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누수증후군-내 피부가 안 좋은 건 뿡뿡이 때문이라고?

류호성 연세이너힐의원 원장
2021.02.22

김피부씨(가명·35)는 고2 무렵부터 피부가 가렵기 시작했다. 서른이 넘어서도 가려워 여기저기 긁었더니 상처가 나 여름에도 남들처럼 반소매 티셔츠를 입을 수가 없었다. 동네 피부과는 물론이고 대학병원, 한의원 등 알레르기 피부질환으로 유명한 병원은 다 다녀봤다. 처음에는 차도가 있는 듯했지만 결국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요즘에는 가려움증 때문에 잠도 설친다. 하루종일 피곤하고 멍하다.

일러스트/김상민기자

일러스트/김상민기자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지만 김씨는 어릴 때부터 자주 체했고 가스가 찼다. 가족들은 김씨를 ‘뿡뿡이’라고 불렀다. 설사는 아니지만 화장실에 가면 묽은 변이 나올 때도 종종 있었다. 정기건강검진에서 큰 병은 확인되지 않았다.

잦은 재발과 다양한 증상

그러던 중 TV에서 ‘장누수증후군’ 때문에 만성 피부질환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진료실을 찾았다. 혈액검사와 기능검진 결과, 장누수증후군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아침마다 먹는 샌드위치에 포함된 글루텐이 장누수를 유발하는 듯했다. 뿐만 아니라 위산저하 소견도 보였는데, 원인은 자율신경계 부전 때문이었다. 김씨는 중고등학생 시절 때부터 구부정한 자세 때문에 타박을 많이 받았다. 성인이 돼서는 웹디자인을 하기 때문에 주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작업한다.

진단 결과, 글루텐으로 인한 장누수증후군, 척추 불균형으로 인한 자율신경 부전, 그로 인한 위산 저하와 장내 미생물 불균형, 최종적으로는 장누수증후군으로 이어져 염증 및 면역반응이 피부염까지 일으키게 된 것이었다.

장누수증후군은 글루텐이 많은 밀가루음식, 잦은 음주, 환경독소 때문에 장점막 융모세포 사이가 느슨해져 생겨난 틈으로 정상적으로는 들어와서는 안 되는 물질이 장벽 안으로 들어와 염증 및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장벽 아래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염증 및 면역반응물질들이 돌아다니면서 여러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피부염 치료약물로 개선이 안 되고 재발이 잦거나, 피부 증상 외에 소화기 증상, 수면장애, 심한 생리통 및 생리 전 기분 변화, 피로감, 만성 통증이 나타난다. 다양한 증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개별과에서 다루기가 힘들다. 잦은 설사, 묽은 변 증상은 소화기내과에서 진료하고, 피부질환은 피부과에서 그리고 심한 생리통은 산부인과에서, 수면문제는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다 보면 약은 과별로 3~4알씩 총 15알은 기본이 된다. 뿐만 아니라 약을 먹을 때만 잠시 좋아지거나, 모든 증상이 만성화되면서 환자는 자포자기하기 쉽다.

장누수증후군은 일반적인 소화기 약물로 치료가 어려울 때가 많다. 속쓰림이 있다고 하면 의사들은 십중팔구 위산분비억제제를 처방한다. 진통제를 처방할 때는 아예 루틴으로 같이 처방하기도 한다. 속쓰림은 위점막 손상을 의미하는 것일 뿐 위산과다 증상이 아닌데 의사도 환자도 위산을 줄여 치료한다는 프레임으로 처방·복용한다. 위는 위산을 잘 분비시켜 음식물을 분해할 뿐만아니라 나쁜 미생물도 살균하는 기능도 있다. 그런데 치료과정에서 그 기능을 방해하는 약물을 복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씨처럼 다양한 증상을 갖고 있으면서 만성 피부질환이 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간단하게 혼자 할 수 있는 자가치료법부터 소개한다.

일단 밀가루음식부터 끊어야

일단 밀가루음식부터 끊어보자. 밀가루를 쫄깃하게 만드는 글루텐 단백질은 장누수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그다음으로 술, 염증을 유발하기 쉬운 튀김음식, 즉석식품을 피하자. 즉석식품에는 방부제, 식품첨가물 같은 환경독소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근골격계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장기간 먹으면, 진통제와 함께 위장약도 줄이는 게 필요하다. 그 외에 잎채소를 포함한 다양한 색깔의 채소를 통해 식이섬유(유산균을 돕는 프리바이오틱스)와 플라보노이드(식물성 항산화제)를 보충하고, 유산균(5종 이상의 10억균주 이상 추천), 염증을 줄여주는 오메가3(EPA+DHA 1.5~2g 이상), 항산화 작용 및 콜라겐 합성을 돕는 비타민C(1000g 하루 3번)와 에너지 생산과 간 해독을 돕는 비타민B군, 면역향상을 위한 비타민D(2000~3000IU)를 보충하면 더 좋다.

마지막으로, 장기능 조절은 자율신경계가 담당한다. 자율신경계는 척추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바른 자세유지와 척추 근력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 사이 햇빛을 받으면서 30분 정도 빠른 걷기를 권한다. 비타민D 합성도 하면서 유산소운동, 척추근력운동, 멜라토닌합성을 도와주는 일석사조 활동이다.

류호성 원장

류호성 원장

장누수증후군 자가치료법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관련 전문의료기관에서 5R(또는 4R) 치료법을 고려해봐야 한다. 5R 치료는 미국 기능의학협회에서 추천하는 장면역치료프로그램이다. Remove(제거), Reinoculate(재접종), Replacement(보충), Repair(수리), Rebalance(재균형), 다섯개의 첫머리 R로 시작하는 단어를 뜻한다. 각각의 프로그램마다 항생제, 유산균, 점막재생제, 소화제, 자율신경 치료 등의 다양한 치료법이 동원된다.

김씨는 피부 증상이 심하고,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 자가치료보다는 5R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됐다. 국소스테로이드나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을 낮춰주는 증상완화제로만 사용하고, 근본 원인인 장누수증후군을 치료한 것이다. 치료한 지 1주 만에 이렇게 장이 편안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할 정도로 장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했고, 1개월 이후에는 피부홍반, 가려움도 거의 없어져 치료를 종결했다.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만성 또는 재발성 피부질환이 있거나, 피부뿐 아니라 소화기 증상이나 우울, 불안, 수면장애 등 여러 증상이 동반된다면 장누수증후군을 의심해보자.

장누수증후군을 의심해볼 만한 자가진단법
1 잦은 복부 가스 참, 더부룩한 느낌,복통·복부 불편감
2 변비, 묽은 변
3 특정 음식물을 먹은 후 알레르기 반응
4 특정 음식물을 먹은 후 컨디션이 나빠짐
5 비염이나 천식
6 잦은 피부염(지루피부염, 아토피피부염,습진성 피부염, 건선 등)
(위 항목 중 2~3개 이상 증상 반복 시 장누수증후군1 의심)

<류호성 연세이너힐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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