더군다나 재생에너지는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대처하는 수단 외에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과 성장동력을 제공하는 산업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그림1>에서 보듯이 산업규모 측면에서 2009년에 1620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며 이미 메모리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 규모를 제쳤다. 2020년에는 1조 달러 가까운 시장을 형성하면서 현재의 자동차 시장과 비슷한 규모를 가진 산업으로 떠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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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은 이와 같은 거대한 산업을 놓치지 않으려고 적극적인 투자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새로운 수종산업에 목말라 하는 우리나라 역시 이 레이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작년 10월 13일에 정부는 201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세계 5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발표했으며 이를 위해 2015년까지 정부 예산 7조원에 민간 부문에서 33조원이 투자되면서 총 40조원이 쓰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3년간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매출이 6.5배, 수출은 6배, 민간투자는 5배가 늘어나면서 짧은 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태양광산업이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주도하기 시작한 태양광산업은 작년에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체 매출의 72%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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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LCD, 조선, 자동차 등 대표적인 수종산업이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성장했듯이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산업 수출실적의 99.9%는 태양광산업과 풍력산업에서 나온다. 그 중 태양광산업은 작년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전체 수출액의 83%를 차지하며 신성장동력산업으로서의 잠재능력과 가치를 보다 확실하게 보여줬다. 투자금액 측면에서도 태양광산업은 작년 전체 투자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대표주자임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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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UAE 원전사업을 수주하면서 원자력산업이 새로운 수출산업인 양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산업만 가지고 비교해도 이미 태양광산업의 수출액은 원전 수출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UAE에 원전을 수출하며 거둔 수주액은 400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문제가 되었던 수출 지급보증문제나 파병비용을 제외하고 이 수주액만 가지고 비교해도 연간 수출효과는 이미 태양광산업이 훨씬 앞서 있다.

UAE 원전 수출의 경우 제조분야만 계산할 때 연간 수출규모는 20억 달러이다. 여기에 원전을 30년간 운전하며 운영비용 수익을 거둔다고 계산할 때 연간 수주효과는 27억 달러이다. 그러나 태양광산업은 이미 작년 한 해에 37억 달러가 넘는 규모를 수출했고 향후 더 가파르게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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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여러 산업적인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태양광산업을 중심으로 고속성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 많은 기업들이 더 큰 규모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제공하는 새로운 산업과 에너지 패러다임에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앞길에 장밋빛만 서려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에게도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매력적인 투자대상이자 성장산업인 까닭에 산업의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한 예로 투자규모를 비교해 볼 수 있다. 미국의 퓨 채리터블 트러스트(Pew Charitable Trusts) 발표내용을 보면 중국은 2009년에 청정재생에너지 분야에 346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청정에너지 투자국가로 떠올랐다. 이어 2010년에도 544억 달러를 투자하며 독일(412억 달러), 미국(340억 달러), 이탈리아(139억 달러) 등을 따돌리고 세계 최대의 신재생에너지 투자국가라는 위치를 견고하게 다졌다. 우리나라가 야심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2015년까지 투자하려는 금액이 민·관 합쳐서 약 370억 달러(40조 원)인데 중국의 작년 한 해 투자액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태양광산업의 경우 이미 중국의 세계 최대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며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아직 독일, 일본 등의 선도국가에 못 미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을 겹겹이 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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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산들을 넘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기술산업임을 인식해야 한다. 기술적 진보 없이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강력한 비용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서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원가절감과 프리미엄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기술 측면에서는 생산성 향상기술, 원가절감을 위한 공정개선이나 재료절감 기술, 에너지 전환효율 상승 기술에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고 부품과 소재 및 장비의 국산화도 달성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유관산업이 잘 발달되어 있다는 강점이 있다. 태양광산업의 경우 그 공정이나 제반 기술이 유사한 반도체, LCD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선도국가이다. 이들 유관산업을 통해 닦은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적 성과를 낼 수 있다. 풍력산업도 조선산업이나 기계산업에서 쌓은 풍부한 자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보다 빠르게 기술적 성취를 할 수 있다.

한편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벌어지는 규모의 경제력 싸움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분야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수준의 생산용량을 확보한 분야도 있지만 상당수의 분야에서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에서 글로벌 무대에 아직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산업의 예를 들면 작년에 우리나라 모든 업체들의 셀 생산용량을 합쳐도 중국의 JA Solar라는 한 업체의 셀 생산용량에도 못 미쳤다. 이렇게 규모도 키우면서 동시에 질도 높여 브랜드 파워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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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반도체, 조선, LCD 등의 분야에서 확고한 브랜드 파워로 글로벌 무대를 지배하듯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도 이런 브랜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협업체제도 보다 효과적으로 형성해야 한다. 경쟁이 가열되면서 상대적으로 중소기업들이나 후발주자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항공모함 선단에는 대형 항공모함과 순양함 외에도 다양한 크기의 지원 군함이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기업들도 바로 이러한 항공모함 선단모형을 따라야 한다. 즉, 대기업이 모함(母艦)역할을 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에 앞장서 주고 중소기업은 이 모함의 지원 군함 역할을 하면서 함께 전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면서 해외시장을 개척해내고 수직계열화를 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과의 공조체제를 보장받으면서 동시에 부족한 자본능력이나 수직계열화 능력을 수평적인 협업체제로 극복해야 한다.

정책적인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정책적 지원은 전투에서의 지원 포사격과 같다. 제대로 전투를 하기 위해서는 지원 포사격이 적어도 상대방에 비해 떨어지면 안 된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각국은 투자경쟁 외에도 정책적인 대결도 펼치고 있다.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성장이면에는 대규모 투자나 비용경쟁력 외에 중국정부의 다양한 정책지원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금융, 투자, 기반조성, 인증, 세제 등의 각 정책 분야에서 적어도 경쟁국가에는 뒤지지 않는 지원기반이 형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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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산업의 성장과 국내 보급의 활성화를 병행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강국인 독일이 산업성장과 국내보급을 동시에 진행하며 산업을 키웠음을 상기해야 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현황은 산업규모에 비해 너무 미약하다. 독일은 이미 작년에 전체 발전량의 17%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했으며 덴마크는 작년 전체 발전량의 20%를 풍력발전으로 공급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총 발전량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되고 있다. 국내보급의 활성화는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여러 메리트가 있다. 해외시장의 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버퍼를 확보해 줄뿐더러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신인도(track record)를 높일 수 있다.

지난 5월말에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관련된 기사들이 연일 신문지면을 채웠다. 넘쳐나던 그의 방중기사 가운데 눈길을 끈 조그만 대목이 하나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장쑤성을 방문하며 징아오 태양열유한공사라는 업체를 견학했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JA Solar라는 태양광 업체를 방문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위치를 환기해 주는 대목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산업적으로도 이미 커다란 물결을 만들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만드는 물결은 우리가 21세기에 진입하며 경험한 IT산업의 물결을 산업규모면에서 뛰어넘고 있다. 우리가 이런 물결을 타고 전진할지 아니면 물결 속에서 허우적거릴지 향후 수년 내에 판가름 날 것이다.

이성호<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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