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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상징 정치분야 노무현 전 대통령

2008.09.23

‘풀뿌리 정치’ 새로운 패러다임 개척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고별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고별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정권 5년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정치실험’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노무현의 정치실험’은 21세기적 현상, 21세기적 패러다임의 시도였다. 그가 취임사에서 던진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메시지는 한국 정치사에서 새로운 정치 리더십의 개막을 예고했다.

20세기 한국 정치에서 일관되게 추구한 가치는 민주화였다. 무소불위의 독재정권에 맞선 정치적 자유화 투쟁에는 권위적인 야당 지도자가 필요했다. 그를 추종하는 인사나 세력이 곧 정당을 구성했다. 정권교체 역시 지도자를 추종하는 세력의 교체에 불과했다. 그들은 정치 엘리트로 국민 위에 군림했다. 권위주의적 정치가 20세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등장은 달랐다. 시민과 풀뿌리가 나섰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이 노란 띠를 두르고, 촛불을 들고 나섰다. 선거자금을 후원하기 위해 돼지저금통도 털었다. 일부에서 ‘노무현의 홍위병’이라고 폄훼했지만 분명 새로운 정치문화였다. 정치 패러다임이 엘리트 정치에서 풀뿌리 정치로 옮겨간 것이다. 바야흐로 권위주의적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진정한 의미의 참여민주주의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참여’를 표방한 노무현 정부의 등장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대의’에서 ‘참여’로 도약시킨 중요한 사건이다.

특히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현대적 의미의 정치적 무관심을 넘어 비(非) 정치, 몰(沒) 정치와 확연히 다른 정치 현상, 정치 패러다임을 만든 것이다. 사실 참여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고 첫번째 조건이다. 수백 년간 발전하던 민주주의 제도는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그 제도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동원정치가 횡행하던 시대에 금력과 권위를 사용하지 않고 정치에 대한 자발적 참여를 유발했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민주주의로 만들어진 노무현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의 기득권 포기로 나타났다. 그의 대통령 재임 시절 역시 권위주의나패권적 정치 행태와 차원이 달랐다. 스스로 “대통령 못 해먹겠다” “그만두겠다”는 발언에서 보듯이 노무현 패러다임은 권력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과거와 전혀 다른 권력자 아닌 권력자상을 만든 것이다.

이런 바탕에서 이뤄진 분권형 총리제 도입, 당정 분리, 권력기관과 거리두기 등도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리더십이다. 전자정부를 통해 정부와 국민이 소통하고 사회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연결됐다. 이런 토양에서 다양한 시민단체가 성장했다. 이들은 여론을 흡입하는 창구로 무기력한 정당의 기능을 일부 대신했다. 하지만 기존 정당을 백안시하고 시민단체가 정부화한 현상은 책임정치의 부재 문제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당이나 권력기관·기업 등 과거의 권력 속성에 익숙한 조직이나 사람으로부터 노무현식 리더십은 포퓰리즘의 극치라고 비판받았다. 포퓰리즘의 상징과 조작으로 젊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출현은 확실히 과거와 다른 리더십의 등장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노무현 리더십은 ‘20세기 막차’라고 부르기에는 넘치고 ‘21세기의 첫차’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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