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탓에 이 ‘숨골’ 막힐라

사진·글 성동훈 기자
2023.03.27

[렌즈로 본 세상]제주 제2공항 탓에 이 ‘숨골’ 막힐라

지지부진하던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6일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의 수요 분산 등을 목적으로 2015년부터 추진된 제2공항 개발은 2021년 7월 환경부가 ‘법정 보호종 및 조류 서식지 보호 방안 미흡’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던 터였다.

지난 3월 11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가 속한 서귀포시 성산읍을 찾았다. 유채꽃이 만발해 활기찬 봄기운이 넘쳐났다. 하지만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선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려 있는 듯했다. 제2공항의 가장 큰 쟁점은 환경이다. 국토부는 친환경 공항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책 연구기관의 부정적인 의견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제2공항의 항공기 조류 충돌 위험성을 재차 확인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항공기 소음이 남방큰돌고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빗물이 지하의 용암동굴로 빠져나가는 통로인 ‘숨골’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공항 건설의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고, 오염원이 숨골을 통해 바다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공항 예정부지에는 185개 이상의 숨골이 있다.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숨골을 지키면서 공항을 만드는 것은 애초에 무리”라고 주장했다. 제주 제2공항 계획이 발표된 지 7년이 지났다. 그동안 마땅한 대안은 하나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사진·글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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