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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상징 경제분야 비정규직 노동자

2008.09.23

“20대 95%가 88만원 세대 될 것”

88만원 세대인 황모(24)씨가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88만원 세대인 황모(24)씨가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번이 100번째 이력서예요. 기업체에서는 매번 연락해준다고 하고선 연락이 안 와요.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해요.”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우리 시대 20대들은 이제 미취업에 대한 분노를 넘어 체념의 단계로 접어든 듯하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앞으로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 임금인 119만 원에 20대 급여의 평균 비율 74%를 곱한 수치로 탄생한 말이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에는 지금 20대의 5% 정도만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공사, 그리고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과 같은 ‘탄탄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비참한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현실의식이 깔려 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을 “40대와 50대의 남자가 주축이 된 한국 경제의 주도세력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형국”이라고 극단적으로 묘사했다. 우 교수는 “20대가 경제적 활동의 맨 밑바닥에서 생산과 유통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늦은 세대 독립과 경험 부족, 강요된 승자독식 게임으로 인한 획일성으로 앞으로 미래는 암울하다”라고 진단했다.

이들보다 이전 세대인 386세대는 대학만 나오면 어느 정도 평생직장이 보장됐다.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일자리는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학연수에 사회봉사활동, 인턴 경력까지 있어도 기성 세대가 버티는 자리를 20대가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비정규직이 전면화된 현 시점에서 ‘고졸 출신 20대’의 취업은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정도다. 성장만 추구하는 한국 경제는 잘 나가는 2%가 98%를 먹여살리는 기형 구조를 숭배하고 있다. 지금의 10대와 20대는 기껏해야 주유소나 편의점을 떠도는 ‘알바 인생’이거나 비정규직 신세다. 이런 현상은 일본의 ‘버블 세대’, 유럽의 ‘1000유로 세대’, 미국의 ‘빈털터리 세대’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훨씬 빠르고, 공고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비대해진 사교육 시장, 소득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학 등록금, 열악한 수준의 ‘알바비’(일본의 3분의 1 수준) 등은 20대의 독립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83%에 달하는 대학 진학률과 중소기업, 자영업의 몰락은 ‘88만원 세대’를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적인 요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문제가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이 없으며, 부모 세대인 ‘유신 세대’의 비정규직화와 결합, 더욱 폭발적인 사회 현상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우석훈 교수는 “기성 세대가 된 386 세대와 유신 세대가 자신의 몫으로 확보된 경제적 성과물의 일부를 ‘다음 세대’를 위해서 양보해야 한다”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한국 자본주의가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지금보다 훨씬 곤란한 구조적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비정규직 문제는 ‘올 오브 프리랜서’라는 21세기적 추세와 맞물려 있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는 공무원처럼 매달 월급 200만 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능력만 있으면 2000만 원도 벌 수 있는, 말 그대로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직업 구조 시대라는 것이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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