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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일각 ‘9월 금융대란설’

2008.08.19

외국인 단기외채 대거 매도… 달러 부족으로 환율·금리 급등

서울의 한 증권사 객장의 주가시세판 앞에서 한 투자자가 떨어진 주가에 낙담한 채 앉아 있다. 최근 외국 자본 6조 원 이상이 한국을 떠났다. <우철훈 기자>

서울의 한 증권사 객장의 주가시세판 앞에서 한 투자자가 떨어진 주가에 낙담한 채 앉아 있다. 최근 외국 자본 6조 원 이상이 한국을 떠났다. <우철훈 기자>

금융권 일각에서 ‘9월 금융대란설’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9월 만기인 단기외채를 대거 매도, 달러 부족으로 환율과 금리가 급등하는 금융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위기론의 요체다. 게다가 경제수장 강만수 장관이 이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과연 있느냐는 회의론에서 9월 위기설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무슨 소리냐”라고 펄쩍 뛰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위원장도 지난 8월 5일 “근거 없는 얘기”라면서 “9월 만기 외국인 보유채권의 규모가 8조 원에서 6조 원으로 줄어든 데다 이들 채권 대부분이 국고채나 통화안정채권에 묶여 있어서 대규모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금융위기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단지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만이 아니다. 물가불안, 경제구조의 이중성 등 좀 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경고음도 높아지고 있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과)는 “위기론의 핵심은 외환”이라고 규정하고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지기(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신용경색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금융기관이 수익이 나빠짐에 따라 제3세계에 투자한 자산을 팔아 유동성 악화에 대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다행히 9월 위기를 넘긴다고 하더라도 미국 경기가 당장 회복될 가능성이 적은 만큼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금융대란만이 아니라 국제금융위기로 확산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외국인들은 7월 한 달 동안 국내 상장주식을 6조3000억 원 어치 순매도했다. 상장채권시장에서도 2조70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팔아치웠다. 외국인들은 지난 2년 5개월 동안 상장채권시장에서 순매수를 기록해온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근거 없는 얘기” 정부 해명 불구 확산
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엄존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라고 불린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은 “외국 자본은 한국 주가가 1500선 밑에서 사고, 위에서 파는 양상을 보여왔다”면서 “최근 ‘셀코리아’에 대해선 그런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내년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국제 자본이 일시적으로 한국을 떠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대외순채무는 약 3800억 달러다. 세계금융시장에서 자기자본율(BIS)이 8% 정도면 안전하고 14%를 넘으면 우량 은행으로 분류한다. 이론적으로 우리 은행이 400억 달러 정도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으면 외환위기로 규정할 수 없다. 한국은 250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외환위기가 아니라 장기 경기침체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이다. 9월 위기설이 실체가 있든 없든,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 경기가 회복될 징후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외 경제 환경은 더욱 나빠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무역학과)는 “지금이 위기가 아니면 뭘 위기라고 하느냐”면서 “외환위기라기보다 ‘총체적 위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외환위기설과 관련해 “대외경제의 침체와 원자재가격의 상승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환율정책 오류가 만들어낸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정책 기조의 수정 없이 외부 경제 환경에 취약한 한국의 구조적 경제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 위주의 정책기조 유지→경제구조의 양극화 심화→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연쇄 도산→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지방건설업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 전국에 미분양된 아파트는 25만 채로 추산되고 있다. 미분양으로 묶인 자금은 50조 원에 육박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올리면서 건설업계에 대한 자금 압박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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