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반려견 훔쳐 분양했던 동물보호단체의 근황?

정용인 기자
2021.05.10

“프랑스의 한 동물단체가 노숙인이 키우는 강아지는 불쌍할 것이라며 단체로 몰려와 노숙인 강아지를 훔쳐 달아남. 평소에 강아지를 엄청 아꼈던 노숙인은 울부짖으면서 제발 이러지 말라고 쫓아다녔음. 바로 다음 날 저 동물단체 페이스북에 강아지 한마리를 175유로에 분양한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어제 훔친 그 강아지임. 시민·경찰한테 욕 처먹고 결국은 다시 돌려줌.”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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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움짤’에 붙은 사건 요약이다. 노숙인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달라붙어 애걸하고 있지만, 남녀가 강아지를 빼앗아 안고 노숙인을 저지한다. 그 틈에 또 다른 사람이 강아지를 넘겨받아 달아난다. 움짤과 함께 제시된 것은 페이스북 게시물 캡처다. 이 동물보호단체가 게시한 강아지 사진이다.

사건은 2015년 9월 19일, 그러니까 6년 전 벌어진 사건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사건이 벌어진 당시에도 꽤 논란이 됐다. 위 요약 글은 대체로 맞다. 사소한 팩트를 정정한다면 시민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단체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해당 게시글은 꿋꿋이 남아 있다. 단체 측은 어떻게 주장했을까. 일단 개의 이름을 ‘자신들의 신념을 기억하기 위한 이름’으로 비건(Vegan)으로 바꿨다(나중에 외국 누리꾼들이 원래 주인인 노숙인으로부터 확인한 강아지의 이름은 ‘린다(Linda)’였다). 단체 측은 강아지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행동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정리한 당시 보도를 보면 단체 측은 “노숙인이 그 강아지를 ‘구걸’에 이용했고, 강아지는 약에 취해 눈이 풀려 비틀거리며 돌아다니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찾아온 누리꾼 인터뷰에서 이 노숙인은 강아지가 자기 소유라는 증명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 측은 노숙인이 강아지 소유자라는 증명서는 날조된 것이라고 반박한 모양이다. 아무튼 단체가 ‘입양비’로 130£(파운드스털링)를 받았고, 한때 강아지는 프랑스 북부 와티니 공동체의 한 가정에 맡겨졌다.

결국 경찰이 나서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단체 대표는 경찰에 출석해 위의 주장을 되풀이한 모양이지만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비건’은 노숙인에게 돌아가 원래의 이름 ‘린다’를 되찾았다. 그후? 유튜브나 트위터 등 여러 SNS 매체를 통해 국제적 관심을 받은 탓에 노숙인과 강아지의 안정적 삶을 위한 후원이 전 세계에서 답지했고, 그해 12월 린다를 데리고 산책하는 노숙인의 사진이 공개됐다. 나름 해피엔딩이다. 그 동물보호단체는 어떻게 됐을까.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사건으로 욕하는 e메일을 받는다.” 2년 뒤 <개도둑의 신념>이라는 자서전을 출판한 단체 대표가 언론인터뷰에서 밝힌 소회다. 웹사이트는 폐쇄됐지만 페이스북에서 동물구조·입양 활동은 여전하다. 단체의 페이스북에 가장 최근에 달린 댓글은 4월 28일 한 누리꾼이 남긴 “홈리스 강아지 도둑놈들(Homeless abusing puppy thieves)”이라는 비난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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