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인생역전이냐 꼬임이냐, 동전주의 ‘두 얼굴’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2021.12.27

동전주(銅錢株)는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상장 주식을 말합니다. 개미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입문할 때 많이 투자합니다. 주식투자의 ‘감’을 익힌다는 명목인데 주가가 낮다고 얕볼 게 아닙니다. 20~30원만 오르내려도 큰 폭의 변화라 자칫 깔보다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에도 페니 스톡(Penny Stock)이라고 불리는 1달러 이하 종목이 있는데 하루 만에 2배 이상 오르내리며 투자 경고 종목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은 상·하한가 제한이 없어 가능한 일인데 역설적으로 ‘한방’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린 결과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변동성이 높은 동전주는 매우 위험한 종목이 될 수 있습니다.

세종텔레콤이 자사의 ‘뷰포유’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 세종텔레콤 제공

세종텔레콤이 자사의 ‘뷰포유’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 세종텔레콤 제공

그냥 동전주가 된 것은 아니다

국내 증시에도 동전주 30여 종목이 존재합니다. 블로거나 유튜버를 통해 추천을 받거나 자주 거론되는 유망한(?) 기업들 리스트에서 이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주가가 동전주로 낮아진 기업에는 다 나름의 사연이 존재합니다. 가벼운 주가만 보고 투자하기 전에 동전주의 특징을 알아두면 좋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주가가 낮다는 이야기는 투자자들에게 기업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엔 사업환경이 안 좋아지거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때입니다. 그런데 동전주는 4~5년 이상 낮은 주가를 유지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동전주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데 풀어 이야기하자면 현재 기업의 목적사업이 ‘정체시장’이라는 점입니다.

세종텔레콤㈜은 국제전화, 시외전화 등 종합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2011년 이후 동전주 주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이후 국제전화는 메신저를 이용해 공짜 통화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동통신회사 역시 과점상태로 2~3개 대기업 외에 시장참여자가 설 자리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다른 예로 1977년에 설립돼 기계류 및 철강제 제조업 등의 주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대창솔루션 역시 비슷합니다. 과거에는 주강(탄소강이나 합금강을 특정한 모양의 거푸집에 넣어 주조하는) 기술력으로 꽤나 시장지위를 유지했던 회사입니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매출액은 감소 추세이며, 원가에도 못 미쳐 매출총이익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재무제표로 본 기업의 속살](19)인생역전이냐 꼬임이냐, 동전주의 ‘두 얼굴’

이처럼 동전주 기업은 시장 악화에 따른 손익 감소뿐만 아니라 재무적으로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은 흔적을 재무제표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익잉여금을 쌓지 못하고 자본금을 까먹는 결손금이 보이거나, 200%에 가까운 높은 부채비율이 공통점입니다. 특히 부채는 장단기 차입금 외에도 여러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빵의 원료인 생지를 납품하는 서울식품공업㈜은 2020년 부채비율 164%로 과거보다 나아진 상태지만 2021년 3분기 단기차입금이 137억원, 유동성사채 21억원, 유동성 장기차입금 101억원 등을 다 합치면 약 260억원의 차입금 부담이 있습니다. 부채 구성을 따져보면 2018년부터 유동성전환사채가 보이기 시작하는 등 금액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한곳에서 빚을 지기 어렵다는 반증입니다. 상장기업의 주가가 낮게 지속된 이유를 들자면 수백가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빼놓을 수 없는 점은 회사 사정이 내외부로 굉장히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동전주 타이틀을 얻은 회사들은 재무상태나 손익구조가 장기간 나빠진 케이스가 많습니다.

투자자 성향도 고려해야

동전주 기업은 소액주주 비중이 높습니다. 오랜 기간 동전주로 있다 보니 개인의 투자가 누적된 탓도 있습니다. 쌍방울의 소액주주는 2020년 말 기준 3만8907명이며, 총발행 주식의 86.79%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단순 평균치로 1명 소액주주당 약 380만원씩 투자하고 있는 셈입니다. 세종텔레콤은 3만7249명(지분율 60.02%), 대창솔루션은 1만7289명(지분율 74.88%)의 소액주주가 있습니다. 물론 평균의 함정일 수 있으나, 동전주는 소액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기본적으로 주식 거래대금 규모가 작습니다. 인기 없는 동전주는 1일 거래대금이 2억~3억원에 불과합니다. 하루에도 4~5% 이상 급등하는 경우가 잦으니, 단기 투자 욕심을 낼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로 본 기업의 속살](19)인생역전이냐 꼬임이냐, 동전주의 ‘두 얼굴’

그런데 거래대금이 많지 않아 투자 후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많은 물량을 다수에게 팔아야 합니다. 조금만 올라도 매매해 버리는 초보 투자자가 많이 분포하니, 투자자 예측과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종잡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또한 동전주는 테마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쌍방울은 모기업과 컨소시엄을 통해 항공사 매수에 참여했습니다. 세종텔레콤은 블록체인 기반 NFT 신사업을 강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창솔루션은 종속회사 덕분에 요소수 이슈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인수합병, 신규사업 진출, 각종 테마와 연결 지어 동전주 기업의 주가가 급등합니다.

물론 동전주 기업들 입장에서야 기존 사업의 부진을 떨쳐내고 신규사업 진출 시도를 해야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뜨는’ 신사업에 도전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순간에도 투자자들은 희망회로를 빠르게 돌리게 마련입니다. 동전주 기업들 역시 본연의 사업이 아닌 바이오, 정보기술(IT)과 같이 ‘대박’이 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경영 활동에서 단기적인 접근은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매번 다른 사업에 도전하지만, 결과를 내지 못하면 동전주를 벗어나기 힘듭니다. 그러나 변곡점을 찍고, 정상궤도에 오르면 높은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안겨주기도 합니다.

적은 금액으로 주식투자를 맛볼 수 있는 동전주. 왜 동전주가 됐는지 알지 못한다면, 잘못된 투자습관을 갖게 하는 악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의 회생이나 체질 개선을 확신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습니다. 동전주 투자도 해당 기업의 역사와 투자자 성향을 재무제표로 확인하고 투자하면 좋겠습니다.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