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매출액 뒤엔 ‘미지의 정보’가 있다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2021.11.15

재무제표(Financial Statement·財務諸表)란 기업의 재무와 성과에 관한 숫자 보고서입니다. 회사의 숫자를 외부 이용자들이 볼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작성, 공시하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주석 등을 말합니다. 주식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투자자들에게 ‘재무제표를 읽으라’고 수없이 권합니다. 재무상태표는 회사 사업의 건전성을 검증할 수 있고, 손익계산서는 주가 상승 불변의 테마인 매출과 이익을 나타내줍니다. 또한 현금흐름표를 통해 기업의 현금흐름을 알 수 있다면 우량 기업을 분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재무제표만 보면 회사의 내부사정을 100% 이해할 수 있을까요? 재무제표만 알면 회사 파악도 투자의 어려움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재무제표 숫자를 아무리 쳐다봐도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전히 재무제표 숫자로 알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10월 4일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가 주관하는 ‘세계 투자자 주간’ 행사를 기념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한국거래소 제공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10월 4일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가 주관하는 ‘세계 투자자 주간’ 행사를 기념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한국거래소 제공

늦고, 모호하며, 부족한 정보

우선 재무제표 숫자는 늦습니다. 분기별 정기공시를 하는 상장사 재무제표 역시 분기결산을 마감한 뒤 나온 결과입니다. 지금 당장의 경영실적을 알 수 없습니다. 9월 말은 3분기 끝자락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건 8월 중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로 6월까지의 실적입니다. ‘잠정영업실적’ 공시를 통해 미리 알려준다고 해도 요즘 실적이나 매출이 잘 나오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또한 재무제표 숫자는 모호합니다. 회사에 중요한 자산의 존재는 숫자 유무로 또는 크기의 증감으로 확인할 수 있으나, 그게 무엇인지 정확한 이름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어떤 회사가 공격적인 경영을 위해 신규사업용 제조시설을 새롭게 갖췄다고 합니다. 유형자산 주석을 찾아보면 토지, 건물, 구축물, 기계장치로 구별은 돼 있습니다만, 어디에 어떻게 포함돼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건설 중인 자산’은 무엇을 언제까지 지을 것인지 대신 ‘진행 중’이라는 사실만 알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 숫자는 거래의 합이기 때문에 주석을 통해 도움을 받지만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보일러로 유명한 ㈜경동나비엔의 2021년 반기보고서 손익계산서를 보면 2분기 당기순이익이 344억원으로 영업이익 196억원보다 높습니다. 보통 이익에 법인세가 차감되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보다 20% 정도 적어야 정상입니다. 무엇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급등했는지 기타영업수익의 주석을 따라가 보니 유형자산처분이익 247억원이 2분기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털 검색을 통해 4~6월 사이 경동나비엔 관련 기사를 검색하니 ‘가산연구소의 유휴자산 토지와 건물 매각 335억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찾았습니다. 자산매각 거래로 인한 일시적인 이익 증가이며, 하반기에는 감소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한계를 알아야 명확해진다

재무제표를 이루는 여러개의 표 역시 복잡해보이지만 알려주는 정보는 매우 단순합니다. 재무상태표는 자산항목을 유동성의 순서대로 굵직굵직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자산의 세세한 내역은 알 수 없고, 분포 정도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2020년 재무상태표를 열어보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산 중에 2019년에 비해 눈에 띄게 등장한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 2050억원이 보입니다. 이미 기타금융자산 3153억원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입장에서 보면 금융자산은 ‘비영업용 자산’입니다. 영업활동과 관련된 유형자산, 매출채권 등과는 구별할 수 있습니다. 금융자산이 나쁠 건 없습니다만 왜 영업용 자산을 늘리지 않았을까요? 해답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비중이 높은 자산의 등장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자산의 분포는 마치 신체검사 때 체크하는 기본사항에 불과합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이 2021년 반기 기준 2조1000억원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3조7000억원의 자산총계 대비 57%에 달하는 비중입니다. 어디 창고에 보관하고 있을지 대단한 물량입니다만, 왜 비중이 높은지 설명이 자세히 나오지는 않습니다. 손익계산서 역시 매출액에서 여러가지 비용이 차감돼 이익이 나오는 순서를 보여줍니다만, 매출액만 봐도 각각의 제품 가격과 판매 수량이 공개되지 않는 이상 무엇이 잘 팔려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현금흐름표도 영업활동, 재무활동, 투자활동 3가지 현금흐름의 방향을 가르쳐 줍니다만 현금에는 꼬리표가 없습니다. 어느 돈이 어디로 섞여 사용되고 있는지 현금흐름표만 봐서는 헷갈리기 쉽습니다. 이 외에도 재무제표가 주는 정보의 한계는 몇가지 더 있습니다. 재무제표는 기업의 의도가 관여된 결과입니다. 회계기준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이직조정’을 통해 선택된 정보입니다. 숫자 뒤에 숨겨진 내용이 분명 있습니다. 게다가 기업이 관리하는 정보 중에는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 시장과 관련된 숫자가 많습니다. 고객의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재구매율, 신규고객 증가수, 고객당 매출액 등 대외적으로 공개되면 영업기밀이 샐 수 있기에 재무제표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알 수 없는 것들이 많고, 부족한 정보로 가득한 재무제표. 그렇다고 재무제표가 전혀 쓸모 없는 정보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한계를 명확히 알고 보아야 재무제표 숫자가 선명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가릴 건 가리면서도, 다른 기업과 비교 가능하며, 이해관계자에게 경영실적과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회사의 숫자입니다. 숫자 뒤로 가려진 내용은 회사 밖으로 노출되면 안 되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알 수 없는 부분’과 연결된 숫자가 또한 재무제표입니다. 알 수 없는 것들을 추측해보는 매력이 재무제표 숫자의 힘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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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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