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리더

“환경운동도 스마일운동처럼 번질 것”

2008.04.29

기후변화센터 홍보대사 박상원씨, “환경문제는 목 끝에 와 있는 절실한 문제”

[환경리더]“환경운동도 스마일운동처럼 번질 것”

15년이나 쓰고 있는 그의 사무실에는 신기한 물건이 많다. 외국의 주유기, 타자기, 분해되어 있는 TV, 골동품처럼 보이는 사진기, CF에서나 볼 수 있는 클래식 자전거까지 마치 골동품점에 온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팬들이 보내준 편지와 사진,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대본까지 잘 정리되어 있다. 특히 사무실 벽면에 걸려 있는 수많은 사진과 그림을 보면 그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가 앉아 있는 책상 뒤에는 멋드러진 풍경 사진이 있는데, 30년 경력이 묻어나는 사진 실력을 보여준다. 그는 “컴퓨터에는 감정이 없어서 이메일은 이용하지 않는다”면서 우표를 붙이는 노란 봉투와 문방구에서 살 수 있는 편지지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평생 30통도 안 써봤다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까지, 배우 박상원의 삶은 아날로그적이다. “기후변화센터 홍보대사를 왜 맡았을까”라는 의문은 사무실 풍경을 보자마자 사라졌다.

대중교통 이용하고 자전거 타고 다녀
“인간도 몸에 열이 나면 아프게 마련이다. 그러니 지구 온난화로 고통받고 있는 지구는 얼마나 견디기 힘든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인가. 남극도 죽어가고 있고, 다양한 생물도 멸종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 기후변화센터 홍보대사를 맡게 됐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연예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머쓱하고 어색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모습을 으쓱하게 만들고 싶다. 예전에 스마일 운동이 번진 것처럼, 환경운동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는 명예변호사 1호, 월드비전 친선대사, 한국근육병재단,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등 10여 곳 이상의 사회단체에서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모교인 서울예술대학 연기과에서 교수로 강의도 하고 있다. 극단 동랑레퍼토리의 대표를 맡고 있고, 직접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뮤지컬 후배 남경주씨와 함께 만든 공연제작사 ‘Park & Nam’의 예술감독이다. 박상원씨만큼 하루 24시간을 바쁘게 지내는 이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대가도 없는 사회활동을 외면하지 않는 것은 연기자로서 받은 사랑을 사람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기후변화센터 홍보대사를 흔쾌히 맡은 것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또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자식 세대에 환경 문제가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홍보대사를 맡은 후에는 환경과 관련된 세미나도 듣고 여러 책을 보면서 지식도 쌓고 있다. 교토의정서, 팀 플래너리 교수, 탄소 배출의 문제점, 지구 온난화 등 환경 관련 전문 용어가 술술 나오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팀 플래너리 교수가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테이블 끝에 걸쳐 있는 물컵과 같다’고 표현했다. 사실 환경문제의 위험성을 잘 몰랐는데, 알면 알수록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프리카에서는 폭염으로 사람이 죽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한파로 사람들이 죽어나고 있다. 태풍 카트리나는 미국 뉴올리언스를 유령 도시로 만드는 등 지구 온난화는 지구에 가공할 만한 재앙을 만들고 있다.”

박상원씨는 시민들이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고, 전기 사용을 줄여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시민뿐 아니라 기업도 환경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3년부터 탄소 배출 기준이 강화될 것이고, 우리나라 기업도 선진국의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기업 운영이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기업은 이윤만 추구하고 있다고 느낀다. 박상원씨는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도 환경문제는 목전에 와 있는 절실한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자연재해의 피해액이 상상을 초월하고, 자연재해의 규모 역시 과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해지고 있다. 홍보대사로서 이런 정보를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한다.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지인이 많다. 특히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 말과 행동 때문에 환경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 그 파급 효과가 생길 것이다. 꾸준히 환경운동의 필요성을 알릴 것이다.”

박상원씨는 알게 모르게 오래전부터 환경운동을 해왔다. 일회용 물건을 잘 쓰지 않고 있고, 자전거를 타고 다닌 지도 오래됐다. 5월에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철인삼종경기에 나갈 예정이다. 또한 갯벌과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오면서 환경의 중요성도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다. 10월에는 그동안 찍은 사진으로 첫 사진 전시회를 관훈갤러리에서 열 예정이다.

환경 중요성 알리려 첫 사진전 계획
또한 12월에는 산악인 엄홍길, 환경재단 최열 대표 등과 함께 지구 온난화 문제의 상징이 된 남극을 갈 예정이다. 3년 전 에베레스트에 다년 온 후 남극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극에 가기 전 5월에는 네팔에 가서 학교를 지어주는 운동을 펼치고 올 예정이다.

“남극이 보고 싶었다. 그곳의 사진을 찍어서 내년에는 환경 사진전도 열 생각이다. 남극점까지 가는 것은 돈도 많이 들고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에, 30일 정도 일정으로 빈슨 매시프까지 다녀올 예정이다.”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끝난 이후 그의 모습을 TV나 공연 무대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드라마가 끝난 후 몇 편의 작품 제의가 있었지만, 자신과 맞지 않다는 생각으로 거절했다. 현재는 사회단체에서 맡고 있는 홍보대사 역할과 공연 제작 준비와 여행 계획만 세우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일을 못한다고 조바심을 내지도 않는다. 박상원씨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할 정도다. 올 한 해는 여러 가지 활동으로 드라마 출연이나 공연 무대에 올라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의 연기 인생은 벌써 30년이나 됐다. 1978년 연극으로 데뷔하고, 드라마는 군대를 다녀온 후 1985년부터 시작했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인간시장’ ‘모래시계’ 등의 히트작에 출연했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벽을 뚫는 남자’ ‘가스펠’ ‘춘향전’ 등 다양한 뮤지컬에도 출연했다. 그렇게 그는 천천히 성공한 배우의 표상이 됐다.

그리고 이제는 약자와 환경을 위해서 뛰는 활동가로도 인정받고 있다. 배우가 아닌 기후변화센터 홍보대사로서 활동하는 박상원씨의 모습은 우리에게 따뜻한 즐거움을 전해주고 있다. 그의 활동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인간도 몸에 열이 나면 아프게 마련이다. 그러니 지구 온난화로 고통받고 있는 지구는 얼마나 견디기 힘든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인가.”

<글·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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