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만 볼 수 없는 ‘눈물흘림증’

박영순 압구정 아이러브안과 대표원장
2021.11.22

우리가 2000년 전 로마에 감탄하듯, 그 시대를 살던 고대 로마 사람들은 그들보다 2000년 앞선 이집트의 찬란함에 넋을 놓았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는 어떻게 그토록 경이로운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답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나일강은 세계에서 가장 긴 강으로, 고대 이집트인들에게는 풍요로운 삶의 터전이자 원활한 교통로였다. 무엇보다 규칙적으로 범람해 비옥한 토지를 제공했다. 이집트인들은 수학과 기하학, 측량술은 물론 천문학과 건축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켰고, 그것을 바탕으로 범람을 축복으로 만들어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의 수위에 따라 성하고 쇠했다. 범람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강 주위에 풍성한 충적토를 형성해 풍부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나일강 유역의 상부 이집트와 삼각주 지역의 하부 이집트 사이의 통합을 가져왔다. 하지만 가뭄으로 나일강 수위가 낮아지면 기근이 일어나고 분열이 찾아왔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나일강의 범람을 예측하기 위해 나일로미터라는 건축물을 세웠다. 이 건축물을 기준으로 8m 정도의 수위가 가장 이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보다 양이 적으면 가뭄과 기근이 찾아오고, 너무 많으면 농사를 망치고 역병이 돌았다. 우리 눈물은 나일강을 흐르는 강물과 비슷하다. 각막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이나 이물질을 씻어내리는 기능을 하며, 세균을 죽이는 역할도 한다. 지나치게 모자라도, 너무 많이 넘쳐도 문제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안구건조증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눈물흘림증(유루증)은 단순한 불편함 정도로 치부한다. 하지만 눈물흘림증을 오랜 기간 방치하면 급성염증이 생겨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눈물흘림증은 분비 과다와 배출 장애로 나눌 수 있다. 분비 과다는 안구건조증, 알레르기를 포함한 각종 결막염이나 각막질환, 바람이 많이 불 때나 렌즈의 사용 등으로 자극이 많은 경우에 발생한다. 배출 장애는 결막이 늘어져 눈물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안면 마비와 같이 눈 주변의 근육 마비로 인해 눈물이 잘 내려가지 못하는 경우 등을 이른다. 또 눈물길이 막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눈물길이 좁아져 생기지만 드물게는 종양이나 눈물주머니 결석 등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눈물길 배출 검사와 함께 누낭 조영술을 시행해야 한다.

박영순 안과전문의

박영순 안과전문의

과도하게 짙은 눈 화장은 눈물흘림증을 부른다. 아이라인을 점막까지 채우거나, 가루 형태로 된 아이섀도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눈물길이 막혀 눈물흘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콘택트렌즈는 눈물을 흡수해 눈을 건조하게 만들어 과다한 눈물 생성을 촉진한다. 휴대전화나 컴퓨터, TV 등의 전자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눈을 마르게 해 눈물흘림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자주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면 세균에 감염돼 염증이 생기거나 충혈되는 등 각종 합병증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눈물이 흘러 지속적으로 시야를 가리면 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 눈물흘림증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가볍게 보지 말고 안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받는 것이 좋다.

<박영순 압구정 아이러브안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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