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이준수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사

이하늬 기자
2021.05.03

“2100년 한국의 수온 4~6도까지 상승”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됐음에도 지구온난화 속도는 빨라졌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시적으로 줄었음에도 대기농도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난 4월 19일(제네바 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준수 연구사가 3월 29일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수과원 제공

이준수 연구사가 3월 29일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수과원 제공

바다는 이산화탄소의 23%를 흡수해 기후변화를 ‘그나마’ 늦추는 저장고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흡수로 바다는 산성화되고 있고 수온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준수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사(45)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 없이 지금 수준으로 이어진다면 2100년 한국의 수온은 4~6도까지 상승한다”고 예측했다. 지난 50년간 세계 평균 수온은 약 0.5도 상승했다.

이 연구사는 2006년 일본 수산총합연구센터 중앙수산연구소를 시작으로 16년째 바다의 기후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2016~2019년에는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 자료교환기술위원회 의장을 맡아 해양 자료관리 정책을 처음으로 만들기도 했다. 지난 3월 29일 부산 수과원 본원에서 이 연구사를 만났다.

-수산 분야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을 담당하고 있다. 무슨 연구를 하는 것인가.

“크게 관측과 예측으로 나뉜다. 관측부이(물 위의 일정한 위치에 설치된 부표)를 통해 수온·염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홈페이지와 앱(수온 정보 서비스)을 통해 제공한다. 수과원에서 운영하는 관측부이는 32개이고, 기상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설치한 것을 연계하면 총 120개다. 관측된 정보로 예측 시스템에 입력해 예측 서비스도 제공한다. 날씨 앱처럼 생각하면 쉽다. 어민들과 해양스포츠 하는 분들은 열심히 본다.”

-배 타고 나가 관측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배 타고 나가서 관측하는 게 기본이다(웃음). 바다는 육상과 달리 관측이 힘들다.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다. 요즘에는 새로운 관측 기술·장비가 많이 도입됐다. 먼바다는 무인관측장비나 수중글라이더 등을 활용한다. 위성을 통해 지시를 내리면 장비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데이터를 날려준다. 웨이브글라이더는 파도의 힘으로 움직이는 장비다. 이 장비도 원하는 위치로 보내서 관측을 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게 수온이다.

“우리 바다는 지난 50년간 약 1.2도 상승했다. 이 수치만 들으면 별로 심각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세계 평균은 0.5도다. 우리 바다는 찬물과 따뜻한 물이 만나는 경계해역에 있다. 따뜻한 물은 대마난류 영향을 받는데, 대마난류의 수온 자체가 상승하고 있다. 서해는 수심이 낮아 수온이 대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중국이 산업화하면서 대기 기온이 높아졌고, 이것이 서해 수온에 영향을 준다.”

-수온이 올라가면 어떤 일이 생기나.

“우리 바다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명태가 안 잡히고 있다. 다 러시아 등 해외에서 수입한다. 한류성 어종이 살기 힘든 바다가 됐다. 여름에 고수온이 발생하면 양식 바다 생물은 죽기도 한다. 2018년 여름 고수온으로 605억원에 이르는 양식 생물이 폐사했다. 문제는 수온이 높아질수록 여름철 고수온 발생이 더 쉬운 조건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이런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기후변화 때문에 바다가 산성화돼가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물속에서의 농도도 높아진다. 농도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이동하면서 값을 일정하게 맞추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는 물속에서 물 분자와 결합해 수소이온을 만든다. 콜라를 생각하면 쉽다. 콜라가 치아를 녹인다는 말을 한다. 바닷물이 산성화되면 외골격이 탄산칼슘 성분으로 된 조개, 새우, 게, 바닷가재 등이 껍질을 만들기가 힘들어진다.”

지난 2018년 7월 전남 함평군 함평읍 해상 양식장에서 고수온으로 집단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돌돔 사체가 떠올라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8년 7월 전남 함평군 함평읍 해상 양식장에서 고수온으로 집단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돌돔 사체가 떠올라 있다. / 연합뉴스

-이런저런 수치를 보면 기후변화의 속도가 몸소 느껴질 것 같다.

“전 세계 평균기온을 구해 어느 해가 가장 더웠는지를 계산한 결과를 보면 1880년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140년 동안 가장 더웠던 상위 10위가 모두 2000년 이후다. 특히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개 연도가 모두 10위 안에 들어간다. 2016년이 1위, 2020년이 2위였다. 2015년 이후가 1~2위를 차지한 것이다. 확실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지난해에 별로 덥지 않았다. 지구온난화면 겨울은 따뜻해지고 여름은 더워지는 것 아닌가.

“보통 그렇게 생각하는데 한국은 온탕·냉탕을 오가는 기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북극의 영향을 받는 중위도권에 위치한다. 북극의 찬 공기는 바깥쪽이랑 차이가 많이 나니까 오히려 묶여 있다. 이를 묶어두는 것이 ‘제트기류’다. 그런데 지구가 더워지면서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북극 한파가 한국으로 오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북극 한파가 유럽으로 가느냐 아시아로 오느냐에 따라 추운 겨울, 따뜻한 겨울이 결정된다. 널뛰기가 심해지는 상황인 셈이다.”

-해양 관측만 하는 게 아니라 예측도 한다.

“예측을 위해서는 과거 재현을 먼저 한다. 과거 환경의 기온, 바람, 증발, 해류 등의 조건을 수치모델에 넣어 결과(미래값)를 예측한다. 요즘에는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인공지능에 많은 관측값을 줘 학습(딥러닝)을 시킨다. 이렇게 두개 트랙으로 굴리면서 종합적인 판단은 사람이 한다. 최적의 예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2006년부터 해양예측 연구를 했다. 인상에 남은 일을 꼽는다면.

“한국에서 해양 관측·연구 시작의 주된 목적은 수산자원 관리와 해류 파악이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물고기를 많이 잡기 위해 바다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게 100년 전이다. 그런 자료들이 책자로만 남아 있어 일반인이 활용하기 어려웠다. 2012년 한국해양자료센터를 담당·운영하면서 1960년대 이전 자료를 디지털화해 검색 가능한 자료로 만들었다. 해양 연구하는 사람들이 참조하는 자료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어린시절 할머니네 집 앞이 바다였다. 마당 유자나무에 유자가 엄청나게 많이 열렸다. 1980년대 말에 간척사업을 해서 바다가 땅이 됐다. 이후로는 유자가 하나도 안 열렸다. 기후가 바뀐 거다. 유자는 보통 제주도나 완도, 바닷바람 받는 곳에서 키운다. 이건 약간의 계기가 됐고, 바다를 보면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왜 여기는 물이 차가운지, 왜 이런 해류가 있는지 궁금했다. 바다를 보면 신기하고 궁금하지 않나(웃음).”

-해양기후모델을 활용한 우리 바다의 미래는 어떤가.

“2100년까지 시나리오별로 예측을 했다. 온실가스 배출이 어느 정도 준다면, 우리 바다 수온이 2~3도 정도 높아진다. 아열대화돼가고 있는 바다다. 감축이 안 되고 지금 같은 상태로 이어진다면 수온은 4~6도까지 상승한다. 아열대 바다가 되는 거다(아열대화가 나쁜 건가). 아열대화 바다에는 맹독성 생물들이 많이 산다. 작은상자해파리나 파란고리문어 등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은 갈수록 중요해지는 분야다. 연구하면서 미흡하거나 한계를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

“한국은 실시간 시스템을 갖췄고, 그에 대한 대응도 잘한다. 특보 체계를 갖추고 정부, 지자체, 어민들이 협력해 대응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기후변화 관련 연구개발 인력은 많이 부족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예측모델을 만드는 건 돈이 안 되는 분야다. 프로그래밍 잘하는 친구들은 주로 IT 업계 쪽으로 가니까 우수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신분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연구인력이 확충돼야 한다. 동시에 기후변화는 연구자 한명,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려는 여러 노력이 있지만, 결국은 전 세계가 힘을 합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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