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03-이것이 알고 싶다 정계개편

여당의 탈당 러시, 정계개편 서막

민주 탈당 세력이 제3지대… 새누리 탈당 세력이 제4지대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하면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를 앞두고 새누리당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커졌다. 때문에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 중심의 새누리당, 친문(친문재인) 중심의 민주당을 제외한 비박(비박근혜), 비문(비문재인) 그룹의 정계개편 구상이 정치권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 여당의 탈당 러시가 정계개편을 촉발하나

김무성 전 대표의 대선후보 불출마 선언 이후 비박 의원의 탄핵 연판장 서명이 향후 새누리당의 분당과 정계개편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친박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에 나선 비박과 분당을 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 의원의 탈당 또는 분당은 정계개편의 서막이 될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친박과 친문이 아니라면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2. 제3지대와 제4지대는 어떻게 다른가

이미 야권은 올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나눠져 정계개편의 씨앗을 뿌려놓았다. 여기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제3지대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국민의당을 제외한 정치권의 영역을 제3지대로 보았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친박과 친문을 뺀 제3지대가 바로 국민의당임을 강조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의 새누리당 탈당과 김무성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으로 제4지대가 부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친박 중심의 새누리당, 친노 중심의 민주당, 민주당 탈당세력의 제3지대, 새누리당 탈당세력의 제4지대로 분류하고 있다. 제3지대와 제4지대가 친박·친문 패권주의 청산을 고리로 해 합쳐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3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김종필 증언록’ 출판기념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 네 번째부터)등이 기념 떡을 자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3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김종필 증언록’ 출판기념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 네 번째부터)등이 기념 떡을 자르고 있다. / 연합뉴스

3.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어떻게 되나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계개편은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제3지대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운찬 전 총리, 천정배 전 대표 등이 대권주자로 거론된다. 여기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한 후 제3지대를 선택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제3지대의 확장은 민주당의 대선후보 확정 이후 이뤄질 수도 있다. 유력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세론을 앞세워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거나 되기 전 민주당에서 비문 후보를 중심으로 비문 세력이 탈당 후 제3지대를 선택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4지대는 새누리당 탈당파를 중심으로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보수개혁의 대선후보들이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친박들이 새누리당 주도권을 계속 틀어쥐고 있을 경우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유승민 의원이 탈당한 후 제4지대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제4지대 대권후보는 제3지대 대권후보와 연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 친박의 대권후보와 민주당의 대권후보 외에 제3·4지대의 대권후보가 경합하는 3파전을 예상할 수 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제4지대의 정치인들이 제3지대와 결합하지 않고 새로운 보수신당을 창당한 후 대권주자를 내세울 수도 있다. 이 경우 4파전을 예상할 수 있지만, 새누리당을 흡수 통합한 후 보수 대표주자를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도 새로운 보수신당 후보와 민주당 대권후보, 제3지대 대권후보로 3파전이 벌어지게 된다.

4. 정계개편과 개헌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되나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주요 동력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가 유력 대권주자들의 가세다. 반기문 총장이 제3지대로 간다면 제3지대론이 다시 활활 불붙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동력은 개헌이다. 개헌을 매개로 할 경우 정계개편은 활발해진다. 개헌을 하게 되면 일단 현행 헌법을 토대로 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구도가 허물어지게 되는 셈이다. 제3정당의 역할이 커질 수도 있다. 게다가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이 이뤄질 경우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과 총리를 꿈꾸는 정치인으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게 된다.

새누리당 비박에서는 개헌을 위해 현 대통령의 임기 단축까지 할 수 있다는 제의를 내놓고 있다. 민주당 중심의 대권 흐름을 어떻게든 바꾸겠다는 시도다. 개헌이 될수록 정계개편의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된다.

5. 정계개편이 성공할 가능성은 있나

제3지대론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변수는 많으나 상수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늘 ‘가능성이 있기는 있다’는 평가만 받고 있다. 상수는 제3지대를 자처하고 있는 국민의당 세력이 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대권후보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변수는 무수히 많다. 우선 새누리당의 탈당파 규모가 변수다. 분당 여부도 지금 상황으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 여기에 유승민 의원의 가세 여부도 변수로 존재한다. 반기문 총장의 제3지대행도 지금 상황으로서는 알 수 없다. 제3지대와 제4지대의 결합 여부, 제4지대 정치인과 새누리당의 재결합 여부, 개헌, 조기 대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등 무수한 변수가 정계개편 앞에 존재하고 있다. 만약 탄핵-헌재 판결-조기 대선으로 정국이 빠르게 흘러갈 경우 가능한 변수는 줄어들고 정계개편의 가능성 역시 점점 줄어들 수도 있다.

“제3지대와 제4지대 연결고리 약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정계개편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보나.

“대선은 지역 기반과 세대 기반이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 그런데 제3지대는 아직 뚜렷한 지역과 세력 기반이 없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결합하면 충청이라는 지역 기반이 생길 수 있다. 새누리당 탈당파의 경우도 탄핵 찬성 의원들이 탈당해야 정계개편의 힘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의 선택이 중요하다. 일단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이후에나 정계개편의 움직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제3지대와 제4지대를 구분해야 한다고 보나.

“제3지대의 걸림돌은 국민의당이다. 이미 국민의당이 제3지대를 선점해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제3지대가 뿌리내리기 쉽지 않다. 제3지대와 제4지대의 연결고리는 약하다. 제4지대의 정치인들은 새누리당이 친박을 청산하면 다시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탄핵 국면에서 여론조사를 해보면 전화면접조사와 자동응답전화(ARS)에서 새누리당 지지도에 차이가 있다. 전화면접원이 직접 통화한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도가 ARS보다 낮다. 새누리당 지지자이지만 드러내놓고 새누리당 지지자라고 말하지 않는 ‘샤이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는 누가 이기든 결국 51대 49의 구도를 만들 것으로 본다.”

정계개편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나.

“민주당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국민의당 역시 마찬가지지만 제3지대로의 결합이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제3지대와 제4지대가 결합하고 여기에 반기문 총장이 결합해야 정계개편은 성공할 수 있다. 개헌 역시 마찬가지다. 정계개편에는 이런 여러 가지 합당한 조건들이 필요하다. 만약 손학규 전 대표나 김종인 전 대표처럼 개헌론자가 과도내각의 총리가 되었더라면 정계개편의 가능성이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정계개편은 지금 추진세력이 마땅히 보이지 않고 여러 조건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탄핵 국면에 들어서는데,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내린 후 조기 대선에 들어가게 되면 정계개편은 점점 더 어렵게 된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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