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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상징 사회분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2008.09.23

분배에 초점 둔 시민사회운동 주역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희망제작소에서 연구위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김대진 기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희망제작소에서 연구위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김대진 기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시민사회에서 ‘이단아’로 불린다. 그는 한평생을 시민사회운동을 한 사람이다. 시민의 요구와 권리를 신장하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참여연대를 만든 시민사회운동의 주역이다. 당연히 그는 첫 손가락에 꼽히는 시민사회운동가다. 그런 그가 시민사회에서 ‘이단아’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민사회운동은 우리 사회·정치적 변혁을 주도해왔다. 그동안 시민사회운동의 주요 흐름은 개혁입법을 위한 제도화 투쟁이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시장에서 약자를 위한 수많은 개혁입법을 제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대(對) 정부·재벌 투쟁이 전개됐다. 저항적이고 대립적 투쟁을 수반하는 일이 불가피했다. 이것이 시민사회운동단체와 시민을 분리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게다가 수많은 시민사회운동가가 권력 핵심부로 진출하면서 순수한 시민사회운동이 퇴색했다. 결국 ‘시민 없는’ 시민운동으로 전락하면서 20세기적 시민사회운동의 한계가 노정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운동의 질적인 변화 바람을 불러온 사람이 바로 박 상임이사다. 변화의 중심에는 ‘공생’과 ‘나눔’이 있다. 그는 지금 학자,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기업가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명함에는 그와 관련한 직함이 없다. 단지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사회변혁가)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가 그리는, 변혁하려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한 인터뷰에서 “NGO와 정부, 기업의 경계가 없는 세상”이라면서 “그런 세상은 사회적 대안이 존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그가 제시한 대안은 ‘아름다운 가게’ ‘아름다운 재단’ ‘희망제작소’란 모델을 제시했다. ‘아름다운 재단’을 만들어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데 힘쓰고 있다. 쓰지 않는 헌 물건과 필요 없는 옷을 재활용해서 이웃에 전달하는 아름다운 가게를 열었다. 이 두 곳에서 얻은 기부금과 이익금은 전부 불우이웃에게 전달되고 있다. 벌써 아름다운 재단에서 125억 원, 아름다운 가게에서 110억 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는 단지 불우이웃과 함께 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재활용문화·사회공헌을 선도라는 시민사회 활동 분야를 개척한 것이다. 이는 사회공헌 분야에서 21세기형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는 선진국에서도 연구를 위해 찾을 정도가 됐다.

그러나 그는 과도한 평가를 경계한다. 그는 “그는 ‘(재단의) 식솔’을 챙기려다보니 벌이에 나섰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가게’와 ‘아름다운 재단’의 성공이 의외의 성과라는 얘기가 아니다. 또 ‘아름다운 기부’가 끝도 아니다. 그에겐 종국적인 목표가 있다. ‘아름다움’을 넘어 이젠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희망을 불어넣어야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희망제작소의 설립 취지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사회변혁을 추구해가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신기루를 쫓는 일일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선 불모지에 일종의 전형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강용진 서울시정연구소 선임연구위원원은 “박원순 상임이사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시민사회화’와 ‘시민사회의 시장화’라는 새로운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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