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스, 그 진화와 신화 外

김태훈 기자
2021.05.31

환상에 불과한 남근중심주의

<페니스, 그 진화와 신화> 에밀리 윌링엄 지음·이한음 옮김 뿌리와이파리·2만2000원

[신간]페니스, 그 진화와 신화 外

한국어판에 달린 부제 때문에 이 책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뒤집어지고 자지러지는 동물계 음경 이야기’라니. 출판사 편집자는 혼신을 다해 반짝거리는 영감으로 ‘섹드립’에 가까운 부제를 단 뒤 흐뭇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제목이나 부제와 영 딴판인 것도 아니다. 과도하게 숭앙받거나 혹은 반대로 처참하게 멸시당하는 ‘페니스’에 관한 신화적 태도를 그 뿌리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기 때문이다.

생명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관련 분야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저자는 인간뿐 아니라 여러 동물의 ‘음경’을 비교하며 인간만이, 그리고 유독 남성만이 갖고 있는 음경에 대한 신화를 추적한다. 글은 대중적으로 두루 읽히기 쉬울 정도로 흥미롭게 쓰였다. 한 예로, 달팽이는 따끔한 바늘로 상대의 몸을 아무 데나 찔러 정자를 전달하고, 노래기는 같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 수많은 다리 중 8번째 다리 쌍을 이용한다. 음경이라고 하면 수컷의 몸통에서 툭 튀어나와 있는 부위라고 흔히 상상하지만 많은 동물의 예를 볼 때 정자를 전달하는 데 쓰는 신체 부위는 사람의 그것과 전혀 다른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러한 사례를 종합할 때 나오는 결론은 분명하다. 저자의 말처럼 남근중심주의, 즉 거대한 마천루나 오벨리스크처럼 음경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따지고 보면 별 실익도 재미도 없는 환상에 불과하며 사회적으로 유해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신화의 껍데기를 벗겨버린 뒤 단숨에 음경을 음경으로만 보는 시각 전환도 가능할까. 저자가 말하는 섹슈얼리티의 발원지인 ‘뇌’가 단단한 두개골 속에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글쎄 그리 단순한 이야기는 아닐 듯하다.

▲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 나오미 클라인 지음·김소희 옮김 모비딕북스·2만8000원

[신간]페니스, 그 진화와 신화 外

지난 50여년간 전 세계 재난의 현장에서 사익을 취하는 기업들이 국가를 움직여온 모습을 탐사 취재했다. 전쟁과 쿠데타, 테러, 자연재해 등 충격적인 사건 이후 혼란을 이용해 부유한 이들만 더 부유하게 만드는 약탈적 행태를 고발한다.

▲작은 연못 | 김민기 지음·정진호 그림·창비·1만4000원

[신간]페니스, 그 진화와 신화 外

1972년 발표된 이래 교과서에 수록되고 꾸준히 리메이크될 정도로 인기를 얻은 동명의 노래를 가사와 그림이 어울린 그림책으로 엮었다. 시대 상황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해석돼온 곡의 노랫말에 시각적 은유를 더했다.

▲욕구들 | 캐럴라인 냅 지음·정지인 옮김 북하우스·1만8000원

[신간]페니스, 그 진화와 신화 外

거식증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는 저자가 당시를 회고하면서 식욕과 성욕, 애착, 인정욕 등 여성의 다양한 욕구와 사회·문화적 압박에 대해 썼다. 내면의 채워지지 않은 허기가 어떻게 쇼핑 중독이나 폭식, 쾌락의 탐닉 등으로 이어지는지 깊게 들여다봤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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