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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온난화, 인류의 큰 숙제로 등장

2008.09.23

21세기 상징 환경분야 기후변화

인류 역사는 시대마다 위기가 있었다. 미·소 냉전이 한창 진행되던 20세기 후반 인류는 핵겨울(nuclear winter)을 염려한 적이 있다. 핵겨울은 미국의 과학자 칼 세이건이 1980년대 초에 제기한 인류 종말의 시나리오로 냉전의 두 축인 미국과 소련 간에 핵전쟁이 일어나 대량의 핵무기가 사용되고 결국은 하늘을 덮을 핵구름이 햇볕을 차단함으로써 지구 기온이 급격히 낮아져 전 세계가 극지방과 같이 얼어붙는 빙하기를 맞을 것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1990년대 초 동구권이 무너지고 동서냉전체제가 해체됨에 따라 인류는 핵전쟁을 피할 수 있었고 따라서 핵겨울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21세기의 인류는 핵겨울 대신 탄소 여름(carbon summer)을 두려워하게 됐다. 탄소여름이란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2007년 12월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에서 사용한 말로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를 의미한다. 인류가 땅속에 묻힌 화석연료를 꺼내어 사용함으로써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로 기후가 변화한다는 예측이다.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협력이 채택될 당시만 해도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는 가설에 대한 회의론이 과학계에서조차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교토의정서를 거부했던 미국 정부도 2005년 화석연료 사용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임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과학의 발달로 인해 남극 빙하 속의 공기 기포 분석과 인공위성으로 측정해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후변화의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2007년 측정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81ppm으로 공기 입자 100만 개 중 이산화탄소 분자가 381개라는 뜻이다. 인류가 땅속에 묻힌 화석연료를 쓰면서 산업혁명 당시(280ppm)보다 농도를 36%나 올려놓은 것이다.

대한민국 특산품 지도까지 바꿔
특히 전 세계 110여 개국의 과학자와 전문가 2000여 명으로 구성된 유엔산하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IPCC)’가 2007년 2월 내놓은 제4차 보고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추세로 간다면 2100년 안에 지구의 평균 기온은 최소 섭씨 1.8℃에서 최고 4℃까지 상승하고, 바다 수위는 18~58㎝높아질 수 있다.

실제 최근에 북극에 빙하가 녹아 없어져 뱃길이 열렸다. 세계에서 가장 두껍고 견고한 북극 빙하가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린 것이다. 호주 북동부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투발루도 해수면의 상승으로 바다에 잠기고 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기후변화가 최근 세계의 가장 중심적인 화두로 떠올랐다”면서 “우리 생활 주변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기후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역 특산품의 지도가 바뀐 것이 그 예다. 과거 교과서에서 배웠던 ▲대구 사과 ▲제주 한라봉 ▲입장(천안) 포도 등의 주산지는 이제 옛말이 됐다. 기후변화에 따라 이들의 주산지가 북상했다. 사과는 영월, 한라봉은 나주, 포도는 가평으로 주산지가 바뀌었다.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히는 어종도 예전에 알고 있던 상식은 더 이상 상식이 아니다. 동해안에서는 명태가 사라진 지 오래됐고, 조기와 꽃게로 유명한 서해안에서는 난대성 어종인 오징어와 멸치가 더 많이 잡힌다. 이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 기온의 상승 때문이다. 이 같은 농작물 재배 한계선의 북상과 연근해 어족의 변화는 한반도가 기후변화의 직접 영향권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또한 기후변화에 의한 재앙도 발생하고 있다. 여름철만 되면 폭염으로 사망하는 사망자 수가 갈수록 늘고 있으며 대규모 자연재해도 발생하고 있다. 매미·루사 등 해마다 대형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수백 명의 사상자와 수만 명의 이재민, 수조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또 사라졌던 말라리아와 콜레라를 비롯해 각종 기후변화와 관련한 전염병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 평균 기온이 지난 100년 동안 0.74℃ 오르는 사이에 한반도는 그 두 배인 1.5℃나 상승했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서울·울산과 같은 대도시는 또 그 두배인 3℃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에서는 세계 평균 기온보다 2~4배 빠른 속도로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한국은 ‘포스트 2012(또는 포스트 교토)’ 체제에서 온실가스 의무 감축 대상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확실해짐에 따라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다. 1997년 교토의정서를 채택할 당시 한국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의무감축국가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한국은 ‘포스트 교토’ 체제에서는 온실가스 의무 감축대상국으로 포함될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여 에너지 안보 강화와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은 태양광, 덴마크·스페인은 풍력 그리고 중국·인도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2012년까지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분야 시장은 15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은 태양광과 풍력, 연료전지 등 3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5년 안에 세계 3대 재생에너지 기업을 육성하고, 새만금에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시범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체 에너지 공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27%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태양광 분야에서 태양전지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상용화했으며, 풍력 분야에서는 750㎾급 풍력발전기를 개발·상품화했다. 하지만 태양열·바이오 디젤·지열 분야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에너지 절약 등 생활패턴 변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미국을 대표하는 GE(제너럴일렉트릭)의 경우 생태라는 의미의 에콜로지(ecology)와 상상력이라는 뜻의 이미지네이션(imagination)을 결합해 애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면서 “이러한 정책을 통해 국제 환경 규제에도 대응하고 풍력 터빈, 고효율 엔진, 고연비의 기관 등에서 에너지 저감 효과를 높이는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라는 아이콘은 실제 우리의 생활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난방온도를 1℃ 낮추고, 냉방온도는 1℃ 높이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플러그 뽑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텔레비전·라디오·오디오 등 전자제품들에서 플러그를 뽑아두면 전기 소비량의 10%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만 가구가 대기전력을 절반으로 줄인다면 매년 15만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중요한 것은 국민이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어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 생활을 실천하는 것”이라면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여러 가지 활동도 에코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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