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피할 수 없는 환경독소, 생존방법은

류호성 연세이너힐의원 원장
2021.03.15

얼마 전 TV 9시뉴스에서 팝스(POPS)가 치매를 유발한다는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팝스는 잔류성 유기물질을 뜻하는데, 자연환경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생태계의 먹이사슬 상위 단계로 갈수록 축적돼 면역체계 교란, 중추신경계 손상 등을 초래하는 유해물질이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팝스는 지방에 잘 녹는다. 주로 인체 지방조직에 있다가 조금씩 빠져나와 혈액 내 콜레스테롤과 함께 혈관 속을 돌아다니다 각종 주요 장기에 도달한다. 문제는 우리 몸속 세포의 가장 바깥을 이루는 세포막이 지질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지용성인 팝스는 세포막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포 내로 들어온 팝스 중 대표적인 것들이 석유 유기물로부터 합성된다. 석유 유기물은 우리 인체 내 호르몬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비슷한 화학 구조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세포는 팝스가 우리 몸에서 온 물질인지 외부에서 온 물질인지 헷갈리기 쉽다. 호르몬교란물질, 또는 환경호르몬이라고 하는 이유다. 현재는 사용이 금지된 머릿니약으로 뿌려대던 DDT, 유기염소를 포함하는 농약(살충제·제초제), 윤활제, 절연제, 고엽제, 다이옥신 등이 팝스에 해당한다.

농약은 농산물과 토양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비를 통해 강과 바다로 흘러가 각종 해산물에 농축된다. 우리가 버리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쓰레기를 태울 때 나오는 다이옥신은 대기를 오염시키고, 우리는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암에 걸릴 수 있다.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독성 나타나

또 다른 팝스인 비스페놀에이는 각종 플라스틱 음료수병, 영수증잉크 등 여러 플라스틱제품 제조 시에 사용된다. 목이 말라 음료수를 사면서 카드 포인트 받고, 영수증 챙기려다 팝스에 오염될 수 있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팝스는 우리 생활 곳곳에 널려 있고, 우리 몸은 팝스에 오염되기 쉽다.

환경호르몬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르게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독성학에서 독이란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독성이 크다는 패러다임에서 출발한다. 그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 허용기준치다. 그런데 팝스 같은 환경호르몬의 특징 중 저용량 반응이 있다. 양이 많을수록 독성이 심해지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의 낮은 농도 범위 이내에서는 농도가 높을수록 독성이 증가하지만, 일정 수준의 농도를 넘어서게 되면 오히려 문제가 나타날 위험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인체 내 갑상선호르몬, 성호르몬, 스트레스호르몬(코르티솔) 등도 이러한 저용량 반응과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허용기준치에 관한 얘기다. 화학물질 노출규제에 대해서 국제적으로 허용기준치를 정하고 있다. 노출허용기준을 정할 때 과학적인 근거를 기준으로 삼지만, 거기에는 허점이 있다. 실제 생활환경에서 경험하고 있는 화학물질 노출 방식과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실험실 내 노출 방식은 다르다. 어떤 화학물질에 대한 허용기준을 정할 때 현실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단 하나의 화학물질만을 실험해 그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의 화학물질만 사용하면서 살고 있던가? 적절한 비유는 아닐지 모르나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에게 하는 비유가 있다. “맥주 1숟가락 마시고 운전하라면 하겠지요? 그러나 맥주 1숟가락, 소주 1숟가락, 위스키 1숟가락, 포도주 1숟가락, 고량주 1숟가락 마시고 운전하라면 어떻겠습니까?”

생태계에 축적돼 있는 팝스를 피할 방법은 없다. 몸속으로 들어오는 팝스를 막기 어렵다면 이의 해결책의 첫 번째는 이미 들어온 팝스의 배출이 더 잘되도록 하는 게 최선책이다.

지용성인 팝스는 소변으로 나가기 어렵다. 담즙과 대변으로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담즙과 함께 배출된 팝스는 장간순환시스템을 통해 다시 몸 안으로 들어온다. 하루에 생산되는 담즙이 1ℓ 정도 되는데 95% 정도가 소장 끝에서 재흡수되기 때문이다. 몸 안으로 다시 들어오는 걸 막으려면 물에 녹지 않는 식이섬유를 많이 먹는 것이다. 식이섬유를 많이 먹으면 수분을 끌어들여 대변의 양을 늘리고, 부피가 늘어난 대변이 장을 자극해 배변이 쉬워진다. 물에 녹지 않는 식이섬유로는 현미를 포함한 통곡물을 추천한다. 그리고 담즙과 함께 팝스 배출을 잘하려면 간식을 자주 먹어서는 안 된다. 농축된 담즙이 한 번에 잘 나오도록 하루 16시간 정도 금식 후 식사하는 간헐적 단식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당뇨 등 만성 기저질환이 있다면 의사와 미리 상의하는 게 좋겠다.

토마토, 마늘 그리고 30분 걷기

두 번째는 피토케미컬을 이용하는 것이다. 레스베라트롤(포도씨), 리코펜(토마토), 베라카로틴(호박), 커큐민(강황) 등 수많은 식물영양소인 피토케미컬은 일정 수준의 체내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킴으로써 우리 면역계를 단련시킨다. 운동을 통한 근육의 스트레스는 근육세포의 미세손상을 일으킨다. 손상 후 근육세포재생을 통해 근육이 더 튼튼해지는데, 피토케미컬을 통해 우리 면역시스템을 자극해 단련하게 되면, 해독을 포함한 면역력이 강해질 수 있다.

세 번째는 해독을 위한 글루타싸이온 생성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 몸에 들어온 이물질들은 거의 간에서 해독반응을 통해 제거된다. 이때 동원되는 것이 글루타싸이온이다. 글루타싸이온은 건강보충제로 많이 나와 있지만, 경구용 영양제는 거의 다 소화관에서 분해돼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병원에서 혈관으로 글루타싸이온 주사제를 맞으면 효과가 좋겠지만, 매번 병원을 방문하기 힘들 경우, 글루타싸이온의 재료가 되는 훌륭한 해독식품을 선택할 수 있다.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마늘, 부추, 홍고추, 양배추, 현미, 다양한 씨앗 종류를 추천한다.

류호성 원장

류호성 원장

마지막으로 림프순환과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다. 림프관은 모든 체내 노폐물의 배수구이자 면역세포의 통로이다. 주된 림프관은 근육을 싸고 있는 근막위에 존재한다. 운동 부족은 근육과긴장으로 이어지고 곧 통증이 생기기 쉽다. 근육의 과긴장상태는 림프관을 압박하게 되고 그로 인해 팝스의 배출이 더뎌진다. 림프순환을 돕는 방법은 30분 걷기운동, 스트레칭, 사우나·반신욕 그리고 복식호흡이 있다.

팝스로 대표되는 환경호르몬, 환경독소는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 몸속 치유능력을 높이는 것이 살길이다. 해독능력과 노폐물을 배출하는 림프순환시스템을 살리기 위해서는 매일 기상 시에 10분 스트레칭을 하고, 출근하면 3층 정도는 걸어가고, 반신욕이나 족욕, 사우나와 함께 채소를 많이 먹는 생활습관 개선이 팝스뿐 아니라 만성질환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류호성 연세이너힐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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