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외치는 무주택 40대 진보대학생”

정용인 기자
2022.04.11

언론에서 정치 주체 단위로 세대를 주목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진보정부 10년 후 들어선 보수정부의 퇴행적 행태에 맞서 누군가 앞장서 ‘투쟁’해주길 바랐고, 이에 부응하듯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 투쟁에 나섰습니다. 새롭게 조직된 학생운동의 주체는 과거 전대협·한총련이나 그 이전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념적 학생운동과 달랐습니다. 그러니까 민주화와 통일 같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이상적 사회의 실현이라기보다 당대의 현실, 즉 주어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운동이었습니다. 굳이 반값등록금 운동의 이념을 따진다면 그 무렵 널러 퍼지기 시작한 삼포세대를 넘어선 N포세대, 흙수저 계급론, 헬조선 담론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취재 후]“검찰개혁 외치는 무주택 40대 진보대학생”

청년세대와 기득권 기성세대를 가르는, 이런 담론의 기원을 더 추적해 들어가면 2007년에 나온 우석훈·박권일 공저 <88만원 세대>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이 나온 이듬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습니다. 우 교수는 자신이 제시한 해법(“20대가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드는”)이 통하는지 알고 싶어 거리로 나가 청년들을 관찰했습니다. 10년쯤 지나 기자와 만난 우 교수의 결론은 비관적이었습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 20대는 자신의 마음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386한테 짱돌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정치 단위로의 세대를 주목합니다. 이제는 ‘세대교체’와 같은 희망이 떠오르기보다 세대갈등이나 세대포위 같은 단어가 먼저 떠올라 걱정스러운 마음이 더 큽니다. ‘386’은 모두 50대가 됐습니다. 이들에게 ‘짱돌’을 던지는 20대가 곧 자신의 자녀이거나 조카입니다.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중에 갈무리해둔 문장이 있습니다. “무주택자로 빨간 광역버스를 타고 출근하며 검찰개혁을 외치고 <조국의 시간> 책을 가지고 다니는 40대 진보대학생.” 삼촌 또는 아버지 또래의 정치과몰입을 비아냥거리는 이야기입니다. “노벨문학상을 줘야 하는 풍자”라는 댓글도 있던데 조금 슬펐습니다. 정치과몰입과 소통 부재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마치 거울처럼 말이지요. 현재 ‘민주당의 핵심지지층’으로 불리는 40대는 과거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정치무관심·혐오로 비난받던 20대였습니다. 지금 ‘열혈 보수 지지자’라는 평가를 받는 20대도 20년의 세월이 흐르면 다른 길을 걷게 될까요. 두고 볼 일입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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