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유력 기업은 씨젠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2021.01.18

전 세계로 수출도 하는 씨젠의 2020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834억원입니다. 2019년 동기와 비교하면 676% 증가이며, 영업이익은 2700% 상승한 4186억원입니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가운데)이 2020년 12월 9일 한 코로나19 진단시약 제조업체를 방문해 제조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가운데)이 2020년 12월 9일 한 코로나19 진단시약 제조업체를 방문해 제조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2021년이 밝았습니다. 산업 부문별 ‘2020 재무제표 대상’을 꼽아봅니다. 아직 기업 결산이 완료되지 않았기에 가볍게 봐주십시오. 수상 후보군을 추리기 위해 전자공시시스템의 ‘오픈다트(Open DART)’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주요 기업의 재무제표를 엑셀 파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9개월치 실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종 결산은 올해 3월쯤이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0년 9월 30일까지 매출액, 영업이익 등 손익계산서를 기준으로 삼아 전년도에 비해 상승률이 높은 기업을 추려 보았습니다.

지난해 산업계는 어느 분야나 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모든 산업의 매출 하락과 이익 감소가 점쳐졌고, 기업들은 현금을 비축하기 위해 긴축경영에 돌입합니다. 심지어 2분기는 공장을 돌리면 손해가 나는 시기였습니다. 재무제표상으로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감소와 마이너스를 기록합니다. 금융자산의 가치하락을 입은 기업은 당기순이익에 평가손실까지 반영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매출 상승과 이익 증가를 이룬 기업이 있습니다. ‘재무제표 대상’ 후보에 걸맞은 회사입니다.

[재무제표로 본 기업의 속살]대상 유력 기업은 씨젠

마스크 제조 회사도 매출 급증

코로나19는 제약·바이오 기업에 기회입니다. 가장 먼저 수혜 대상은 마스크 제조 회사입니다. 깨끗한나라㈜는 2017~2019년 수백억원의 당기순손실이었는데 2020년엔 마스크 덕분에 3분기 누적 매출액 4474억원, 영업이익 462억원을 기록합니다. 코로나19로 대박 난 곳은 바이러스 진단키트를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유전자 진단기기 생산업체인 ㈜씨젠은 기술력을 이용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발 빠르게 개발했습니다. 전 세계로 수출도 하는 씨젠의 2020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834억원입니다. 2019년 동기와 비교하면 676% 증가이며, 영업이익은 2700% 상승한 4186억원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아무리 못해도 2020년 매출액 1조원을 예상할 수 있고, 직전년도 1219억원의 매출과 현재 7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감안하면 2020년의 재무제표 대상은 씨젠이 가장 유력해 보입니다. 12개 후보군은 기본적으로 코스닥 기업 중에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그리고 2배 이상의 매출 신장을 보인 기업 중에서 골랐습니다.

폐렴의 일종이라고 하니, 초기에는 아무리 급박해도 먹거리 산업은 잘되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웬걸! 이마트 등 식품회사 매출액은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입니다. 다중시설이 사용 중지되고, 대형식당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영업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식재료 판매가 대폭 줄었습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산업은 여행과 항공입니다. 2019년 7632억원어치 여행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했던 하나투어가 2020년은 6분 1의 매출과 마이너스 영업적자를 견디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의 전면금지는 항공산업 전반을 강타했고, 우리나라 항공산업도 붕괴를 우려하는 지경입니다.

[재무제표로 본 기업의 속살]대상 유력 기업은 씨젠

여행과 항공 산업은 코로나로 직격탄

재무제표 대상 후보군을 모으다 보니 특이점이 보입니다. 씨젠, 멕아이씨에스, 바이오니아, 랩지노믹스, 바디텍메드 등 코로나19 진단기 기업의 약진은 예상대로입니다. 그런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반도체 생산장비 기업인 AP시스템, 원익QnC, 이오테크닉스, 아이씨디가 매출액 상승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후보군에 진입했습니다. 아이씨디 경우에는 2019년 3분기 771억원 매출을 기록했는데 2020년 2529억원 매출액에 50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가 후보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추측하건대 홀로 즐기거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더 필요해질 것이고, 게임과 재택근무를 위한 노트북, PC 그리고 디지털 디바이스(스마트폰 포함) 수요 증가를 감안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유관산업의 투자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2020년 후보군 중에는 바이오나 벤처기술 투자가 본업인 아주IB투자, 우리기술투자, SBI인베스트먼트가 새롭게 ‘투자영역’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변화가 많은 한 해로 ‘재무제표 대상’ 후보군도 전통 산업 쪽 후보가 많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코스피 기업 중에서도 매출액 상승률이 높은 재무제표 대상 후보군을 뽑아 보면, 삼성전자, LG이노텍, 종근당, 농심, LG유플러스, HDC 등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매년 연말에 재무제표로만 ‘가상의 시상식을 연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골라보았습니다. 지난해 초 급박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회전율을 걱정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현금 확보를 위해 계획했던 투자를 중단했습니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유동성 위기가 오지 않도록 자금상황을 점검했고, 연쇄도산이 날까봐 거래처 상황을 면밀히 살피기도 했습니다. 의외로 증시는 “공포에 사라”라는 격언을 따르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해 빠르게 회복되었습니다.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나고, 경색될 것이라 예상했던 기업공개(IPO) 시장은 반대로 ‘따상’ 등 IPO 버블을 우려할 정도의 과열 조짐을 보였습니다. 역시 세상은 생각대로 따라가지 않습니다.

기업들의 2020년 재무제표 결산이 끝나면 후보군 중에 누가 ‘대상’을 탈지 결정될 것입니다. 어려운 시기를 버텨낸 모든 기업에 ‘재무제표 최우수상, 우수상, 인기상’으로나마 격려를 보내고 싶네요.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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