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일본 산리쿠 연안 태평양 앞바다에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9가 넘는 거대지진으로 동아시아 국가 사상 역대 최대의 해저 지진이다. 바다에서 발생한 거대지진은 곧바로 강력한 쓰나미를 발생시켰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두 차례의 쓰나미가 덮쳤다. 이 사고로 원자로 3기가 녹아내렸다. 운영자들은 녹아내린 연료를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원자로에 주입했다. 12년 지난 지금도 계속되는 냉각 과정에서 매일 130t 이상의 오염수를 발생시킨다. 사고 이후 130만t이 넘는 핵폐수를 수거·처리해 원전 내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의 탱크 저장 공간이 없기에 태평양에 방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일본은 삼중수소라는 방사성 동위원소와 다른 방사성 물질 미량이 포함된 폐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2023년 7월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관련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일본이 선택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접근 방식과 활동이 국제적인 안전 기준과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를 근거로 올여름 안에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30~40년 동안 바다로 방류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과학 논쟁
이 오염수 방류를 놓고 과학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몇몇 언론과 정치인들은 IAEA는 국제적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과학기구이기에 IAEA 보고서의 내용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사실을 정쟁 도구로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일본과 IAEA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맞는가? 그들의 주장이 과학적이지 못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IAEA는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권장”하는 국제기구다. 동시에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 목적에 원자력이 사용되는 것을 억제하는 사찰기구다. 따라서 순수한 과학적 목적으로 이뤄진 기구가 아니다. 동시에 원전 사업자들과 특수한 이해관계를 가지며 원전 사업의 확장을 추구한다. 이는 마치 설탕 사업자들이 모인 에이전시(Agency)가 설탕 회사가 만든 설탕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설탕의 안전성을 정확하게 검사했다고 해도, 그 에이전시의 이해관계상 설탕의 검사결과에 의심의 눈길을 없애기 어렵다.
둘째, 일본과 IAEA의 주장이 과학적이라는 것에는 보편성의 문제가 있다. 어떤 결과가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과정과 방법이 보편적이어야 한다. 누구든지 그 과정을 똑같이 따랐을 때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과학의 재현성이라 하고, 과학적 방법의 황금률이자 초석으로 여겨진다. 어떤 과학자가 자신이 발견한 장치나 방법으로 어떤 효율의 성능을 가졌다고 주장하려면 다른 이가 같은 장치나 방법으로 실험했을 때 같은 효율의 정량적 성능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 주장에 보편성이 있다.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는 일본업체가 만든 ALPS라는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IAEA에서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ALPS는 직렬로 연결된 여러 개의 필터를 오염수가 통과하는 형태다. 단계별로 특정 물질에 해당하는 흡착 물질을 사용해 거르는 구조로 돼 있다. 또한 ALPS는 삼중수소는 거르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되는 것으로 발표됐다.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이 오염수 처리 설비가 구체적으로 어떤 필터 구조를 가지고 동작하는지, 어떤 오염 물질을 어떻게 흡착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다. 따라서 ALPS는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장비라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ALPS는 운행 중 처리수 누출사고, 오작동에 의한 긴급정지 사고 등이 있었다. 그리고 농도가 높은 오염수를 처리할 때 위험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고 도쿄전력도 인정했다. 도쿄전력은 농도가 높은 오염수의 경우 ALPS를 여러 차례 거칠 것이기에 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그들의 주장을 믿고 싶다. 그 장치가 정말 그렇다면 130만t이 넘는 핵폐수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이 과학적이라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고, 이해관계가 없고 객관적인 제삼자의 정량분석을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일본은 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기준치 이하로 묽게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면 괜찮다는 입장이다. 방사성 핵종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오염수가 방류돼도 주변 국가에 끼칠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은 그러나 어렵고 여러 가정-예를 들어 초기조건, 경계조건, 모델 단순화-이 많이 포함된다. 이는 시뮬레이션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과학적으로 정량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의 검증과정이 필요하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가 증명되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 결과치와 비교하는 모델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희석이 해결책이라는 현 시뮬레이션 분석은 유기 결합, 생물 축적 및 생물 농축의 생물학적 과정과 지역 해저 퇴적물에 축적되는 현실을 무시한다. 축적된 폐냉각수에 포함된 방사성 핵종 대부분은 반감기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이른다. 그 해로운 영향은 조개, 굴, 게, 랍스터, 새우, 생선 등 같은 해양생물에 미치고 그 해양생물을 섭취하는 사람들의 DNA 손상과 암 위험 증가에 이른다. 이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이런 이유로 미국해양연구소협회(NAML)는 오염수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해양연구소협회는 ALPS가 오염수에 존재하는 60여 가지의 방사성 핵종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했다는 중요한 과학적 데이터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희석이 오염의 해결책이라는 가정은 가장 큰 생물학적 자원을 보유한 태평양을 위협하기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과학을 벗어나는 문제
무엇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는 문제를 가진다. 일본의 선례로 한국과 서해를 공유하는 중국에서 비슷한 경우로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 역시 1993년 러시아 해군이 방사성 폐기물을 동해상에 방류했을 때, 이웃 국가는 물론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항의했다. 그 결과로 1996년 런던협약이 개정돼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금지를 더욱 강화했다. 과학적으로 오염물질의 농도가 얼마 이하라고 말하는 것과 그것을 바다에 방류해도 괜찮은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정치·외교적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IAEA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전 일본 정부는 IAEA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역설적으로 IAEA 최종보고서 첫 장에는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핵폐수 처리수의 방출은 일본 정부의 국가적 결정이고, 이 보고서가 그 결정에 대한 권고나 지지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고 있다. 서로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 전대미문의 결정을 어떻게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로가 판도라의 상자를 넘기고 있다.
<정봉석 JBS 수환경 R&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