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생태계 자원량 보존 위해 양식은 필요”

이하늬 기자
2021.05.17

제주수산연구소 미래양식센터 박진우·조정현 연구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3년 양식생산량이 어획생산량을 넘어섰다. 이후 어획생산량은 오르내렸지만 양식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양식생물 종류도 다양해졌다. 한국에서는 김, 전복, 광어, 넙치 등에 이어 최근에는 참다랑어와 방어 양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진우 연구사(왼쪽)와 조정현 연구사가 제주수산연구소 미래양식센터에서 어류의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 이하늬 기자

박진우 연구사(왼쪽)와 조정현 연구사가 제주수산연구소 미래양식센터에서 어류의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 이하늬 기자

성공적인 양식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 씨앗만 뿌려둔다고 농사가 되는 게 아니듯, 새끼 물고기(자어)만 풀어둔다고 양식이 되는 게 아니다. 번식, 영양, 생리, 질병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 이런 연구는 양식을 하는 어민은 물론이고 국민의 안전한 식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위미시험포의 박진우 연구사(39)는 ‘어류번식생리학’ 전공이다. 물고기가 좋아하는 환경을 조성해 산란이 가능하게 하는 등의 일을 한다. 물고기가 태어나면 같은 연구소의 조정현 연구사(33)가 분주해진다. 그는 어린 물고기가 어미로 자라는 동안 어느 시기에 어떤 영양소가 어류를 건강하게 하는지 등을 연구한다.

지난 5월 3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위미시험포에서 연구사를 만났다.

-제주수산연구소 위미시험포는 어떤 연구를 하는 곳인가.

“안정적인 양식산업을 위해 산란부터 성장, 양성 및 어미 관리 등 양식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대표적으로 참다랑어와 방어를 포함한 18종, 1만여마리 양식생물의 종 보존, 관리 및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한 연구를 한다. 종 보존이라고 하면 마치 없어지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데 그런 건 아니다. 우리 바다에 사는 다양한 어류에 대한 연구를 한다.”

-양식생물연구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나. 양어장처럼 물고기를 직접 키우는 건가.

“그냥 키우는 게 아니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번식, 영양, 생리, 질병에 관한 연구가 진행된다. 일상적으로는 어류의 리듬에 맞춰서 생활한다고 보면 된다. 주말에 어류가 쉬는 건 아니니까(웃음). 질병이나 폐사 우려도 있기 때문에 1년 내내 쉬지 않고 돌본다.”

-인공적인 환경에서 물고기가 어떻게 번식을 하나.

박진우 “어류마다 산란하는 시기가 다르고 좋아하는 환경도 다르다. 1년에 1회 산란하는 어류도 있고, 여러 번 산란하는 어류도 있다. 그냥 산란하는 게 아니라 수온이나 광주기(빛) 등 환경신호의 영향을 받아 산란한다.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어류는 산란 주기나 좋아하는 환경을 모르기 때문에 키워가면서 매달 성장(성숙) 및 호르몬 등을 조사하고 실험도 하면서 알아간다.”

-성전환을 하는 물고기도 있다고 들었다.

박진우 “예를 들어, 붉바리나 자바리 등 바리과 어류는 성전환을 한다. 암컷으로 태어났다가 일정기간이 지난 후 수컷으로 전환한다. 반대로 수컷으로 태어나 암컷으로 바뀌는 어류도 있다. 우럭으로 부르는 조피볼락은 난태생 어류로 알이 아니라 새끼를 낳는다. 이렇게 어류마다 다른 번식 방법을 갖고 있고 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니까 연구가 어려울 때도 있다.”

-태어난 이후 먹이는 어떻게 주는 건가.

조정현 “어류마다 초기 성장 속도가 다르고 선호하는 먹이가 다르다. 특히 참다랑어는 입맛이 매우 까다롭다. 선호하는 먹이가 아니면 차라리 굶어죽는 걸 택할 정도다. 이를 파악해 성장단계에 맞춘 먹이를 공급해야 영양 결핍이나 폐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보통 식물 플랑크톤에서 동물 플랑크톤, 작은 물고기, 큰 물고기 순서라고 생각하면 쉽다. 현재는 어류가 소화를 잘 시킬 수 있는 원료를 탐색해 비타민과 타우린과 같은 영양소를 첨가한 참다랑어용 건강사료를 개발하고 있다.”

-양식 중에서도 우리가 참치라고 부르는 참다랑어 양식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다.

“참다랑어 남획에 따른 자원 고갈로 1990년대부터 대양별 어획 쿼터(할당량)제가 도입되면서 어획량이 급속하게 줄었다. 2007~2008년 즈음 양식 연구를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기르는 참다랑어가 2015년 가두리, 2020년 육상수조에서 알을 낳아 7~8㎏까지 키웠으나 어미 크기까지는 키우지 못했다. 종자를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에서 참다랑어 알을 가지고 와 어린 참다랑어의 대량생산, 겨울나기(월동) 등의 연구를 했다. 세계적으로 참다랑어 완전양식에 성공한 사례는 1970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일본밖에 없으니까, 연구기간만 본다면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키운 참다랑어가 알을 낳고 그 새끼가 다시 어미가 될 때까지 잘 키우는 게 목표다. 현재 제주수산연구소의 육상수조에서는 자연산 참다랑어 어미 후보군으로 2세어, 4세어 참다랑어를 키우고 있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양식 중인 참다랑어 / 수과원 제공

가두리 양식장에서 양식 중인 참다랑어 / 수과원 제공

-참다랑어를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다.

박진우 “모든 양식이 그렇지만 물이랑 사료만 준다고 크는 게 아니다. 양식을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연구가 수행돼야 하는데 참다랑어는 대형어종으로 다루기가 쉽지 않다. 또 알을 낳게 하기 위해서는 수온도 조절해야 하고 빛, 수조 크기 등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도 제주도가 타 지역보다 수온이 높기 때문에 도움을 받고 있다.”

조정현 “참다랑어는 육식성 어종이며, 어릴 때 공식(동물이 같은 종의 다른 개체를 먹는 현상)을 한다.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개체를 공격하기도 하고 성장이 매우 빨라 사육밀도가 높으면 자신의 영역을 어느 정도 확보하기 위해 서로 공격한다. 밀도 조절도 상당히 중요하다.”

-환경조건과 밀도에 민감하고 덩치까지 커서 인프라도 중요할 것 같다.

“그래서 참다랑어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형 사육 시설이 필요하다. 행동적인 특성 때문에도 공간이 넓어야 한다. 다랑어는 어릴 때 꼬리지느러미가 제일 먼저 발달해 엄청나게 빠르다. 그런데 방향전환을 제대로 못 해 충돌로 인해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있다. 성장 후에는 시속 80㎞로 유영이 가능하다. 직경이 25m, 깊이 7m 수조에 60~100㎏급 참다랑어 27마리만 사육하고 있다. 참돔 등 다른 어류 같으며 몇천에서 몇만마리도 사육이 가능한 크기다.”

-다른 어류들은 잡아 실험하면서 특성을 알아나가기도 하는데, 참다랑어는 실험이 가능한가.

“참다랑어는 외부자극에 민감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수조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특히 어미는 덩치가 100㎏이 넘어 성숙·산란 특성을 연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 참다랑어를 양식하는 민간업체 3곳이 있다. 그쪽과 협력해 참다랑어를 출하할 때, 우리가 가서 내장이나 생식소 등을 확보해 실험하고 번식 주기 등을 간접적으로 연구한다. 그리고 해외에서 이미 연구가 된 내용을 정리하고 분석해 적용해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걸 먹였더니 성장이 좋다, 어떤 환경을 좋아하더라 등 다양한 연구사례를 적용해보고 실제 그런지 살펴본다.”

-양식이 해양생태계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시대다. 세계적으로 양식량이 어획량을 추월한 지 한참 됐다. 참다랑어나 방어등 자원량 감소를 막기 위해 일정 크기 이하 개체는 포획을 금지한다. 자연에서 얻는 생산량만으로 수요를 맞추기 위해 기준들을 무시하고 잡아버리면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어류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 생태계의 자원량을 보존한다는 측면에서도 양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듣다 보니 양식 연구가 쉬운 게 아니다.

“양식이 잘 키우는 걸 넘어서 안전성과도 연결돼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일본산 수산물을 안 먹지 않나? 연구를 하고 이를 기반으로 깨끗한 환경에서 양식을 하게 되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로 이어진다. 이런 부분도 양식 안에 포함된 개념이다.”

-참다랑어 연구를 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참다랑어는 근래에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어종이고, 새끼에서 어미까지 양성기간도 5년 이상이나 걸리는 대형어종이다. 단기간에 많은 연구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다. 더 많은 경험과 비교 데이터가 필요하다. 또한 참다랑어를 연구하고 있는 대학 및 연구기관이 다른 어종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다. 많은 연구진이 참다랑어에 관심을 가져 활발한 연구 활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식이 잘 키우는 걸 넘어서 안전성과도 연결돼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일본산 수산물을 안 먹지 않나? 센터에서 연구를 하고 이를 기반으로 깨끗한 환경에서 양식을 하게 되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로 이어진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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