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원조 ‘남산돈까스’일까

정용인 기자
2021.05.24

“그 사람이 유튜버인지도 몰랐어요. 뒤에서 영상 찍고 있는지도 몰랐고. 와서 저쪽에서 원조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바로 옆 가게에서도 ‘1976년부터 했으니 자신이 원조라고 주장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하니 화가 나서 ‘그거 다 거짓말’이라고 한마디한 거고.” 5월 11일 심야에 통화한 박제민씨의 말이다. 그는 서울 중구 소파로 23번지에 있는 ‘남산돈가스’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1992년 처음 ‘남산돈까스’라는 상호로 운영하기 시작했을 때가 서른다섯 살이었다고 했으니 현재 60대 중반이다. 30년 가까이 쌓인 원망이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여러분이 알고 있는 ‘남산돈까스’는 다 거짓말!’ 유튜버 빅페이스의 영상 제목이다. 영상은 박씨의 주장에 근거한다. 5월 9일 등록한 이 영상은 5월 13일 현재 155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박씨의 주장에 따르면 1992년 ‘남산돈까스’라는 상호의 가게를 처음 연 것은 자신이었고, 오늘날 남산 주변 일대에 군락을 형성한 ‘남산돈까스’의 원조가 자신이 연 가게였다는 것이다. 1992년 열었던 가게 자리(103-1번지)가 재건축에 들어가자 박씨 가게가 잘되는 걸 눈여겨보던 인근 101번지 건물주가 옮길 것을 제안했고, 그래서 임대차계약서를 쓰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게 화근이었다. 박씨의 주장에 따르면 애초의 건물주가 지분을 쪼개 상속하면서 분란이 벌어졌다. 미국에 살던 건물주의 막내아들 부부가 들어와 ‘남산돈까스’의 명성을 이용해 사업을 하면서 자신들이 쫓겨났다는 것. 그후 이들은 프랜차이즈화한 ‘101번지 남산돈까스’로 사업적 성공을 거뒀고, 박씨는 애초의 자리에서 1㎞가 넘는 곳에 다시 가게를 열어 2015년부터 영업 중이다.

박씨가 낸 가게가 원조라는 주장은 맞을까. 1992년 박재환씨가 연 ‘남산돈까스’라는 상호가 최초라는 것이 통설이다. “박재환이 아니라 박제환이에요. 제가 친동생 이름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자신이 먼저 돈가스를 팔기 시작했다는 증언은 엇갈린다. 인근의 강모씨나 작고한 차모씨, 김모씨 등도 자신이 원조라고 주장했다. 과거 언론보도를 찾아보면 남산돈까스가 뉴스키워드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그런데 당시 뉴스를 보면 남산돈까스를 택시기사들 사이에 알려진 기사식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보통 대중교통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가성비가 좋다고 소문난 곳에 택시기사들이 몰린다. 여기에 외식문화 붐이 결합해 남산돈까스라는 대중 브랜드가 탄생한 것이다.

아무튼 박씨의 주장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면서 ‘101번지 남산돈까스’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한 프랜차이즈 대표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2차에 걸쳐 해명 글을 올렸지만, 박씨가 내걸었던 ‘since1992’ 등의 표시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운영한 점, 박씨 측과 맺은 계약이 영업위탁계약이 아니라는 점 등에 대한 의혹이 쏟아져 나오면서 ‘장사가 잘되니 건물주가 영업장을 뺏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101번지 남산돈까스’ 측은 “세입자가 갑자기 나가게 돼서 어쩔 수 없이 가게를 맡아 현재까지 운영하게 됐을 뿐”이라며 “박씨가 너무 억지를 부리고 있어 자신들이 사실이 다르다고 주장한들 논란만 커질 것 같아 고소장 접수 후 최종적인 입장을 다시 정리해 밝히겠다”고 답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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