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즈니스론 ‘고평가’, 금융 플랫폼으론 ‘설득력’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2021.08.09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 공모청약을 마쳤습니다. 공모가액은 3만9000원이며, 공모를 통해 카카오뱅크가 조달한 자금은 2조1788억원에 달합니다. 공모자금의 대부분인 1조9288억원은 카카오뱅크의 자본적정성 확보를 위해 사용될 예정입니다. 카카오뱅크 IPO에 관심이 몰릴수록 ‘공모가 논란’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직전에 크래프톤, SD바이오 등 최근 공모가 관련 이슈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판단은 상장 당일(8월 6일)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7월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프레스톡에서 상장 계획을 밝히고 있다. / 카카오뱅크 제공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7월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프레스톡에서 상장 계획을 밝히고 있다. / 카카오뱅크 제공

카카오뱅크 측은 1등 리테일뱅크로 금융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모가에 대해서는 아무리 혁신적인 인터넷은행이라고 해도 ‘과하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복잡한 기업가치 측정법이 아니라 시중 은행과 카카오뱅크 재무제표 비교로 핵심만 짚어 보겠습니다. 그전에 은행 재무제표 보는 법을 살짝 배우고 갑시다. 보통 재무제표는 제조업을 기본형으로 자산을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고 이를 기록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은행, 보험, 증권과 같은 금융업은 ‘돈’이 자산이자, 부채가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은행 재무제표의 대표적인 자산은 대출채권(대여금 및 수취채권)입니다. 대출채권은 은행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치금(예수부채)과 차입부채,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은행이 ‘빌려주는 돈’입니다. 은행 수익원인 이자와 수수료를 발생시키는 원동력입니다. 은행업을 ‘1% 미학’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예금과 대출이자 차액(예대마진)이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조업과 달리 ‘돈’이 상품이자 자산이라서 은행 재무제표에는 유동자산, 유동부채 항목이 없습니다. 또한 현금흐름표를 제조업 기준으로 해석하면 잘못된 분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로 본 기업의 속살]은행 비즈니스론 ‘고평가’, 금융 플랫폼으론 ‘설득력’

재무제표 숫자로 수익구조 관찰

카카오뱅크의 2021년 1분기 기준 자산총계는 28조6163억원입니다. 1분기에만 영업수익 2249억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0년 연간 영업이익이 1225억원이었는데 2021년 1분기 영업이익이 벌써 539억원이며, 그동안의 결손금을 해소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설립 이래 4년만인 2019년 흑자전환했고, 무엇보다 자산, 영업수익 등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그간 165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뱅크 가입자를 모았습니다. 이로써 인터넷은행 경쟁자인 K뱅크뿐만 기존 은행도 따라올 수 없는 ‘모바일 뱅킹’ 쪽에서 차별화된 위치를 선점합니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은 독보적이지만, 기존 은행 재무제표와 비교하면 다른 면이 보입니다. 국민은행 2020년 자산총계는 438조4441억원입니다. 국민은행이 1년 동안 이자와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은 3조1511억원입니다. 갑자기 체급 차이를 느낍니다. ‘너무 대형 은행과 비교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몇개 안 되는 국내 은행 규모는 다들 비슷합니다. 농협은행 자산 약 337조원, 신한은행 약 427조원, 우리은행 약 374조원입니다. 카카오뱅크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이런 대규모 은행들입니다.

은행 주요 재무제표 항목인 대출채권과 예수부채도 비교해 보면 2020년 국민은행 대출채권 327조3324억원과 예수부채 330조4524억원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약 20조원의 대출채권과 약 23조원의 예수부채를 갖고 있습니다. 2021년 자산 규모를 약 28조원까지 키운 카카오뱅크가 갑자기 한없이 작아 보입니다. 대출채권, 예수부채, 영업이익 등 모든 수치가 국민은행의 6% 수준입니다. 직원수 역시 1014명으로 국민은행 1만6925명의 16분의 1 수준입니다. 국내 대형 은행들에 비하면 설립 6년차인 카카오뱅크는 아주 작은 은행입니다. 그런데 이번 IPO 공모가 기준으로 카카오뱅크 시장가치는 대략 18조원 이상의 결과가 나옵니다.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 증권 등을 다 포함한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이 21조원인데 말입니다. 만약 공모 첫날 ‘따상’만 해도 카카오뱅크가 금융권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됩니다.

카카오뱅크에 뭔가 특별한 게 있을까요? 다시 재무제표에서 차이점을 찾아봅니다. 인터넷은행에 걸맞게 자산의 0.2%에 불과한 유형자산과 영업수익 대비 아직은 높은 판매관리비 정도입니다. 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 둘 다 대출채권의 자산 비중이 75~77% 정도입니다. 부채 중 예수부채 비중은 국민은행 81%, 카카오뱅크 99%입니다. 카카오뱅크의 주고객은 개인입니다. 예수부채 비중이 99%라는 점은 자금조달의 대부분이 예금으로부터 나온다는 건데 개인고객만으로 한계가 보입니다. 은행의 수익구조는 대출이자와 수수료 그리고 그외 금융투자 수익입니다. 2021년 1분기 국민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이 84%이며, 카카오뱅크는 95%입니다.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카카오뱅크도 아직은 이익의 대부분이 대출이자에서 발생합니다. 은행은 대출채권의 규모가 클수록 많은 수익이 가능합니다. 카카오뱅크가 금융플랫폼을 지향하지만, 우선은 기존 은행과 동일한 수익모델로 대출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재무제표로 본 기업의 속살]은행 비즈니스론 ‘고평가’, 금융 플랫폼으론 ‘설득력’

은행이 아니라 금융 플랫폼이라면…

전통 은행업은 자기자본비율 등과 같이 규제를 받는 업종입니다. 은행의 자산 규모가 대부분 큰 이유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규모를 키우고, 안정적인 자산구조를 갖추기 위해서입니다. 재무제표상으로도 아직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 차이가 많이 납니다. 공모가 논란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국민의 대부분이 카카오뱅크를 쓰게 했고, 금융사로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은 ‘카카오면 가능하겠다’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은행은 사라지고 뱅킹만 남는다”라는 분석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최근 직접 은행을 방문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은행지점이 아닌 것(네이버·토스·각종 포인트 앱)이 금융서비스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원래 회사명은 ‘한국카카오은행㈜’입니다. 지난해 한국카카오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상호를 변경합니다. 사명에서 ‘은행’을 버린다는 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뱅크의 직원 45%가 금융 쪽이 아니라 IT 등 기술직이라고 합니다. 출발 자체가 일반 은행과 다릅니다. 카카오뱅크는 금융 플랫폼을 언급하면서 신용카드, 주식계좌, 펀드, 보험, 자산관리 등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과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밝혔습니다. 은행 부문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은행 비즈니스로 비교한다면 카카오의 공모가는 ‘고평가’가 맞아 보입니다. 그러나 14세 이상 체크카드 발급을 ‘금융 성인식’이라 이름 짓는, 카카오가 만들어 가는 금융서비스는 기존 은행과 무척 달라 보입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식이 될 수 있습니다만 카카오뱅크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카카오뱅크는 은행이 아닙니다.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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