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마녀 소굴’이 아닙니다

2023.11.20

▲맘카페라는 세계

정지섭 지음·사이드웨이·1만8000원

직장에 다니다가 전업주부가 된 뒤 5년여 동안 맘카페(육아카페)의 운영자로 활동해온 저자가 펴낸 육아카페 분석 책이다. 육아카페는 2000년대 중반 등장했다. 여성들이 육아, 생활, 교육, 지역 정보를 비롯해 자신의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나누는 공간이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논쟁적인 장소가 됐다. 육아카페 일부에서 행해지는 갑질과 집단이기주의 문제, 과도한 상업성과 특정 정치성향 문제 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저자는 육아카페를 정확하고,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육아카페라는 공간의 본질과 특성을 규명하고, 구체적인 운영 원칙과 작동 방식을 서술한다. 육아카페의 정치화나 상업화 논란, 육아카페에 의지하는 엄마들의 이야기와 내부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소동, 사건을 조명한다. 육아카페를 이른바 “마녀 소굴”로 부르는 여성과 엄마에 대한 혐오, 모성과 출산에 대한 혐오 등의 기원을 추적한 뒤 현 사회의 불행한 현실과 이 같은 혐오가 어떻게 연결돼 확대되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여성과 육아에 대한 혐오가 가져온 저출생 문제, 엄마들이 겪는 정체성 문제 등도 연관해 분석한다.

한편으로는 ‘위력의 공간’으로 성장한 육아카페를 냉철하고 치열하게 되짚는다. 엄마들의 ‘모성’이 지닌 다층적인 측면을 검토하고, 이로 형성된 동질감이 낳은 역설적인 성격과 부작용을 복기한다. ‘내 편’의 동조를 간절히 바라며 언제나 자신을 이 세상의 ‘약자’로 규정하는 육아카페 내 분위기를 비판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육아카페를 “작은 신뢰와 선의의 힘, 육아의 기쁨과 행복을 공유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서로에 대한 걱정의 마음으로 자잘한 질문에도 ‘댓글’을 달아주는 이 신뢰와 선의를 바탕으로 한 이웃을 향한 따뜻한 관심,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 모성의 이타적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육아카페다.

[신간]이곳은 ‘마녀 소굴’이 아닙니다

▲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지음·이선주 옮김·현대지성·1만8000원

[신간]이곳은 ‘마녀 소굴’이 아닙니다

가스라이팅, 정서적 학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회복해나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어떤 관계가 유해한지부터 연락 끊기, 자신을 용서하고 전문가 도움받기, 삶의 목적 되찾기 등 10단계 치유법을 제안한다.

▲감정의 문화정치

사라 아메드 지음·시우 옮김·오월의봄·2만9800원

[신간]이곳은 ‘마녀 소굴’이 아닙니다

고통, 증오, 공포, 역겨움, 수치심 등의 감정을 분석해 우리를 둘러싼 ‘권력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한다. 감정은 자본처럼 이동하며, 유통 효과로 생산된다. 사회, 정치, 역사와 결부·표출돼 세계를 재생산하기도 한다.

▲아메리칸 서울

헬레나 로 지음·우아름 옮김·마음산책·1만6800원

[신간]이곳은 ‘마녀 소굴’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한국인 여성 디아스포라의 삶을 솔직하고 담대하게 써낸 에세이다. 한인 2세대 여성으로 평생 겪어야 했던 문화충돌과 소외감, 혼란이 남긴 상흔을 돌아보고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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