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민주당 전체가 ‘을 지키는 위원회’ 돼야”

글·권순철 기자
2013.12.31

‘을지로위’ 우원식 위원장 “공정위 제 역할하면 우리가 왜 나서겠나”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이 이끄는 을지로위원회(을을 지키는 길 위원회)가 기업들의 ‘경계대상 1호’가 됐다. 특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가맹점에 불공정행위, 이른바 ‘갑질’를 일삼는 기업들에 을지로위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한 정당의 일개 특위가 상설사무국까지 두고 갑의 횡포로부터 을을 대변해온 것도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 5월에 설립된 을지로위는 현장 중심의 정당활동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을의 눈물’을 닦아주려 노력했던 우원식 을지로위원장을 만나 그동안의 활약상을 들어봤다.

[표지이야기]“민주당 전체가 ‘을 지키는 위원회’ 돼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어떻게 시작됐나.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은 50대 유권자층에서 새누리당에 100만표 차이로 졌다. 10년 전에는 50대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보다 노무현 후보를 더 많이 선택했다. 50대는 지금 신불안층이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자녀들 결혼도 시켜야 한다. 한때 민주당 지지자였던 사람들이 지금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불안해진 것이다.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층을 위한 정당이라고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은 삶이 불안해지자 민주당을 떠나고 있다. 

민주당이 구호만 외쳤지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그동안 현장정치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서민층의 지지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현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갑의 횡포로부터 을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을지로위원회라고 네이밍했다.”

남양유업 사태 해결에 많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다.
“남양유업 사태 때 남양유업 팀장이 한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하는 동영상이 나오면서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에서 농성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회사의 이미지도 나빠지고 있었고 매출은 계속 떨어졌다. 

을지로위가 회사를 방문해 회사와 대리점주들이 직접 만나서 얘기하도록 중재했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대리점주들을 모아 또 다른 조직을 만들어 대응했다. 이렇게 해서 양측의 대화는 깨졌다. 

몇 차례의 회의 끝에 협상이 타결됐다. 을지로위는 회사 측에 협상이 타결되면 중재를 했던 민주당이 앞장서서 남양유업 우유를 마시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해서 협상이 타결된 다음날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이 남양유업 우유를 마시기도 했다. 협상이 타결되고 2개월이 지나서 그동안 감소했던 매출이 다시 회복됐다.”

그동안 을지로위의 활약상과 성과를 얘기해 달라.
“정치의 기능에 입법활동과 예산 및 결산 심사활동도 있지만 특히 중요한 기능이 갈등조정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을지로위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참여연대, 을비대위, 경제민주화국민행동본부, 에듀머니 등과 함께하고 있다. 

을이 억울한 사안을 갖고 오면 우선 민주당 법률위원회에서 불공정인지, 불법인지 판단한다.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면 의원들이 직접 해당 회사를 방문해서 상황을 살피고, 갈등을 조정하게 된다. 을지로위는 지금까지 120여건의 상담을 하고, 60여차례 현장을 방문했으며, 14건의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물론 체결된 곳이 모두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대리점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 등 입법활동도 하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의 활동이 ‘정치적 쇼’ 또는 ‘소영웅주의’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우리의 활동을 과소평가하기 위한 사람들의 말이다. 만약 을지로위가 한두 번 하고 말았으면 그런 비판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을지로위는 지금까지 7개월여 동안 지속됐다.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갑이 아닌 을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을에 대해 무관심해 왔다. 을지로위는 그동안 유통분야에서 시작해서 비정규직, 가계부채 등까지 을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 왔다.”

민주당 을지로위가 기업 경영을 위축시킨다고 일부 기업에서는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을지로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위법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회사와 현장을 방문한다. 기업이 문제가 없다면 주눅들 필요 없다. 우리가 하는 역할은 불공정거래를 바로잡는 일이다. 불공정거래의 피해자들이 우리한테 오면 우리는 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 기업이 공정거래를 통해 성장해야지, 대리점을 착취해서 성장하면 안 된다.”

최근에는 대리점과 가맹점 등이 을지로위만 믿고 기업에 지나친 요구를 한다는 말도 있는데.
“그런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우리도 몰랐지만 조사하다 보면 그런 사례가 나온다. 그럴 경우 가차없이 조사대상에서 제외시킨다. 을지로위가 조사를 진행하다가 중단한 곳도 여러 곳 있다. 또한 상생협약서를 만들 때도 을이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은 뺀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민주당 을지로위의 활동이 정부기구인 공정거래위원회를 무력화시킨다는 지적이 있다.
“을지로위가 행정권력을 침해한다고 하는데 공정위가 제대로 했으면 우리가 나서지도 않았다. 공정위는 배상면주가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1년 조사하고 과징금을 겨우 700만원 부과하는 데 그쳤다. 국순당의 경우도 4년 조사해서 1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하지만 그 사이 대리점 피해자들은 모두 고사된다. 그리고 피해자들에게는 어떤 보상금도 없다. 공정위의 불공정거래 조사팀은 인력이 10명에 불과하다. 조사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정위의 일부 기능을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발의해놓은 상태다.”

국회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 문제를 놓고 여야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국회사무처에서 2년 전에 비정규직 직원들과 관련해 일부는 직접고용했고. 일부는 간접고용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서 하지 못했다. 그 사람들이 국회 청소노동자들이다. 그 당시에 박희태 국회의장 등이 간접고용이 끝나는 올해 말에 직접고용해 주기로 약속했다. 

사실 처음에는 새누리당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 정부가 제4차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새누리당의 태도가 바뀌었다. 이 대책에는 55세 이상의 노동자들을 대부분 사업장에 파견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시 약속한 대로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운영위에서 이 문제를 내년 1월까지 논의하기로 미뤄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용역계약이 올해 말에 끝나는 만큼 올해가 가기 전에 직접고용해줘야 한다.”

민주당 을지로위는 언제까지 지속되나.
“을지로위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나는 당 전체가 을지로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민주당은 거대한 선거기획사나 다름없다. 민주당은 말로는 민생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민생을 등한시해 왔다. 

지난 10년 동안 민주당은 민생을 챙기지 않아 지지자들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지난 1987년 6월항쟁 때 명동성당에서 경찰에 쫓겨 남대문시장에 가면 상인들이 격려해줬다. 

하지만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남대문시장을 방문했을 때 상인들의 민주당에 대한 시선이 따가웠다. 민주당에 10년 동안 정권을 맡겨줬지만 그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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