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으로 이어진 그녀들, 우리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김성경 지음·창비·1만8000원
‘인간개조의 선구자’로 불린 북한 천리마노동영웅 길확실. 그는 출근율과 생산율이 70%대에 불과했던 제5작업반을 이끌어 출근율 100%, 생산율 140%를 달성했다고 알려진다. 그의 수기를 여성주의적으로 재해석한 서사 속에서 가난한 화전민 출신의 길확실은 영웅으로 ‘선택’된 삶에 대한 고민을 내비친다. 책은 북한 매체에서 선전용으로 소개한 여성들의 삶, 또 중국과 접경지에서 만난 탈북 여성들과 조선족, 재일교포의 삶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북한학을 연구하며 150여명의 북한 여성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들과 만남을 통해 연구자로서 또 한반도에 사는 여성으로서 분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반추한다. 결혼 10년이 지나 알게 된 시어머니의 아픈 과거와 많은 북한 여성들의 “전쟁과도 같은 삶의 다른 표현”으로서의 밥을 향한 정성이 인상적이다.
▲수학을 포기하려는 너에게
장우석 지음·북트리거·1만5500원
국포자는 없어도 수포자는 널렸다. 고교 수학교사인 저자는 수포자라는 단어의 남발이 포기를 늘린 측면도 있다고 본다. 수학은 일종의 퍼즐 게임이다. 그는 수학이 과학과 어떻게 다른지, 수학적 사고는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등 수학의 역사와 필요성에 대해 쉽고 명료하게 소개한다. 기초가 없어서, 시험을 망친 기억 때문에, 주변의 과도한 기대로 인해 ‘수학 불안’을 앓는 친구들에 대한 조언은 아주 단순하다. ‘딱 한 번’ 이겨보라는 것. 그는 수학 공부가 진학의 수단이 아니라 성장의 경험이라 말한다.
▲번아웃의 종말
조나단 말레식 지음·송섬별 옮김 메디치·2만3000원
남부럽지 않은 종신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하루하루가 고통인 ‘번아웃’이었다. 저자는 번아웃이 일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치이는 경험이라 말한다.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 대안적 삶에서 출구를 모색한다.
▲도시가 살롱
도시가 살롱 지음·달아실·1만6000원
문화시설은 주로 도심에만 몰려 있다. 춘천은 3년간 실험을 했다. 동네 찻집, 옷집, 밥집, 책방 등 100여곳이 문화살롱으로 탈바꿈했다. 거리 두기를 넘어 ‘커뮤니티 심리방역’으로 이어진 이웃들의 이야기가 따스하다.
▲도둑맞은 뇌
대니얼 샥터 지음·홍보람 옮김 인물과사상사·2만3000원
34년 전과 같은 질문을 받은 40대 남성들. 청소년기 체벌을 기억한 이는 33%였다. 고1 때는 90%가 체벌을 고백했다. 소멸, 정신없음, 막힘, 오귀인, 피암시성, 편향, 지속성 등 뇌과학이 밝힌 7가지 기억 오류를 분석했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