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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감싸기 설교 나선 ‘애국 기독교’

2008.07.08

과도한 친정부 논리와 색깔론 가미… 주류 교계 관망 자세와 달리 돌출 언행

지난 6월 1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가 촛불집회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오른쪽). 평화시대통일누리 김종환 목사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시민들이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지난 6월 1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가 촛불집회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오른쪽). 평화시대통일누리 김종환 목사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시민들이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취임 100일 만에 10%대 지지율로 주저앉고 연일 강도를 더해가는 퇴진 압력에 시달리는 이명박 정권은 이제 미국과 ‘추가 협상’과 쇠고기 고시 관보게재 등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국면에 두드러지게 활약하고 있는 세력이 ‘애국 기독교’라고 불리는 우파 개신교 세력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교회 장로기 때문인지 보수교계는 이 정부의 막강한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다.

주요 목회자들이 쇠고기 파동 초기부터 뚜렷한 돌출 언행으로 주목을 받았다. 조용기 목사(여의도 순복음교회 은퇴목사)는 지난 5월 18일 한기총 주최의 시청 앞 기도회에서 “광우병 괴담은 병 자체보다 공포를 일으켜 우리를 패배시키려는 마귀의 계략이다”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광우병 괴담은 미국과 우리를 이간질하려는 정책이자 현 정부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면서 “그 배후에는 특정 방송과 신문이 편파 보도로 반미사상을 고취하고 정권 무력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해 반발을 샀다.

배후론 쏟아놓는 목회자 상당수
“순수한 학생에게 촛불을 주고, 마치 이 나라 정부가 미국인이 버리는 것을 국민에게 먹이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세력은 거짓으로 이 세상을 움직이고 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

6월 5일 한 기도회 석상에서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발언한 것이다. 그는 축사 말미에한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서 판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린다”는 말로 구설에 올랐다. 그러나 그 기도회의 백미는 사실 김홍도 목사(금란교회)의 발언이다. “경찰, 검찰, 기무사, 국정원을 동원해 빨갱이들을 잡아들이면 촛불집회는 쑥 들어가고, 국민 지지율이 다시 올라온다”는 것이었다.

(왼쪽부터)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 김홍도 금난교회 목사,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조용기 여의도 순복음 교회 은퇴목사.

(왼쪽부터)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 김홍도 금난교회 목사,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조용기 여의도 순복음 교회 은퇴목사.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는 1월에 ‘대운하와 문명사적 소통’이란 국민일보 칼럼에서 “대운하는 국력 결집과 우리 민족의 정신사적 소통을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 5월 11일 설교에서 ‘우리나라에서 광우병으로 죽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실체 없는 광우병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두려움과 공포의 패닉을 경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신이 성령의 감동을 받아 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외에도 상당수 목회자가 친정부적 발언과 촛불시위 배후론을 쏟아놓았다. 주요 교회의 게시판에는 ‘촛불집회는 진보연대와 MBC 등 좌파 집단의 선동과 왜곡 때문이다’라는 요지의 김성욱 기자(조갑제닷컴)의 강연 내용이나 시위대의 폭력상을 부각한 사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성령운동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어떤 교회에서는 한국에서 좌파의 난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내용의 예언을 받았다며 촛불시위를 비난하는 메일을 돌리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신교인 가운데 촛불시위를 지속하는 데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분위기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목회자나 교회 내부의 과도한 정부 옹호 논리와 색깔론에 반발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사랑의교회에 출석하는 한 청년은 자신의 블로그(Mahlerian)에 ‘오정현 목사에게 드리는 글’을 남기고 교회를 떠났다. 그가 남긴 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계속 이런 식으로 성경의 가르침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을 성경의 권위로 설교 시간에 늘어놓는 것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저는 오 목사님께서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자리에서 내려오시거나 혹은 오 목사님이 정말 성령의 충만함으로 크게 변화되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사랑의교회 교인이길 거부하겠습니다. 그럼 성령님 안에서 평안하십시오.”

맞불집회 현장엔 이름모를 단체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신앙 배경을 갖고 있는 개신교권의 목회자들이나 교회 전체적 분위기는 촛불시위에 썩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나 그 분위기가 몇몇 유력 목회자의 발언만큼 극단적이거나 획일적으로 적대적이지는 않다. 우선 주요 교단이 이번 사안에 대해 내놓은 입장이 시큰둥하다. 장로교 통합, 감리교, 기장, 성공회 등등은 쇠고기 정국에 대한 성명을 냈는데, 모두 ‘촛불시위에 실린 민심을 성실히 받들어 재협상에 나서고, 대운하는 포기하라’는 요지였다. 심지어 보수연합체의 대명사인 한기총마저 ‘촛불시위에 나타난 민심을 긍정적으로 받으라’는 성명을 낼 정도였다(물론 이는 한기총의 내부 역학 관계 때문에 현재 지도부가 표류 상태인 것과 연관이 있다).

쇠고기 문제가 이념과 무관한 식품 검역에서 비롯된 사안이라는 점과 지난 정권의 사학법 파동과 달리 개신교권에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린 것이 없다는 점도 주류 교계가 관망하고 있는 이유다. 더욱이 지난 6월 7일 청와대가 개신교 지도자 8명을 초청해서 시국 관련 조언을 듣는 자리를 만든 적이 있는데, 초청 기준이 교단 대표도 아니고, 원로그룹도 아닌 어색한 조합이 연출됐다. 보기에 따라선 개신교 정부를 자임하는 이명박 정권이 사실상 개신교계 전체와 체계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유력한 목회자 몇몇에 국한한, 매우 제한적이고 선택적 관계에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러다 보니 맞불집회 등 부담스러운 현장에는 전통적인 교계 세력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그 대신 교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나 사람들이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6월 10일 기록적인 촛불시위 인파가 모였을 때, 구국기도회를 열어 대대적인 맞불을 놓자며 신문광고가 나갔으나 정작 어떤 교회나 목회자도 이름을 걸고 인원을 동원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 행사의 주최 측으로 알려진 김진홍 목사(뉴라이트전국연합)와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도 나타나지 않았다. 김 목사는 이미 6월 초부터 20여 일간의 미주 집회에 나서 출국한 상태였다. 서경석 목사는 제이유(JU)로부터 5억여 원의 청탁성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가을 1년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 대외 활동을 삼갔다. 하지만 그는 지난 6월 13일 항소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후부터 청계천에서 매일 맞불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번 촛불시위가 주부에서 중·고등학생까지 참여 폭이 워낙 넓고 디카동호회, 패션동호회, 주부 요리동호회 등이 나서는 등 전형적인 색깔론이 잘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난점이 있다. 소위 ‘애국 기독교’ 세력의 언행이 과도한 애국심 강조와 좌파의 영향력에 대한 침소봉대로 치닫는 것은 바로 이런 조바심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평가다.

양희송<청어람아카데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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