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청원하면 꼭 필요한 세금도 폐지되나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
2024.07.01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한국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며 국회 협력을 요청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한국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며 국회 협력을 요청했다. 연합뉴스

주식과 채권 등 금융투자 시 발생하는 양도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금투세는 2020년 8월 정부안에서 ‘과세 기준액 2000만원·2021년 시행’을 예정했다가 이후 ‘과세 기준액 5000만원·2023년 시행’으로 변경됐다. 금융상품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일 때 이익의 20%, 3억원을 초과했을 때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여야 합의로 한 번 더 유예돼 2025년 초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제 규모가 커 과세 대상은 전체 주식보유자의 1%에 불과하다.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를 아예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해 투자자에게 타격이 예상되며, 자본시장이 무너지면 실물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투자자들도 호응하고 있다. 국회 국민청원 홈페이지의 ‘금투세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은 지난 6월 9일 기준 6만5449명이 동의했다.

현재는 대주주의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선 과세하고 소액주주의 양도차익에 대해선 비과세하고 있다. 실현된 모든 소득에 대해 개인별로 합산해 누진세율에 따라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고 공정하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는 부동산 양도차익, 배당소득이나 이자소득 등 다른 대부분의 금융소득에 과세한다는 점, 또 개인이 직업에서 노력하는 결과로 얻는 근로소득에 과세한다는 점과 비교할 때 용납되기 어려운 과세 특혜로 보인다.

근로자가 청원하면 근로소득세도 폐지?

국가재정의 근간인 근로소득에 대한 과세가 폐지되기 어려운 이상 공정 과세 입장에서 자본소득에 대해서도 빠짐없는 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 근로소득에 대한 근로소득공제에 비해 양도차익에 대해 금투세가 제공하는 공제액 5000만원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청원인구는 6만명을 돌파하고 있다. 청원으로 세법개정이 가능하다면 1700만 근로소득자가 청원하면 근로소득세도 폐지할 것인지 대통령과 정부는 답해야 한다.

주식양도차익은 고소득계층에 편중된 소득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2021년 배당소득과 이자소득 1000분위 자료’에 따르면 배당은 국내 최상위 0.1%, 1%와 10%의 소득자가 각각 전체 배당소득의 49.1%, 70.1%와 93.2%를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소득도 이들의 몫이 각각 18.8%, 46.7%와 90.5%로 높은 집중도를 나타냈으나 배당소득과는 어느 정도 차이를 보였다.

노동소득의 경우 이들의 소득집중도가 각각 2.4%, 7.9%, 32.1%에 그치는 것에 비교하면 금융소득, 특히 배당소득은 강한 상위계층 집중도를 보여주고 있다. 배당소득의 높은 집중도는 주식보유의 집중도를 뜻하며, 이는 주식양도차익의 집중도로 연결된다. 국내 경제의 가장 큰 약점으로 여겨지는 양극화 문제와 직결되기도 한다. 자본소득에 대한 낮은 과세는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투세가 폐지되면 양극화를 방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극단적으로 심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금투세는 증권거래세와 같이 연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두 세목은 주식투자에 적용되는 세목으로서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거래할 때, 주식에 대한 양도차익은 양도해 수익이 발생할 때 과세 요건이 성립된다. 과거 한국은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면서 주식양도차익은 대주주에만 과세했고, 소액주주들의 양도차익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았었다.

한국은 국제표준에 맞추기 위해 소액주주도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면서 동시에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는 방향을 정하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 여기에 맞춰 증권거래세의 세율은 2018년 0.3%에서 2019년 0.25%, 2023년 0.2%, 2024년에는 0.18%에 이르렀다. 금투세의 과세가 시작되는 2025년에는 0.15%로 낮춰지는 것으로 예정됐는데, 이는 증권거래세 자체가 폐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0.15%의 세율은 증권거래에 부과되는 부가세로 농어촌특별세다.

세수 규모를 비교해보자. 2020년과 2022년의 증권거래세는 각각 13조5000억원, 8조4000억원이었다. 2022년 대주주의 주식양도세는 1조9000억원(양도차익 4조9000억원) 정도로, 증권거래세의 세수 규모가 월등하게 크다. 2025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의 세수효과는 연 1조3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증권거래세를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로 대체하면 투자자 전체에게 커다란 이익이 된다. 특히 기존에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이었던 대주주들의 주식거래는 매우 큰 혜택을 본다.

2025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 체제는 과거 증권거래세 체제에 비해 투자자들에게 이미 과도한 혜택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증권거래세는 예정대로 낮아지고 있는데 이를 대체하는 금투세는 차일피일 시기를 미루다 아예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금투세 폐지되면 부의 양극화 심화

증권거래세는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기능이 있는 과세제도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정상화되더라도 오히려 증권거래세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 기관투자자의 대량거래나 초단기 투기적 거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증권거래세는 장기적이고 건전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또 조세조약에 따라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증권거래세는 과세할 수 있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로 증권거래세를 대체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중요한 논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주식투자에 대한 적정한 과세체계는 한 가지 세목에 집중될 필요가 없다.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병렬적으로 과세한다고 하여 이중과세라고 볼 필요도 없다. 한 가지 세목을 통한 과세보다 각각 중요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는 두 가지 세목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되, 다만 이 두 가지 세목에서 과거 한 가지 세목으로 과세하던 시기보다 많지 않은 세 수입을 추구한다면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이유가 없다. 낮은 세율의 증권거래세와 손실공제, 이월공제, 그리고 기본공제를 허용하는 전면적인 주식양도차익의 과세가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금융자산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에 과세하고 있다. 금투세를 도입하면 자본의 해외 유출로 주식시장이 침체할 것이라는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 금투세는 모든 양도차익에 무조건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소득이 연간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 한해 과세한다. 서민들이 은행에 맡긴 소액의 이자소득에도 정해진 세율에 따라 원천징수되고 있는데, 5000만원이 넘는 큰 규모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하는 것은 불공정이 도를 넘는 것이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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