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꿈꿀 수 있다는 희망

김주연 연극평론가
2022.03.14

3월,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됐다. 학생과 선생님을 비롯해 학교에 몸담은 모든 이들에게 3월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가슴 설레고 중요한 달이지만, 한편으로는 치열한 입시와 경쟁이 다시 시작되는 두려운 달이기도 하다. 이런 새 학기에 학생들의 시선과 입장에서 바라본 학창시절의 꿈과 좌절을 그린 연극이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상처 입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다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오인하 작·연출의 연극 <B클래스>다.

연극 「클래스」 / 골든에이지컴퍼니 제공

연극 「클래스」 / 골든에이지컴퍼니 제공

미래의 예술가를 꿈꾸는 꿈 많고 끼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사립 봉선예술학원. 얼핏 보면 반짝이는 재능과 남다른 특권을 지닌 학생들만을 위한 상류층 학교 같지만, 작품은 그중에서도 B클래스에 배치된 소외된 학생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B클래스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여기 모인 학생들은 각자의 사연, 혹은 세상의 잣대로 인해 A클래스가 되지 못하고 낙오된 아이들이다. 사춘기의 예민한 감성과 상처 입은 자존심으로 뭉친 B클래스의 아이들은 열등감과 무력함 속에 괴로워하며 가장 찬란한 청춘시절을 가장 잔인하게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사히 졸업하기 위해 합동공연이란 공동의 과제를 떠안게 된 B클래스의 아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자신들의 전공과 재능을 살린 특별한 공연을 만든다.

얼핏 보면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평범한 학원물 같지만, 결국 학교라는 공간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자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경험하게 되는 공동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반 관객들도 공감할 만한 여지가 꽤 많은 작품이다. 스스로 원치 않은 경쟁에 내몰려 남의 잣대로 평가되고, 그로 인해 상처받는 B클래스 아이들의 모습은 무한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그런 면에서 넘어지고 상처 입었어도 다시 일어나 부족하나마 한걸음씩 내딛는 그들의 모습은 경쟁사회에 지친 우리 모두를 따뜻하게 위로하는 다독임과도 같다. 그렇게 이 작품은 외롭고 팍팍한 삶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 작품은 ‘함께하는 것’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부모님을 위해 A클래스로 올라가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는 게 목표인 작곡 전공생과 유명한 음악가 아버지와 천재 피아니스트 형 때문에 강박증을 앓고 있는 피아니스트 전공생,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부모의 결별로 버림받음으로써 외로움과 차별을 겪고 있는 현대무용 전공생과 불평등한 학원의 구조에 맞서기보다 포기하고 반항하는 것으로 분노를 표출했던 보컬 전공생. 이렇듯 다른 배경과 다른 전공을 가진 4명의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면서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차곡차곡 무대 위에 펼쳐보인다.

그렇게 각기 다른 4명의 학생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자신들의 재능과 끼를 한껏 펼치며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는, 비록 원하는 성공을 얻지 못했다 할지라도 다시 시작하려는 시도 자체가 충분히 아름답고 의미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또한 ‘해야 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 그리고 ‘혼자하는 것’보다는 ‘함께하는 것’이 훨씬 우리 삶을 가치 있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월 25일부터 5월 15일까지, 대학로 브릭스씨어터.

<김주연 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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