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악플과 함께하지 않게>

조경숙 기록활동가
2021.09.13

악플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연대’

“말했잖아 언젠가 이런 날이 온다면 난 널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고.” 지난 7월 말 발표된 악동뮤지션의 신곡 ‘낙하’의 한 소절이다. 이 노래에서 ‘너’는 사방이 낭떠러지인 곳에 있다. ‘나’는 그런 ‘너’에게 손을 내밀며, 어차피 죄다 낭떠러지라면 “내 손을 잡”고 함께 “눈 딱 감고 낙하”하자고 제안한다. 소중한 사람들을 믿고 자신을 괴롭게 하는 것 한복판으로 낙하할 때, 그건 ‘하늘을 나는 듯한’ 비상이 되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웹툰 <악플과 함께하지 않게>(yami 지음)의 장면들 / 포스타입

웹툰 <악플과 함께하지 않게>(yami 지음)의 장면들 / 포스타입

이 노래를 여러 번 반복해 들으면서 낭떠러지에 있는 ‘너’보다 “널 혼자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나’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졌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면 얼마나 아플지 알고 있는 이 사람은 이미 낙하한 적이 있었던 것만 같다. 자신도 이미 경험했던 일이기에 ‘너’에게도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 예상하며 기꺼이 손 내밀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음악과 함께 생각난 만화가 있다. 사방에서 악성댓글(이하 ‘악플’)이 날아드는 이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으려 기꺼이 손 내민 작품, 웹툰 <악플과 함께하지 않게>(yami·포스타입 연재)다. 이 만화를 그린 yami 작가는 다음웹툰에서 <코알랄라!>를 그렸고, 현재는 카카오웹툰에서 <일단 질러! 질렐루야>를 연재하고 있다. 작가는 <코알랄라!>를 연재하던 당시 심각한 악플 피해를 입었다. 누군가 허위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했는데, 문제는 이 내용이 날개 돋친 듯 빠르게 전파된 것이다. 온라인에서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어 결국 작가는 법정 소송 절차를 거쳤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루머를 생산하고 그에 동조하던 악성 댓글 유저 5명을 고소했는데, 알고 보니 5개 모두 한사람이 만든 계정이었다.

굳이 수고스럽게 복수의 계정을 만들면서까지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작가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그가 악플러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왜 이런 댓글을 달았는지 이유에 대해 알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작품에는 “악플을 다는 건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라는 말이 여러 번 등장한다. 사람이 직접 악플을 작성한다고 객관화할 때,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보다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악플의 피해자로서 자신이 겪은 온라인 폭력을 공부하고, 그때 당시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주변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악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교육 만화가 아니다. 답변해주는 이가 없어 피해자인 그가 직접 연구해 만들어낸 연대의 메시지다. 여기엔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이들을 혼자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 사회에는 악플로 고통받은 피해자가 너무나도 많다. 최근엔 스포츠 선수들도 악플에 시달려 작성자를 고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책임은 작성자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근거 없는 루머를 퍼나르며 동조하는 사람들 역시 온라인 폭력에 가담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의 제목처럼 ‘악플과 함께하지’ 않아야 하는 건 유명인이나 창작자들만이 아니다. 악플이 없어지기 위해 악플과 함께하지 않아야 하는 건 바로 우리 모두다.

<조경숙 기록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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