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꿈★은 또 이루어진다

임석빈 인턴기자
2010.06.01

‘붉은 악마’의 월드컵 응원, 이번에는 ‘FOREVER ALWAYS KOR.’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차갑다. 6·2 지방선거와 천안함 사태 등 굵직한 사회적 이슈로 인해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후순위로 밀렸다. 한창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으로 시끄러워야 할 방송도 중계권을 두고 벌어진 방송 3사의 다툼으로 싸늘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서포터스인 붉은악마의 월드컵 준비가 한창이다.12번째 선수 ‘붉은악마’의 월드컵은 이미 시작됐다.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붉은악마 서울지부 회원들이 에콰도르와의 경기가 벌어질 경기장 관중석에서 응원을 펼치기 위해 하루 전날인 5월 15일 카드섹션을 배치하고 있다. |원상희 기자

붉은악마 서울지부 회원들이 에콰도르와의 경기가 벌어질 경기장 관중석에서 응원을 펼치기 위해 하루 전날인 5월 15일 카드섹션을 배치하고 있다. |원상희 기자

붉은악마 월드컵 원정응원단장 박창현씨(42)는 지난 4월 8일부터 열흘 간 일정으로 남아공 현지 사전답사를 다녀왔다. 월드컵 원정 응원단의 숙박과 이동 등을 미리 점검하고 월드컵 응원단을 차질 없이 이끌기 위한 준비였다. 이번 월드컵 원정 응원의 여건은 썩 좋지 않다. 남아공 현지 치안 상태가 좋지 않고, 원정 응원 규모도 여느 때보다 작다. 이 때문에 이번 사전답사는 더욱 철저하고 꼼꼼하게 진행했다.

70여명 규모 원정응원단 준비
이번 사전답사에서 박씨가 특히 신경을 쓴 것은 ‘안전’이었다. 남아공 현지가 치안이 불안하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현지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08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년 동안 하루 평균 50여 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고, 노상강도 사건은 하루 평균 200여 건에 이른다. 월드컵 개막을 20여 일 앞둔 5월 14일 아르헨티나와의 조별 예선 2차전이 열릴 요하네스버그에서는 한인 사업가가 현지 범죄 조직에 납치된 사건도 발생했다. 다행히 나흘만인 5월 20일에 풀려나긴 했지만 여전히 현지 치안은 불안하다.

이런 불안한 현지 사정 때문에 나이와 경험이 많은 박씨는 자진해서 원정응원단장을 맡아 사전답사를 갔다. 현지를 둘러본 박씨는 큰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인회 등 현지 교민과 외교통상부 관계자를 만나서 치안 문제를 의논했다”면서 “밤에 혼자 거리를 돌아다니는 등 특별한 돌출 행동만 없다면 안전하게 응원하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건도 썩 좋지 않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500명의 대규모 원정응원단은 이번엔 70여 명으로 줄었다. 거리가 멀고, 비용이 비싸며, 치안까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박씨는 붉은악마의 응원소리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현지 교민들과 월드컵 방송 관련 연예인도 있어서 어느 정도 규모는 될 겁니다. 이전보다 더 크고 멋지게 응원하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상암축구장서 새 카드섹션 선보여
축구대표팀은 5월 16일 월드컵 출정식을 앞두고 열린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2대0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열린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90분 내내 응원의 열기로 가득했다. 대표팀 경기에 빠질 수 없는 각종 응원가와 응원도구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특히 이날 경기 전에는 특별한 응원이 펼쳐졌다.

‘FOREVER ALWAYS KOR.’ 남아공 월드컵 개막 전의 마지막 국내 경기를 위해 붉은악마가 카드섹션을 준비한 것이다. 카드섹션 응원은 관중석을 메운 관중이 일제히 사전에 준비된 카드섹션을 들어 준비한 커다란 응원문구를 보여 주는 것이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수놓은 ‘FOREVER ALWAYS KOR.’는 많은 국민의 기억 속에 생생한 ‘꿈★은 이루어진다’의 2010 남아공 월드컵 버전인 셈이다.

지난 5월 16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평가전에 앞서 붉은악마 응원단이 카드섹션 응원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 16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평가전에 앞서 붉은악마 응원단이 카드섹션 응원을 펼치고 있다.

경기 전날인 15일 낮 12시.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시끌벅적했다. 100여 명의 붉은악마 서울지부 회원이 카드섹션 응원을 준비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대부분 20, 30대 젊은 남녀다. 이날 붉은악마가 준비한 카드섹션은 1만8000장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카드를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100여 명의 인원이 줄을 선다. 2, 3명씩 짝을 지어 포장된 카드를 관중석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힘들다” “무섭다”는 웃음 섞인 비명이 터져 나온다.

이현정씨(30)는 “선수들이 땀 흘리는 만큼 우리도 함께 뛰는 것”이라면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에 가입한 이씨는 본격적으로 서포터스 활동을 하면서 축구가 더 좋아졌다고 한다. 이씨는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면서 “오늘 우리가 고생했으니 내일 평가전은 꼭 이길 것”이라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붉은 악마의 정성과 열정 담아

박창현 붉은악마 원정 응원단장이 이동 경로 파악 등을 위해 4월 12일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벌어질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을 방문했다. | 붉은악마 제공

박창현 붉은악마 원정 응원단장이 이동 경로 파악 등을 위해 4월 12일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벌어질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을 방문했다. | 붉은악마 제공

1만8000장의 카드를 관중석으로 옮기는 준비 과정만 1시간가량 걸렸다. 이후 100여 명이 10개 팀으로 나뉘어 ‘FOREVER ALWAYS KOR.’라는 문구에 맞게 관중석 의자에 흰색과 빨간색 카드를 배치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바로 합류한 장경진양(17)은 교복도 갈아입지 못한 채 작업에 몰두했다. 장양이 붉은악마 활동을 시작한 것은 2개월째로, 실제로 응원준비를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장양은 “이렇게 준비한 카드섹션이 내일 경기장을 가득 채울 것을 생각하니 두근거린다”면서 “보기만 하다가 직접 응원 준비를 해 보니 재미있다”고 즐거워 했다.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시간을 아껴서 축구 응원을 다닌다는 장양은 “축구를 보는 것보다 응원하는 것이 더 좋아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5분 남짓의 카드섹션 응원을 위해 이날 붉은악마는 5시간동안 관중석에 카드를 배치했다. 현장을 총괄한 한승희씨는 “남아공까지 함께 가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과 최선을 다해 달라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뤄진 응원”이라고 말했다. 에콰도르와의 경기에서 관중석을 가득 메운 카드섹션은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사상 첫 원정 16강을 바라는 붉은악마의 땀과 정성이 담긴 열정이라는 것이다.

월드컵 중계권 2차대전

오는 6월 11일 벌어질 ‘지구촌 축구 전쟁’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중계를 두고 지상파 방송 3사가 그들만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벌이진 스포츠 중계권 2차대전이 진행 중인 것이다.

현재까지는 SBS의 남아공 월드컵 단독중계가 굳어지는 형국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4월 23일 지상파 3사에 월드컵 중계권 매매 관련 협상을 성실히 추진한 뒤 5월 3일까지 방통위에 결과를 보고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3일 지상파 3사의 보고서를 받아 들어간 분석 작업은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는 “강제조정 권한이 없기 때문에 방송법에 규정된 중계권료 5% 이내의 과징금 부과 여부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방송 3사는 공식적으로 협상이 결렬된 상태로 방통위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상태다. 지상파 3사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관계자들이 만나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의견 차이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단독으로 중계권을 사들인 SBS는 “아직은 협상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공동중계에 대한 태도는 단호하다. SBS 입장의 핵심은 한국과 북한의 예선 6경기와 개막·결승전 등 8경기는 단독중계를 하겠다는 것이다.

SBS 관계자는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중계에서 SBS가 철저히 배제된 만큼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펼쳐질 아시아 국가 경기는 SBS가 중계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다”고 말했다. 판매가격보다는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메인 경기를 독식하겠다는 의미다.

SBS의 강경한 태도를 두고 MBC와 KBS는 ‘말도 안되는 요구’라고 반발하고 있다. KBS 관계자는 “물리적 시간이 허락할 때까지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SBS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제시해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밝혔다.

협상 조건을 살펴보면 지상파 3사의 시각차가 현저하게 드러난다. SBS는 MBC와 KBS에 앞서 언급한 주요 8경기 단독중계와 각각 408억원과 316억원의 중계권료를 제시했다. 또 KBS는 광고수익을 올릴 수 없는 KBS1 채널에서만 중계해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반면에 MBC와 KBS는 한국 경기를 포함한 주요 경기를 공동중계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가격은 각각 240억원, 96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경기에 중계에 대한 입장 차이는 물론 매매 가격만 적게는 160억원, 많게는 2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협상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터넷 중계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역시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SBS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입장 차이가 크다.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료는 평균 5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남아공 월드컵 중계료는 평균 2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SBS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업체는 없지만 몇몇 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인터넷 중계한 다음커뮤니케이션도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임석빈 인턴기자 zomby011@hanmail.net>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