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리더

한반도 기후 변화 우리가 감시한다

2008.04.29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무장한 기상청 최일선 환경역군들

[환경리더]한반도 기후 변화 우리가 감시한다

기상청 기후변화과학대책과
새 정부는 기상청을 경제부처인 과학기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했다. 기후 변화와 대기 관련 정책 협력을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정순갑 기상청장은 이번 정부 조직 개편의 의미에 대해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국민적 메시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환경부로 이관된 뒤, 기상청에는 지난 3월 3일 새로운 과가 신설됐다. 기후국 산하 ‘기후변화과학대책과’다. 분산적으로 수행해왔던 기후 변화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기동성 있게 체계화하는 조직을 신설한 것이다.

8명 정원의 신생 기후변화과학대책과는 박사학위 소지자 5명을 포함해 거의 모든 구성원이 석·박사인 전문가 집단이다. 전공 분야도 수치모델, 응용기상, 온실기체, 극지 연구 등 다양하다. 길고 외우기 어려운 과 이름만큼이나 하는 일도 복합적이고 전문적이다. 류상범 연구관(이학박사)은 기후변화과학대책과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기후 변화 감시의 첨병’이라고 표현했다.

기후 변화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첫 단계는 원인 규명과 정확한 예측이다. 기상 변동에 대한 관측과 감시는 그 바탕이 되는 활동. 기후변화과학대책과의 임무는 지구환경 변화 감시체계 확충부터 분석과 예측, 그리고 그 예측 자료가 정부와 사회, 산업 등 모든 부문에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홍보하는 일까지 포함돼 있다.나아가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기후산업의 영역 확대와 진흥도 중점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기상학 박사이며 미국 기상청 기후예측센터에서도 5년 가까이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현경 사무관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기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표준 시나리오가 나온다고 해도 사회 각 분야에서 쉽게 가져다 활용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며 “표준화와 부문별 협력, 다리를 놓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과학대책과는 한반도 기후 변화 감시망을 확대해 북한 지역의 생태계 변화, 동아시아는 물론 전 지구의 이상 기상 실황 감시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기후전문가인 류상범 연구관은 “가늠자가 정확하지 않으면 총알이 잘못된 곳으로 날아가듯 기후 변화 대응 대책도 정확한 시나리오에 입각해 세워야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국가 차원의 기후 변화 종합대책은 바로 기후변화과학대책과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렬 기후변화과학대책과장은 “선진국 수준의 기후 변화 과학 정보를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 기후 변화 대응책을 수립하는 데 국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기후 변화 과학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은 기후 변화 위기를 명분으로 자국의 이익을 꾀하려는 세계 열강과의 기후 변화 협상을 선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일류국가 진입의 초석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후 변화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원태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 기후연구팀장

[환경리더]한반도 기후 변화 우리가 감시한다

퀴리 부인 전기를 읽었던 모든 소년·소녀는 한 번쯤 과학자를 꿈꾼다. 그 역시 초등학생 시절, 퀴리 부인과 같은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왜?”라는 질문을 늘 입에 달고 다니며 여러 사람을 괴롭혔다는 그는 그 꿈을 이뤘다. 이름만 들으면 남자로 착각하기 쉬운 그는 나이 50줄에 들어선 지금도 소녀 같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반짝이는 눈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도.
그의 호기심은 여전히 왕성하며 주변에서 직업병 수준이라고 핀잔할 만큼 집요하다. 책을 읽거나 신문기사를 읽을 때마다,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이 기후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늘 생각한다. 과거의 역사를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도 기후 변화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권원태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 기후연구팀장은 국내 기후 변화 연구를 주도하는 인물로 손꼽힌다. 기후연구팀은 기후 변화의 메커니즘 연구, 기후 변화의 영향 평가와 적응에 관한 연구, 이상 기후에 대한 분석, 미래 기후 변화 전망 등을 담당한다. 조직 개편에 따라 실장에서 팀장으로 직책명만 바뀌었을 뿐, 2000년부터 줄곧 국립기상연구소의 기후연구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2000년부터 지금까지 한국 ‘기후변화 연구 대표선수’ 자격으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회의에 참가해왔다. 지난해 발표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IPCC의 제4차 평가보고서의 기후변화과학 분야 작성 과정에 참여한 130여 개국 2500여 명의 과학자 중 유일한 한국인이기도 하다.

“그동안 참 외로웠어요. 관심 갖는 이도 없고 예산도 부족해 기후 변화 관련 국제회의를 늘 혼자 다녀야 했죠. 최근에야 우리나라도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4월 9~1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IPCC 제28차 총회에는 5개 부처의 관계자 10인으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과 함께 참가했거든요.”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자가 드문 데다 걸림돌도 많은 상황에서 그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힘겨운 길을 지나왔음이 틀림없다. 지구 온난화는 과장이고 거짓이라는 주장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반박하는 논리적인 글을 써서 대응했고, 어렵기만 한 기후 변화 과학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 강연과 칼럼 기고 등을 통해 부지런히 대중과 만났다.

권원태 기후연구팀장은 “지금 당장 전 인류가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가속화하고 있는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기에 비해 바다는 변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그동안 대기 온도의 변화보다 수온의 상승폭이 적은 것이 사실. 대기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감소시킨다고 해도 해수 온도는 상당 기간 계속 상승하거나 높은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며, 그로 인한 악영향 역시 엄청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금이라도 줄이면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안이한 생각입니다. 또 기후 변화는 지역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납니다. 우리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질병이 나타날 수도 있죠. 우리나라의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은 우리 스스로 해야 합니다. 부문별·지역별로 각기 대응이 필요합니다.”

그는 “모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과 방법에 관심을 쏟고 있지만 피할 수 없는 기후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지 대비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연안지방은 해수면 상승과 태풍 강화 등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개발을 제한하는 등 국토개발계획에서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팀장은 또 “기상재해 대비책으로 홍수와 가뭄 등 재해지도 작성, 건축물의 건축 기준 강화 등이 필요하며, 보건 분야에선 아열대성 전염병의 증가, 폭염에 의한 노약자들의 피해 증가에 대처할 정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불행히도 아프리카·아시아의 저개발국가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납니다.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해 기후 변화에 적응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죠. 기후 변화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서둘러 사회적 안전망부터 갖춰야 합니다. 지구촌의 일원으로 저개발국가를 지원하는 일, 미래 세대에 지속가능한 사회와 자연생태계를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 역시 우리의 책임입니다.”

윤원태 기상청 기후예측과장

[환경리더]한반도 기후 변화 우리가 감시한다

사람들은 잘 모른다. 다음 달, 다음 계절의 날씨가 어떨지, 장기 기상예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나라가 전 세계에 10여 개국밖에 없다는 것을. 일기예보 안 맞는다고, 실력 형편없다고 기상청 욕만 하는 이들은 모를 것이다. 우리 기상청이 세계 장기예보의 표준을 만들어 각국에 보급하며 세계기상기구(WMO)의 인정을 받는 선두 주자라는 것을.

WMO의 규정에 따르면 장기예보는 11일 후부터 2년까지 날씨를 예측하는 일. 장기예보는 예측 모델과 슈퍼컴을 이용해 수많은 기상 자료를 짧은 시간 안에 계산해야만 이끌어낼 수 있다. WMO에 가입한 전 세계 188개 국 중 장기예보를 할 수 있는 나라는 현재 15개국 정도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WMO가 장기예측 기술력이 있다고 인정해 ‘전 지구 장기예측자료 생산센터’로 선정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9개 국뿐이다. 심사에서 탈락한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브라질 등은 최근 4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한 WMO 전문가 팀 회의에 심사 신청을 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기상 변동의 폭은 갈수록 커져가고 그런 만큼 예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상 재해가 급증하고 있어 조기 경보를 위한 장기예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또 장기예보는 산업정보로서 각광받고 있다. 수출입, 토목, 의류 및 전자제품 생산, 농업 등 산업 전 분야의 계획 수립은 장기예보 정보를 활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윤원태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장기예보 예측을 위한 ‘다중모델앙상블(Multi Model Ensemble)’ 모델을 만들어낸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기예보를 시행하는 나라들은 각기 다른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모델마다 편차가 크다는 점입니다. 각 모델의 장점만 찾아내 결합시킨 ‘다중모델앙상블(MME)’ 기술을 이용하면 더 정확한 예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든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표준화해 정보를 공유한다면 후진국들도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선구적인 아이디어는 세계 기상학계와 WMO의 인정을 받았고, 한국 기상청이 ‘WMO 장기예보 다중모델앙상블 선도센터’의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됐다. 이미 지난해부터 홈페이지를 열고 기상 선진국들의 정보를 수집해 표준화한 뒤 다시 세계 각국에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 내년 3월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WMO 기본체계위원회에서 최종 승인만 떨어지면 세계 선도센터로 공식적인 활동을 개시한다.

그가 ‘다중모델앙상블’ 기술에 대한 논문을 처음 학계에 발표한 것은 미국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던 2002년이었다. 2004년 한국에 돌아와 장기예보 선도센터 유치를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그는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한국이 기상 강국으로 인정받는 것을 시샘한 일본과 중국 등이 국제회의 석상에서 계속 결사 반대 의견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윤원태 과장은 “장기예보는 슈퍼컴을 도입한 이후에야 시작돼 각국의 수준이 도토리 키재기인 상태인데 다중모델앙상블 기술을 우리가 갖고 있는 만큼 한국이 세계 장기예보 분야를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서두르지 않으면 다른 나라가 먼저 선두자리를 빼앗길 것이고 지금이 아니면 우리는 기회를 영원히 놓칠 수 있다고 주장해 사람들을 설득했다”고 회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WMO가 한국 기상청이 세계 장기예보 선도센터로서 역할을 맡도록 잠정적으로 확정해줬다. 그리고 이제 형식적인 최종 승인 절차만 남은 상태다.

그는 “한국이 장기예보 기술의 선도자로 인정받은 것도 좋지만, 그보다 표준화된 장기예보 기술을 전 세계에 보급해 기상 재해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후진국일수록 더욱 취약합니다. 기상 기술이 낙후해 있어 예측만 제대로 한다면 미리 대비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상황인데도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정확한 기상예보 기술은 많은 사람을 살리는 기술입니다.”

그는 “최근 WMO의 장기예보 전문가회의에서 위원들의 박수를 받고 몽골 기상청 관계자로부터 장기예보 선도센터가 제공하는 정보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감사 인사를 받으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며 웃었다.

정희정<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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