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여성 아탈란테의 뛰어난 운동신경

박희숙 작가
2023.07.31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1615~1625년, 캔버스에 유채, 카포디몬테 국립미술관 소장)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1615~1625년, 캔버스에 유채, 카포디몬테 국립미술관 소장)

여자는 약하기 때문에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있다. 하지만 요즘 스포츠 분야에선 남자 못지않게 두각을 나타내는 여자 선수도 많다.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스포츠 경기에서 맹활약 중인 여자 운동선수를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신화에서 남자보다 더 뛰어난 운동 실력을 보여준 여자가 아탈란테다. 아탈란테는 ‘처녀 사냥꾼’이자 천부적인 달리기 선수였다. 그 어떤 동물도 그를 따라올 수 없었다. 달리기를 잘했을 뿐 아니라 외모도 빼어났다.

아탈란테의 아름다움에 빠진 남자들은 경쟁적으로 구혼 행렬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결혼하면 동물로 변할 것이라는 신탁을 들은 아탈란테는 영원히 결혼하지 않기로 한다.

많은 구혼자가 찾아오자 아탈란테는 달리기 경주에서 자신을 이기면 결혼하겠지만, 지는 사람은 죽이겠다고 선언한다. 구혼자들은 결혼을 위해 경주를 하지만, 결국 죽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 때문에 목숨을 잃는 남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히포메네스는 아탈란테가 시합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고 반한다.

하지만 히포메네스는 달리기로는 아탈란테를 결코 이길 수 없음을 알았다. 아탈란테와 결혼을 원했던 히포메네스는 비너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평소 남녀 간의 사랑을 무시한 아탈란테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비너스 여신은 히포메네스를 도와주기로 한다. 비너스는 자신의 정원에 있는 황금 사과 3개를 주며 달리기 경주 도중 하나씩 뒤로 던지라고 한다.

히포메네스는 아탈란테와 달리기 경주 도중 비너스 여신이 시킨 대로 사과를 던졌다. 사과를 보고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던 아탈란테는 세 번 멈춰서 사과를 주웠다. 결국 아탈란테는 경기에서 패배하고 만다.

히포메네스는 그를 아내로 맞이했지만,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비너스 여신에게 감사의 제물을 바치는 일을 잊어버렸다. 분노한 비너스 여신은 두 사람을 파르나소스산의 제우스신전 위에서 사랑을 나누도록 했고, 제우스는 신전을 더럽힌 그들을 암수 사자로 변신시켰다. 당시 고대 그리스인들은 사자는 같은 종인 사자와 짝을 이루지 못한다고 생각해 아탈란테 부부가 영원히 사랑을 나눌 수 없는 형벌을 받았다고 믿었다.

히포메네스와 아탈란테의 경주를 그린 작품이 귀도 레니(1575~1642)의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다. 아탈란테가 손에 들고 있는 사과는 경기 중에 이미 주워들었음을 나타내며, 마지막 경주임을 암시한다. 마지막 사과를 집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있는 아탈란테와 달리 히포메네스는 그를 밀쳐내듯 앞서서 달리고 있다. 히포메네스의 달리는 모습은 승리를 상징한다.

하늘이 먹구름으로 덮여 있다. 먹구름은 비너스의 분노 때문에 사자가 되는 두 사람의 어두운 미래를 암시한다.

레니는 고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중에 나오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선택해 표현했다. 스포츠엔 남자, 여자가 없다. 오로지 개인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남자라는 이유 말고, 여자들처럼 당신은 치열하게 노력했는가.

<박희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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