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평등의 순간

박희숙 작가
2023.09.04

‘죽음 앞에서 평등’(1848년, 캔버스에 유채,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죽음 앞에서 평등’(1848년, 캔버스에 유채,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학력, 재산, 직업, 사는 동네 등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기를 즐긴다. 또 그런 인연이 있는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자 한다.

이처럼 인생의 수많은 시간을 계층 형성을 위해 보내고, 그 계층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굳건히 형성하고자 한다. 연고가 없는 사람들을 배척하거나 의심하는 것도 인맥을 통해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하기 위해서다. 말하자면 이물질 없이 끼리끼리 놀고 싶다는 뜻이다.

하지만 원하지 않아도 평등해지는 순간이 있다.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간 인간은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게 무소유를 실천하게 만드는 신이 그리스신화에서 ‘죽음의 신’으로 나오는 타나토스이다. 로마신화에서는 ‘모르스’라고 불린다. 타나토스는 밤의 신 닉스의 아들로, 잠의 신 히프노스의 쌍둥이 형이다. 타나토스는 성격이 선하며 온순하지만 죽은 자를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의 왕국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스틱스강에서 카론에게 죽은 자를 인도함으로써 그 역할을 끝낸다.

타나토스도 실패한 적이 있다. 인간 시시포스에게 속아 아레스에게 구출되는 굴욕을 겪었으며 헤라클레스에게 두들겨 맞고 알케스티스의 생명을 거두지도 못했다. 타나토스의 힘이 세상 사람들을 다 끌고 갔지만, 헤라클레스의 힘에는 유일하게 밀렸기 때문이다.

타나토스의 ‘저승사자’ 일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윌리엄 아돌프 부게로(1825~1905)의 ‘죽음 앞의 평등’이다.

벌판에 젊은 남자가 누워 있고, 그 위로 검은 날개를 단 천사가 흰 천을 덮고 있다. 젊은 남자의 몸은 창백하며 가슴까지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검은 날개의 천사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나타낸다. 누워 있는 남자를 흰 천으로 덮고 있는 것은 그가 죽었음을 암시한다. 전통적으로 타나토스는 젊은 남성으로 표현되는데 죽음은 곧 남성, 삶은 여성으로 그려진다. 또 타나토스는 주로 로브를 뒤집어쓰고 검은 날개가 달린 젊은 청년이 낫이나 검을 든 차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타나토스가 들고 있는 흰 천은 죽음의 덮개를 나타낸다. 반듯하게 누워 있는 남자의 모습은 불가항력인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슴까지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황량한 대지는 인간이 죽음을 느끼는 감정을, 청년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초록의 하늘은 이승이 아닌 저승임을 암시한다.

부게로의 작품은 주로 어린 소녀를 그린 것이 많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기존의 화사한 톤에서 벗어났다. 다른 화풍을 시도한 첫 작품치고는 주제가 상당히 무겁다.

대부분의 사람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일을 하면 실패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실패할 인생은 실패하고 성공할 인생은 성공한다.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신의 마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 때문에 평등해지고 말 인생이다. 사람 가리지 마시라.

<박희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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