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을 숫자로만 보지 말고 그 속살을 읽어내야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2021.07.26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온갖 정보에 솔깃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내가 투자한 종목에 대한 희망찬 글은 출처가 무엇인지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저 주식 현자의 인사이트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팩트폭격’처럼 진실을 알려주는 숫자가 있습니다. 투자자가 기본적으로 수시로 체크해야 할 매출액입니다. 주식가치가 폭발적으로 오를 수십가지 ‘호재’는 결국 기업의 현재와 미래 현금창출 능력이 증가했을 때 비로소 ‘팩트’가 됩니다. 현금은 영업수익, 즉 매출 증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매출액은 회사 상품, 서비스의 판매 총량을 의미합니다. 제조업 매출액은 ‘판매가격×판매수량’으로 나눠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매출액 증가란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토대로 판매가격을 인상할 수 있거나 또는 판매수량을 급증시키는 신상품 출시 등의 인과관계를 내포해야 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숫자가 증가하지 않습니다. 역으로 매출액 숫자가 평소와 다른 조짐이 보일 때, 우리는 들은 정보를 음미해 봐야 합니다. 매일 기업의 매출 변화를 알 순 없지만, 상장사는 3개월 단위로 매출액을 공시합니다. 투자자는 그 숫자를 관찰하면 좋습니다.

7월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원/달러,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7월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원/달러,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매출 구성 정확히 체크해야

매출액은 총계입니다. 제시되는 큰 숫자 하나뿐이라서 그 속에 포함된 정보를 유추해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읽어낼 이야기가 많습니다. 매출액은 비용과 이익을 합친 수치이기도 합니다. 매출액의 증감은 회사의 성장을 과거와 비교해보는 손쉬운 척도입니다. 흔한 실수는 매출액이 1개의 제품과 사업부문으로 구성됐다는 착각입니다. 매출액은 쪼개서 나눠봐야 하며, 시장점유율 등 내외부 환경 변화와 연결 지어 그 변화를 추측해야 합니다. 그래야 숫자의 증감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투자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숫자를 숫자로만 보지 않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매출액을 판매량이 아니라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의 개수라고 생각해 봅시다. 매출액은 고객에 대한 영향력이며, 기업의 현재 능력치일 수 있습니다. 제공되는 숫자는 하나지만 다양한 관점으로 쳐다보면 크나큰 투자 실수를 막는 여러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에이치엘비㈜는 유망한 바이오 기업으로 소개되지만, 영업부문으로 나눈 사업보고서상의 제품 매출액 구분을 보면 복합소재 사업부문과 바이오부문으로 나눠져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은 구명정 건조 및 수리, 파이프 제작이며, 아직도 매출액의 약 60% 이상이 복합소재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바이오로 최근 유명해졌지만, 투자자는 전체 매출액을 모두 다 신규 사업에서 난다고 보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종종 복수의 사업부문으로 구성된 회사가 적자나 이익 부분이 다른 사업부문이나 제품으로 가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투자자는 매출 구성을 정확히 체크해야 합니다.

매출액, 보고 또 보면 생기는 인사이트

창고형 할인마트 코스트코코리아는 해외 브랜드이자 외국계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약4조5000억원입니다. 매출액 규모가 대단하지만 경쟁 회사들과 비교하면 또 다른 인사이트가 생깁니다. 이마트는 매장수가 160개인데 매출액은 22조원입니다. 코스트코는 매장수가 16개인데 매출액이 4조5000억원입니다. 물론 크기와 유통 상품수의 차이가 나겠지만 코스트코가 좀더 효과적으로 매출을 일으킨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냥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할인점에 투자할 때는 매장 평균 매출액이라든지 전체 매출액 외에 함께 비교해봐야 할 지표를 스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숫자를 관찰하며 떠오르는 생각이 바로 인사이트입니다. 간단한 숫자라도 늘 체크한다면 객관적인 투자판단을 세울 수 있습니다.

전자공시시스템 다트 갈무리

전자공시시스템 다트 갈무리

㈜하이비젼시스템은 스마트폰 광학 모듈 업체로 스마트폰의 카메라 제어 모듈 검사기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2020년 초부터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가 2개 또는 3개로 증가했습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정체될 수 있지만, 하이비젼시스템의 매출이 증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측이 맞는지 실제로 재무제표로 확인해봅니다. 2020년 1~4분기 각각의 매출액이 동기 대비 증가한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2020년 말 이 회사 매출액은 1831억원에 영업이익 128억원을 달성합니다. 매출액을 더 자세히 세분해 보면 스마트폰 카메라 자동화 검사장비 매출액만 1286억원입니다. 그 전년도 747억원인 전체 매출액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매출입니다.

반도체 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2021년에도 높습니다. 2020년 코로나19와 관련해 디스플레이와 비대면 온텍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올해도 마찬가지로 봐서 반도체 관련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때도 기본적으로 매출액 분석을 해야 합니다. ㈜이오테크닉스는 반도체에 글씨를 새기는(마킹) 레이저 기술을 가진 회사입니다. 2021년 1분기 매출액을 분기 보고서를 통해 확인하면 전년 동기 626억원에서 822억원으로 31%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 반도체 호황에 영향을 받는구나! 주식을 사자’라는 판단은 일리는 있으나, 좀더 입체적으로 매출액이 증가한 이유를 파악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오테크닉스 영업부문 주석까지 읽어보면 매출액의 60%가 해외에서 발생하며, 그 외 매출증가 원인을 추적해보면 레이저 마킹 외에도 신기술 레이저 응용장비 매출이 점차 반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존 제품 시장이 커지는 게 아니라 신규 제품과 해외 판로가 증가될 가능성이 보입니다. 반도체 산업 호황보다는 여러가지 다른 요소가 매출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재무제표 속에는 이 외에도 매출액에 대한 정보가 회사의 관점에 따라 구분돼 있습니다. 매출액만이라도 깊게 생각하고 투자한다면 보다 신중한 투자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투자하는 회사, 투자할 회사 꼭 한 번쯤은 매출액 숫자가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하길 권합니다.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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