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넥슨코리아 매출 신기록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2021.01.04

‘언택트(Untact) 비즈니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특히 주목받은 산업 키워드입니다. 원격의료, 키오스크, 재택근무용 네트워킹 시스템 등 대면을 대체하는 기술과 서비스는 ‘뉴노멀’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져도 운동, 여행 레저 활동의 경우 언택트 상황에 제한 요소가 많습니다. 그중 단 한가지 원래부터 비접촉, 혼자 즐기기가 가능한 분야가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입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았을 때 가장 빨리 회복하고, 경기침체 전망 속에도 오히려 역성장을 약속하는 산업으로 예측됐습니다. 2020년 말 진짜 그러했는지 게임회사들을 되짚어 봅시다.

2020년 11월 18일 부산진구 부전동 부산이스포츠(e-sports)경기장에서 ‘2020 대한민국 게임 대상’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2020년 11월 18일 부산진구 부전동 부산이스포츠(e-sports)경기장에서 ‘2020 대한민국 게임 대상’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먼저 시장의 평가를 지난해 3월 종합주가지수 하락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해 연말까지의 주가 변화로 살펴봤습니다. 회사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더블유게임즈, 컴투스, 네오위즈 6개사로 한정했습니다. 예상대로 대부분 3월 최저점 대비 낮게는 52% 높게는 166% 이상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그사이 주가 최고치를 보면 1.5~2배 이상 오른 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엔씨소프트는 자산총계 4조1000억원에서 시가총액 19조원으로 오릅니다.

게임회사들 주가 상승 행진

이런 주식시장의 평가는 게임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만든 결과입니다. 실제로 그러한지 2020년 3분기까지 게임회사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비교해 봤습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1조8000억원의 매출액을 내며 2019년 3분기 1조1000억원에 비해 58%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668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나머지 회사들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펄어비스는 영업이익(12% 상승)은 증가했지만 매출액 감소를 기록합니다. 즉 게임회사라고 해서 모두 다 주가처럼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용 모바일 게임과 PC, 콘솔형 게임별 시장 반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재 ‘뜨는’ 게임과 점차 유저가 줄어드는 ‘지는’ 게임별 실적 차이도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명확한 점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와 달리 주가 상승이 더 폭발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모든 게임회사가 상장사는 아닙니다. 비상장사 게임회사 중 한 곳은 빼고 갈 수 없습니다. 국내 게임회사 2위로 손꼽을 수 있는 넥슨코리아입니다. 아시다시피 넥슨은 2년 전 매각 이슈가 있었습니다. 넥슨은 카카오, MBK파트너스, 텐센트가 사려고 했던 회사입니다. 넥슨이 부른 인수가격 10조원을 맞추지 못해 매각은 불발됐습니다. 넥슨그룹의 중심에는 ㈜넥슨코리아가 있습니다. 넥슨코리아 종속회사로는 네오플, 넷게임즈, 넥슨지티 등 10여개가 있는데 다른 건 다 빼고 ㈜네오플 하나만 봐도 게임회사로 넥슨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장수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제작사인 네오플의 2019년 매출액은 1조1000억원이며, 당기순이익이 1조2000억원입니다. 매출액의 94%가 중국에서 발생합니다. 텐센트가 넥슨 인수를 적극 검토했던 이유가 바로 네오플입니다. 하지만 최근 4년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2018년은 적자를 냈으며, 2017년은 당기순이익 19억원에 불과합니다. 즉 매각 발표가 난 시점은 넥슨그룹 전반의 성적이 좋지 않을 때였습니다.

(출처:전자공시시스템)

(출처:전자공시시스템)

회사 미래 불투명 속 놀라운 성과

그런데 매각을 위해 주력 사업을 재정비하면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2019년 말 넥슨코리아 매출액은 1조2000억원이며, 영업이익 1769억원을 기록합니다. 놀라운 경영실적의 반등입니다. 매출 31%가 증가했고, 이익도 흑자 전환해 2017년에 비해 3배가 증가했습니다. 현금흐름도 좋아졌습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279억원으로 최고조에 이릅니다. 그럼 2020년은 이보다 더 좋지 않을까요? 아니나 다를까 넥슨코리아 이정헌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넥슨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5323억원으로, 4분기 매출이 더해질 경우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연매출 3조원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라고 말합니다. 넥슨은 일본에 상장된 넥슨코리아의 100% 지배회사입니다. 2020년 넥슨코리아의 매출 및 영업이익이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것만 봐도 넥슨코리아의 연말 실적이 기대됩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를 낳을 수 있었을까요?

넥슨코리아는 올해 모바일용 신규게임과 기존 성공 제품의 리뉴얼에 집중했습니다. 구매력 있는 유저에게 익숙하고, 혼자 할 수 있는 게임들. 모바일 MMORPG ‘V4’뿐만 아니라 ‘카트라이더 러시플러스’, ‘바람의나라: 연’ 등 과거에 인기를 얻었던 PC게임을 ‘모바일 플랫폼’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회사가 언제 팔릴지 모른다는 심란한 분위기 속에서 이런 결과를 냈으니, ‘더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넥슨코리아의 최근 행보는 의미심장합니다. 지난해 넥슨코리아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금차입’ 공시를 보면 종속회사인 네오플로부터 약 1조7000억원의 단기차입을 진행합니다. 적극적인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로 보이며, 조건은 차입기간 12개월에 일시상환입니다. 1조7000억원 정도는 1년 안에 갚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느껴집니다.

지난해 게임업계 대부분의 회사가 언택트 상황으로 이익과 매출을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마찬가지로 좋은 여건에 놓일 것입니다. 게임의 주 연령층은 10~20대입니다. 이들은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밖으로 잘 돌아다니지 못합니다. PC방에 모이는 대신 자기 방에서 온라인으로 친구들과 모입니다. 온라인 게임의 진입 연령이 낮아지고, 많은 게임 ‘덕후’가 생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게임회사는 몇년간 실적이 좋겠다’ 싶습니다.

넥슨코리아 감사보고서(재무제표 첨부) 링크

네오플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대여(공시) 링크

넥슨코리아 관련 공시자료 검색 방법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dart.fss.or.kr) 접속 → 회사명 검색창 ‘넥슨코리아’ 검색 → [회사별 검색] 창에서 기간 ‘전체’ 선택 후 검색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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