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개각 후폭풍

정 후보자, 털어도 ‘먼지’ 안 날까

최영진 기자
2009.09.22

민주당 인사청문회 앞두고 ‘철저 검증’ 벼려

‘9·3 개각’으로 청문회를 대비하고 있는 7명의 총리·장관 후보자.<br />왼쪽부터 정운찬 총리,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 이귀남 법무부장관, 임태희 노동부장관, 김태영 국방부장관, 백희영 여성부장관,주호영 특임장관 후보자.

‘9·3 개각’으로 청문회를 대비하고 있는 7명의 총리·장관 후보자.
왼쪽부터 정운찬 총리,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 이귀남 법무부장관, 임태희 노동부장관, 김태영 국방부장관, 백희영 여성부장관,주호영 특임장관 후보자.

'전쟁’이 시작됐다. 상대방의 문제점을 파고들어야 하는 쪽과 그 문제점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쪽의 전쟁이다. 양측은 창과 방패가 되어 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밀리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9·3 개각으로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7명의 총리·장관 후보자와 야권·언론이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을 준비 중이다.

8월31일 대통령실 조직 및 인사 개편은 별다른 마찰 없이 지나갔다. 이때 가장 주목받은 인사는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다. 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장관으로 있으면서 고환율 정책과 부자 감세 정책 등으로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지만 이번에 경제특별보좌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는 “강 전 장관의 재기용은 최근의 경기회복 기미를 틈타 친부자·친재벌 정책으로 전면 회귀하려는 시도로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권재진 전 서울고검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김준규 검찰총장과 이번에 내정된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가 민정수석비서관의 후배 기수이기 때문이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철저한 검찰 조직문화를 생각하면 민정수석이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휘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비서관과 보좌관은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8월31일 단행된 대통령실 조직 및 인사개편은 큰 논란 없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9월3일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세 번째 개각이 단행된 후 국회에는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날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 이귀남 법무장관, 임태희 노동부장관, 김태영 국방부장관, 백희영 여성부장관이 새롭게 내정됐다. 그리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 주호영 의원이 특임장관에 각각 내정됐다. 9월8일 국회에 장관 후보자 5명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이 접수됐고, 9월9일 정운찬 총리 후보자와 주호영 특임장관 후보자 요청안이 제출됐다. 그리고 9월15일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 및 주호영 특임장관 후보자, 16일 임태희 노동부장관 후보자, 17일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자, 18일 김태영 국방부장관 후보자와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각각 예정돼 있다. 그리고 9월21일부터 22일까지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은 청문회 준비에 들어갔고, 이에 발맞춰 총리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 기사가 언론을 통해 나오기 시작했다.

논문 중복 게재·소득세 탈루 의혹
단연 주목을 끄는 인사는 정 총리 후보자다.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야권은 정 총리 후보자에게 검증의 칼날을 집중적으로 겨누고 있다. 청문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정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학자 출신 인사는 인사검증 때 ‘논문’ 관련 의혹이 발목을 잡아왔다. 정 총리 후보자 역시 논문 의혹에서 비켜나지 못했다. 정 총리 후보자가 서울대 교수 시절에 쓴 논문 가운데 일부가 여러 학술지에 중복 게재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2000년에 쓴 우리말 논문을 영역해 1년 후 다른 학술지에 실은 것도 확인됐다. 논문 이중게재 논란과 함께 소득세 탈루 의혹도 나왔다. 인터넷 도서 판매업체인 ‘예스24’ 고문으로 일하면서 받은 6000여 만원에 대한 소득신고가 누락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소득세 탈루 의혹은 공무원법 위반 논란으로 번졌다. 서울대 교수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고,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는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병역 문제도 터져 나왔지만 정 총리 후보자는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신체검사를 받거나 입대를 지연한 적이 없다”고 대응했다. 야권에서는 “세종시 원안 추진은 어렵다”는 정 총리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백원우 의원을 포함해 대변인 출신의 최재성 의원, 충북 출신의 김종률 의원, 경제관료 출신의 강운태 의원을 청문위원으로 선정해 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또한 원내대표를 지낸 원혜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총리청문 태스크포스팀(TFT)을 조직해 이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재성 의원은 인사청문 TFT 첫 회의에서 “(정 총리 후보자가)지금까지 부풀려진 이미지로 살아온 것은 아닌지, 밑천 없이 ‘대박’만 터뜨리는 불로소득의 인생은 아니었는지 국민적 잣대로 분명히 검증해야 한다”고 벼르기도 했다. 서울대 총장 출신의 진보적인 학자로 존경받던 정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임태희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인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는 여성계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 관련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영양학자라는 약점 때문이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은 “백희영 서울대 교수의 여성부장관 내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백 장관 내정자는 해당 전공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성을 갖춘 우수한 인물일 수 있으나 이 시대의 여성부를 최선의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에는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학자 출신의 백 후보자도 논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9월10일 자유선진당은 백 후보자가 제자들의 석사 논문을 가로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백 후보자는 자신이 지도하는 제자의 학위 논문을 ‘한국영양학회지’에 실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공동저자로 올렸다는 것이다. 한국영양학회지를 발간하고 있는 한국영양학회는 백 후보자가 회장으로 몸담았던 곳이다. 자유선진당 박현하 부대변인은 “제자의 논문은 모두 지도교수의 것이냐”면서 “이는 논문 표절보다 더 비난받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임태희 노동부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다. 9월9일 민주당 김상희의원실은 ‘부처는 노동부, 장관은 귀족’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임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미성년자녀의 주식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김상희의원실에 따르면 중립의 의무를 지켜야 하는 공무원 신분으로 임 후보자의 장인 선거 때문에 위장전입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군복무 중에 특수대학원이 아닌 일반대학원에 다녔다는 것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

본격적으로 청문회가 시작되는 9월 중순에는 이들 총리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더욱 많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9·3 개각을 통해 화려하게 등장한 7명의 인사들이 모두 청문회를 통과할 것인지, 도중에 어떤 후보자가 낙마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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