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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경제팀 연말까진 지켜보자”

2008.08.19

“누가 해도 뾰족한 수 없다” 입장… 물가안정 우선 정책 지지

지금 여권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보는 시각은 대략 세 갈래다.
“이명박 대통령에 누가 되고 있다.”
“연말까지는 가보고 난 뒤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
“아직까지 물러날 정도의 큰 잘못을 한 것은 아니다.”
당·정 라인의 공식적인 선상에 있는 여권의 경제정책 전문가들은 대부분 강만수 장관의 경제팀을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임태희 정책위 의장이 대표적이다. 정책위의 경제 관련 담당인 제3정책조정위원장 최경환 의원도 임 의원과 거의 같은 입장이다. 최 의원은 “지금 당·정의 협조관계가 좋다”면서 “정부의 경제팀과 잘 협의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강 장관이 여야 가릴 것 없이 비판받고 있는 고환율 정책에 대해 최 의원은 “지금 어느 나라에서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곳이 없다”면서 “개입이 너무 거칠어서 좀 더 세련되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신임 확인 후 비판론 주춤
최 의원은 “외부의 경제 여건이 너무 어려워서 누가 이끌어도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속된 말로 강 장관 할아버지가 와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며 적극적으로 강 장관을 옹호하고 나섰다.

여권의 정책위 라인은 물가안정을 우선시하는 강 장관의 정책 선회를 적극 지지했다. 최 의원은 “일단 물가안정이 우선이고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보완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 의장은 “민생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돼야 한다”면서 “당·정이 이를 위해 서민물가의 안정과 서민의 유동성 위기 해결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장은 “단기적으로 민생 경제 안정에 주력하고, 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선으로 경제전문가인 나성린 의원 역시 강 장관에 대해 임태희·최경환 의원과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나 의원은 “국회가 열리지 않았는데 정부가 국회의 도움 없이 어떻게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쓰겠냐”면서 “제대로 된 경제정책이 나오고 난 뒤 강 장관을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 제3정조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얼마 전까지 강 장관 경질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여권 내의 분위기를 전한 나 의원은 “경제정책에서 사람 교체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강 장관의 교체 주장을 반대했다. 장관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이고, 대통령이 신임하는 만큼 여당에서는 애정어린 비판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나 의원은 “물가 안정 후 경제 성장이라는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연말에 가서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 역시 강 장관에 대한 평가 시점을 연말 또는 내년 초로 잡았다. 여권에서는 올해 말이 강 장관 경제팀의 최대 고비가 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강 장관의 경제정책이 성과를 얻는다면 그대로 가도 된다는 시각이다.

강 장관과 대립각을 세웠던 여권 경제전문가들도 서서히 혹독한 비판을 거둬들였다. 무엇보다 강 장관 경제팀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강 장관과 관련한 여권 전문가들의 발언도 예전보다 신중해졌다.

일부선 “대통령에 누 되고 있다”
지난 4월 강 장관과 추경 논쟁을 벌인 이한구 의원(당시 정책위 의장)은 “그때는 추경의 요건인 경기 침체가 합당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9월 심의에서 그동안 경기 침체가 반영된다면 추경의 요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미국의 관점대로 연속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본다면 경기 침체라는 요건에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추경에서는 ‘선심성’이라는 내용도 있다”면서 “야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도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에 완강하게 반대했던 이 의원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어려워진 경제적 상황이 결국 추경을 주장하는 강 장관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강 장관을 상대로 고환율 정책을 매섭게 비판했던 김성식 의원은 여전히 강 장관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갖고 있다. 김 의원은 “강 장관이 초기에 잘못된 경제정책을 썼다는 것은 경제를 좀 아는 의원들에게는 상식에 속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 대해서는 강 장관팀에 나름대로 점수를 주었다. 김 의원은 “저환율 정책으로 돌아서는 데 정부가 개입한 것은 잘못 끼운 첫단추를 다시 끼우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라인에 있든 있지 않든, 여권에서는 똑같이 강 장관에 대해 ‘신뢰’ 차원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기업에서도, 그리고 국민들이 강 장관의 경제팀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고환율에서 저환율로 급격하게 좌표를 수정한 이유 때문이다. 한 초선의원은 직설적으로 “당에서는 강 장관 경제팀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며 당내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성식 의원은 “경제에서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지금은 일단 강 장관 체제로 가겠지만 시장에서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나중에는 경제팀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관료 출신인 박종근 의원은 “경제정책이 춤춘다”라는 표현으로 강 장관의 정책을 꼬집었다. 박 의원은 그 원인을 신뢰성의 약화로 보았다. 박 의원은 “국민에게 경제가 제대로 될 것이라는 신뢰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좀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너무 현안에 매달려 단기적인 처방만 내놓고 있다는 것도 박 의원은 신뢰 상실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한구 의원은 강 장관의 경제팀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소통의 문제로 해석했다. 강 장관이 진정성을 갖고 있더라도 시장이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강 장관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정부에서 ‘아’라고 해도 국민들이 ‘어’라고 들으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시중에서 경제전문가와 기업인들이 저평가한다면 아무리 (정부에서)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대책이 없다”며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정 정책라인에 있는 여권 의원들 역시 강 장관 경제팀에 대한 신뢰를 아쉬운 점으로 보았다. 나성린 의원은 “당내에서 강 장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강 장관이 사교적이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은 “강 장관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의 소지가 있긴 있었다”고 시인했다. 최 의원은 “시장에서 정부의 정책이나 경제팀에 대해 ‘못 믿겠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그런 불신이 없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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