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합산총액 36조원, 두 기업이 합치면

이승환 한국공인회계사회 선임
2020.12.14

아시아나항공의 존폐가 아시아나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1988년 설립 이후 종업원 9031명(2020년 9월 기준)을 둔 매출(2019년 12월 연결 기준) 약 7조원의 대형항공사가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12월 1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여객기들이 주기되어 있다. / 연합뉴스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12월 1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여객기들이 주기되어 있다. / 연합뉴스

부실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거대한 빚(부채비율 2309%)입니다. 2020년 3분기 단기차입금만도 2조5647억원이며, 그동안의 누적손실을 알 수 있는 결손금은 1조4000억원, 당기순손실도 6238억원입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까지 -1944억원으로 돌아섰으니, 말 그대로 돌아오는 빚은 많은데 갚을 현금은 현저히 부족한 ‘유동성 위기’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코로나19가 결정적입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HDC 현대산업개발로 매각될 예정이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현대산업개발은 계약을 포기합니다. ‘매각결렬’은 더 심각한 상황을 낳습니다. 2조원의 유상증자가 무산되고, 부채비율을 300%까지 낮출 수 있었던 재무구조 개선 기회가 ‘없던 일’이 되었으니까요.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노후 항공기 처분, 무급휴직, 희망퇴직의 혹독한 구조조정 중인 아시아나 입장에서는 마지막 카드가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한달 만에 대안을 꺼내 듭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입니다.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게 아니라 아예 지정(?)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걸까요? 더욱이 대한항공 역시 2020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 693%로 유동성 부채가 5조4000억원에 이르는 상황입니다. 대한항공의 경영권 분쟁은 아직 완결된 상황이 아닙니다.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을 돕는 구조입니다. 이게 올바른 판단인가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좀처럼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렵습니다. 더 걱정스러운 부분은 아시아나항공 회생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시아나 색동날개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앞으로 회생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고, 대한항공과 이해타산이 깊은 이들의 목소리만 높습니다.

아시아나항공 2020년 3분기 검토보고서(맨위)와 분기보고서

아시아나항공 2020년 3분기 검토보고서(맨위)와 분기보고서

우선 인수를 표명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기업실사를 몇개월 하고 나서도 인수합병(M&A) 후 합병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턱대고 대한항공이 이런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최근 몇년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항공사가 겪고 있으나, 특별히 아시아나항공이 직면한 현실은 검토보고서의 ‘강조사항’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해외여행이 금지되었습니다. 10% 내외의 운항률, 즉 비행기 10대 중 9대가 쉬고 있습니다. 종속회사인 에어부산㈜ 및 에어서울㈜ 역시 2019년 한·일 갈등과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여객 및 화물 운송영업에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2020년 3분기 에어부산의 영업손실액은 1323억원이며, 에어서울은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100억원을 차입할 지경입니다. 합병으로 탄생할 초대형 항공사가 짊어져야 할 짐과 시장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냉정한 점검도 필요합니다. 합치면 자산규모 40조원의 항공사로서 합병 시너지를 단기간에 내기는 힘들 것입니다. 겹치는 항공노선을 줄이고, 중복투자된 항공기뿐만 아니라 동일한 역할을 하는 계열사까지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난제입니다.

기회가 아주 없었을까?

자산관리가 제일 어렵습니다. 유형자산 중에 항공기 가치만 따져봐도 리스를 포함해 대한항공이 12조원, 아시아나 3조원입니다. 아시아나항공만도 여객기 70대, 화물기 12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2개 회사 합산 부채총계는 약 36조원입니다. 이중에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만 약 13조원이 넘습니다. 자산 효율성을 ‘극대화’한다지만, 부채는 한곳에 모았다고 알아서 빚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향후 환율 및 유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여부 등의 대외 변수 등이 합병된 항공사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점유율 16%, 국내선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합치면 국내여객 45%, 국제여객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지만, 현재 상황은 점유율이 높은 게 오히려 더 안 좋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여전히 중국 등을 포함한 55여개 국가가 입국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고, 99개국은 특별입국절차 시행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항공사에 지금의 영업환경은 최악입니다. 코로나19가 사라진 이후 전 세계 항공사들과의 경쟁에는 ‘규모’가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은 오히려 다운사이징이 생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난 몇 년 사이 대형항공사들이 어려워진 원인 중에 하나도 국내외로 저비용(LCC) 항공사가 등장한 것입니다. 기존 대형항공사들이 LCC 항공사들과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3000억원 전환사채 발행, 금호리조트 매각 추진 등의 공시를 냈습니다. 지난 11월 3일에는 자본을 줄이는 3분 1 무상 감자결정까지 발표합니다. 대주주 금호산업㈜를 비롯한 기존 주주 지분을 확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투자자인 주주들의 고통분담을 통해 아시아나를 살리자는 취지입니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2016~2017년 영업흑자를 냈을 때 지금과 같은 조치를 취했으면 어땠을까?’입니다. 재무제표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는 2015년부터 출발합니다. 유동성사채 등 1조원에 달하는 부채가 발생하며, 금융비용이 영업비용보다 높아지는 계기가 됩니다. 2016년 계열사 금호터미널의 매각 과정도 아시아나항공이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아깝겠지만 우량 자산이나 계열사를 매각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더 책임감을 갖고 선제적으로 나섰어야 합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대한민국 항공산업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채권자로서 산업은행은 대한항공도 아시아나항공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선택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기에 양사의 합병 ‘불가피’론을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살린다고 당장은 말하지만 ‘누구만’ 살아남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이승환 한국공인회계사회 선임>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