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 이야기!

황순욱 초영세 만화플랫폼 운영자
2021.07.05

웬만해선 올림픽을 막을 수 없다

2020년 일본 도쿄는 불바다가 되고, 긴급대피령이 발령된다. 사람들은 거대한 괴물로부터 도망치며 걱정한다. ‘이대로 있으면 신 국립경기장이… 도쿄올림픽이….’ 존경받는 만화가 중 한명인 우라사와 나오키의 신작 ‘연속 만화소설 3’ <아사 이야기!> 중 첫 장면이다. 작가는 2018년에 이 장면을 그리면서 현실로 재현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 괴물이 바이러스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거대한 재난 앞에서 사람들이 올림픽 걱정을 하게 되리라고는.

<아사 이야기!> 1, 2, 3권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대원씨아이, 학산문화사

<아사 이야기!> 1, 2, 3권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대원씨아이, 학산문화사

이런 재난 상황에서도 올림픽은 지켜져야 하는 숭고한 무엇일까, 아니면 그저 비즈니스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자신이 어떤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내가 만약 일본 관료라면 국민 안전과 경제적 손실을 저울에 올리고 열심히 가늠했을 것이다. 취소한다면 무조건 타격이 있겠지만, ‘강행한다고 해서 반드시 잘못될 리는 없어. 그렇다면 대비를 잘해 개막하자.’ 이렇게 말이다.

내가 올림픽위원회의 결정권자라면 무슨 생각을 할까. ‘일본에서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스스로 취소할 테니 두고 보자. 우리가 나서서 취소를 권하면 책임이 너무 크다. 스폰서와 중계권 계약도 오래전에 끝났는데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그들은 해낼 거라고 믿는다.’ 아마도 이런 마음들이 합쳐졌을 테고, 도쿄올림픽 개막이 결정됐다.

그러나 내가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인근에 살고 있다면 어떨까. 아무리 백신을 보급하고, 인원 제한을 한다고 해도 과연 나와 가족은 안전할까. 지난해부터 정부가 하는 일 처리를 보면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정부가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이런 도박을 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만약 내가 자원봉사자나 의료진이라면. 물론 사명감은 크지만, 그래도 그만두는 게 맞지 않을까 매일 고민이다. ‘잘못되면 나만 손해잖아.’ 올림픽이 겨우 한달 남은 현재 일본 내에서는 개최를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일본이 기어코 지도에 독도를 그려 넣으면서 우리는 좀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많은 국민은 일본 불매운동을 했던 것처럼 올림픽도 보이콧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마음으로는 쉽게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불참해 메시지를 줄 수는 있겠지만, 그게 유효한 결과를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많이 겪어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그들은 시합에서 경쟁자가 사라져 반가워할지도 모른다.

내가 비인기종목의 선수라면 어떨까. 올림픽만 보고 4년 이상을 운동했다. 그런데 갑자기 주위에서 시합에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고시생에게 한 해 더 기다리라고 한다면 애국하는 마음으로 동참할 이는 얼마나 될까. 타인에 대해서만 너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야 한다.

<아사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도쿄올림픽을 방해하는 거대한 적과 싸우기 위해 단합한다. 태풍 속에서 서로를 구하고, 달리는 선수를 격려하고, 괴물과 싸울 준비를 한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올림픽을 사이에 두고 다툰다. 서로가 틀렸다고 말하는 중이다.

<황순욱 초영세 만화플랫폼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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