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가라사대 外

주영재 기자
2022.12.12

노가다꾼이 본 ‘학동 참사의 원인’

<노가다 가라사대> 송주홍 지음·시대의창·1만6000원

[신간]노가다 가라사대 外

노가다는 ‘토목공사 노동자’를 뜻하는 일본말 ‘도가따’에서 왔다. 국어순화라는 명분을 따지면, 건설노동자로 써야 한다. 하지만 노가다꾼인 저자는 이런 행정용어엔 정서와 온도가 없다고 주장한다. “땀 냄새도 안 나고 먼지도 안 날린다”는 것이다. ‘막일’ 또는 ‘막일꾼’도 정확한 대체어는 아니라고 했다. 누군가의 안식처를 만드는 이들을 ‘중요하지 않은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처럼 봐선 안 된다는 말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한 지 5년차가 된 그는 이제 완숙한 노가다꾼이 됐다. 거푸집을 만드는 형틀목수가 그의 전문 분야다. “거친 기계음과 뿌연 톱밥이 뒤엉키고, 몸과 몸이 부딪치고, 서로의 땀을 비벼가며 건물을 한층 한층 쌓아 올릴 때마다 완벽에 가까운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말하는 그는 글쟁이이기도 하다. 노가다의 세계를 흥미롭게 소개하는 글에서 멈추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발전시킨다. 화장실을 가다 똥을 쌀 뻔한 일에서 노동현장의 열악함을 말한다. 많으면 20개동이나 짓는 아파트 현장에 화장실이 단 하나인 사례가 많다. 원청과 하청은 인부들이 화장실을 쉽게 갈 수 없어 작업장 곳곳에서 ‘일’을 본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체한다. 건물을 올리는 데는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건설현장의 속도전이 광주 학동 참사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10년 사이 건설현장에서 4641명이 사망했다. 1년에 평균 464.1명이다. 가족에게 출근한다고 말하고 나선 이들이 매일 1명 이상 살아 돌아오지 못한 셈이다. 건설현장에선 안전모에 이름, 연락처와 함께 혈액형을 적는다. 전장의 군인처럼 급히 수혈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노가다꾼의 이야기가 세상에 전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살아서 퇴근하는 걸 감사해야 할” 노동 현실의 열악함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고 하겠다.

▲오웰의 장미
리베카 솔닛 지음·최애리 옮김·반비·2만원

[신간]노가다 가라사대 外

실천적 지식인인 ‘조지 오웰’이 사회 부정 고발 못잖게 지상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추구한 작가였음을 밝힌다. ‘빵과 장미’로 표상되는 여성 참정권 운동, 기후위기, 전체주의의 폭압과 현대 콜롬비아의 장미 산업까지 다른 주제를 유려하게 연결했다.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마라
미하엘 슈미트잘로몬 지음·김현정 옮김 고즈윈·1만7000원

[신간]노가다 가라사대 外

전쟁과 참사가 계속되는 건 지배자가 어리석기 때문이다. 우둔한 경제인과 어리석은 정치인을 키운 건 국민이다. 독일의 철학자인 저자는 바보를 양산하는 현대사회의 비지성적 패러다임을 지적한다. 나아가 ‘인간은 이성적이고 현명하며 합리적’이라는 인식에 의문을 던진다.

▲가만한 당신 세 번째
최윤필 지음·마음산책·1만7500원

[신간]노가다 가라사대 外

사회의 소외 속에서도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지켜낸 이들의 부고다. 장애인과 퀴어 같은 소수자들을 ‘정상성’의 틀로 재단하려는 주류에 저항한 이들이다. 6년 전 같은 주제로 쓴 2권의 책과 달리 한국인과 동물실험 대상이었던 고릴라 ‘코코’의 부고도 담겨 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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