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모차르트 신화

정승민 독서팟캐스트 ‘일당백’ 진행자
2021.04.05

모차르트는 천재가 아니었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좋아진다는 모차르트 효과(Mozart Effect)를 믿고 음반 몇장을 구입한 적이 있다. 시공간 지각력과 추리력이 증진된다는 실험결과는 유감스럽게도 재연되지 않았다. 음악적 감수성이 모자란 탓이라고 자책했는데 아니었다. 평생 모차르트 곡을 연주하는 음악가들도 지능이 올라가는 체험은 못 한다는 것이 학자이자 지휘자인 백진현 교수의 지적이다. 태교음악으로 애호되는 모차르트나 비발디보다는 부모가 태아에게 정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더 낫단다.

백진현 지음·뮤직디스크

백진현 지음·뮤직디스크

<만들어진 모차르트 신화>는 이처럼 위대한 음악가와 관련한 불편한 진실을 낱낱이 드러내는 백 교수의 저작이다. 가난한 작곡가가 불우한 환경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끝내 요절했다는 서사에 대중은 열광한다. 악처인 부인에 사회는 냉대하고 동료의 음모로 희생된 천재 아마데우스, 이는 그리스 비극의 영웅이 아닌가. 비극의 주인공인 영웅처럼 천재는 돈이 주인인 더러운 근대와 불화를 빚다 쓸쓸히 세계를 떠나갔다. 저자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이 역사적 왜곡이자 모차르트 산업을 위한 영리 행위이다.

우선 가난한 모차르트는 없었다. 평생 수입은 괜찮았고, 사후 남긴 빚도 많지는 않았다. 한국 사회로 치자면 억대 연봉자의 삶을 살았고, 수입원도 다양했다. 돈을 빌려달라는 편지도 많이 썼지만, 거장의 신용과 평판을 해칠 수준은 아니었다. 소크라테스의 크산티페처럼 모차르트에겐 콘스탄체라는 악처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쑥덕공론의 일환이다. 시댁의 반대를 무릅쓰고 혼인한 며느리이자 올케의 일거수일투족이 고울 까닭이 없다. 빈에서 일종의 연예인으로 인식된 모차르트의 결혼생활에 이런저런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사치가 심하고 바람난 여자라는 인상이 확산됐지만, 주변 지인들은 교양도 있고 성숙한 인격을 가졌다고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무엇보다 천재 모차르트는 없다는 것이 신화 해체의 결정적 고리다. 머릿속의 음악을 끄집어내기만 하면 된다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장면은 허구에 불과하다. 유아시절에 만든 곡들도 아버지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당시 부친 레오폴트 입장에서는 신동 마케팅을 벌여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모든 음표를 뇌리에 담았다가 단번에 써내려간다는 것은 작곡의 속성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자필 악보에서는 차분하게 계획적으로 작곡한 흔적이 역력하다. 줄을 쳐 삭제한 대목도 있고 수정한 부분도 상당하다. 잉크 한방울이 떨어진 자국은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하는 망설임의 증거로도 보인다. 흥미롭게도 악보 가장자리에 숫자를 계산한 낙서도 나오는데 작곡을 하다가 돈 문제가 떠올랐나 보다. 영감과 재능이 회오리바람처럼 오선지를 휩쓸고 다닌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처럼 고민하고 노력한 악보인 셈이다.

어떻게 보면 모차르트야말로 교육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전형일 수 있다. 아버지의 관심과 훈련이 음악에 관한 재능을 분출시켜 신동을 가능하게 했으니 말이다. 천재 모차르트는 무수한 도전과 실패의 반복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정승민 독서팟캐스트 ‘일당백’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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