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부부의 세계, 예능을 달구다

김원희 스포츠경향 기자
2020.09.28

요즘 예능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부부’다. 연예인 부부의 사적인 생활 이야기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아침 정보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였다. 그러나 SBS <동상이몽 2- 너는 내 운명>, TV조선 <아내의 맛> 등 예능이 본격적으로 연예인 부부들의 생활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에 뛰어들면서 스타 버전 부부의 세계는 예능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동상이몽 2>와 <아내의 맛>은 반복되는 포맷과 자극적인 억지 설정으로 피로감을 안기며 화제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JTBC <1호가 될 순 없어>가 다시금 부부 예능의 화력을 살려냈다. 지난 5월 첫 방송된 <1호가 될 순 없어>는 ‘가장 먼저 이혼할 1호 개그맨 커플은?’이라는 기획의도로 구성됐다. 코미디언 부부 중 이혼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

JTBC <1호가 될 순 없어>

앞선 부부 관찰 예능과 같이 개그맨 부부의 일상이 담긴 영상을 보고 스튜디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영상 속 부부들의 모습도 일반 부부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1호가 될 순 없어>의 차별점은 중년 부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페이소스 웃음’이라는 정서적 공감에 있다. 이전 부부 예능이 매번 되풀이되는 극적인 갈등이나 싸움으로 주로 ‘부부의 세계’를 다뤘다면 <1호가 될 순 없어>는 희로애락을 함께해 이제 친구 같은 존재가 된 부부의 일상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제작진은 공감이라는 부부 예능의 새로운 관전포인트를 찾은 셈이다.

팽현숙은 최양락을 향해 욕설과 쪽파를 날리고 최양락은 특유의 깐족거림으로 무마하려고 한다. 김지혜는 박준형과 부부관계가 원활하지 않음을 밝히며 ‘부부 예약제’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임미숙·김학래 부부가 합류하면서는 2%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이 5.5%로 치솟았다. 임미숙은 “바람을 피우는 것도 성실하고, 도박도 성실하고, 성실의 왕자야”라고 비꼬며 김학래의 과거사를 과감히 공개하거나 속앓이를 시원히 털어놓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모습에 시청자는 호응을 보냈다.

솔직한 매력이 사랑받다 보니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이하 애로부부)는 한발 더 나아가 아슬아슬 선을 넘는다. 지난 7월 첫 방송된 <애로부부>는 ‘본격 19금 부부 토크쇼’란 콘셉트를 내건 만큼 은밀한 사생활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애로부부>는 실화를 드라마로 재연한 콘텐츠 ‘애로드라마’와 부부의 침실 고민을 털어놓는 ‘속터뷰’ 코너로 구성된다. 불륜 상황에서 증거 수집법, 내연남을 집 안에 숨기고 산 여자 등이 등장하는 드라마도 자극적이지만, 속터뷰는 부부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출연해 ‘섹스리스 부부다’, ‘32시간마다 부부관계를 요구한다’ 등 고민을 털어놔 시선을 끌었다. 최근 자체 최고시청률인 3.6%를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연예인 부부의 성생활까지 알아야 하냐”며 불편해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유튜브나 OTT 등과 극심한 경쟁을 해야 하는 방송계 입장에서는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시청률 보증수표로 떠오른 부부 예능을 쉽게 놓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원희 스포츠경향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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