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대금은 악이고 저리 대출은 선인가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2020.12.07

얼마 전 같은 날, 두 기사를 보았다. 첫 번째 기사는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연 360%의 폭리를 취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변제를 독촉한 20대 무등록 대부업자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는 내용이다. 이 대부업자는 200만원을 빌린 채무자의 나체 사진을 찍어 변제할 것을 협박하기도 했다. 두 번째 기사는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낮추기로 했고, 유력 대선후보인 정치인은 “일하지 않으면서 일하는 사람의 성과를 착취하는 고리대금업”이라면서 최고이자율 20%도 높으니 10%로 제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는 내용이다.

11월 16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 당정협의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 16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 당정협의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극악무도한 불법 대부업자를 욕하고 1년의 징역이 솜방망이 처벌이라 비판하는 것은 쉽다. 고리대금업이 노동 없이 성과만 착취하는 것이라 비난하는 것도 쉽다. 그러나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모든 금융기관의 이자율은 그들이 감수한 위험에 따른 비용이다. 대부업체를 예로 들면, 모집수수료와 판관비, 대부업체가 다른 금융권에 돈을 빌리는 이자로 채권의 12%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즉 채무자의 조건을 감안할 때, 채무자가 돈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12%가 넘어 보인다면 대부업체는 그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최고이율이 20%가 된다면 8%, 그리고 일각의 주장에 따라 10%가 된다면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상적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이들은 우선 주변에서 돈을 빌린다. 그러다 갚지 못하면 돈을 받지 못한 이들은 또 법률 비용, 생활 자금 등을 위해 돈을 빌려야 하나 빌리지 못하는 악순환이 펼쳐진다. 이러다 어떤 이들은 불법 대부업자를 찾는다. 최고이율 제한은 이런 상황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아무리 엄히 처벌해도 수요가 있다면 공급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불법이라 대부 조건은 더 가혹할 것이다. 금주법이 마피아를 키웠듯, 너무 엄격한 이자제한법은 범죄 단체만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혹자는 ‘박정희 시대에도 최고이자율이 25%였다’고 이야기하지만, 당시는 사채가 성행했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최고이자율을 20%에서 36.5%까지 단번에 올렸다는 점도 또 다른 역사적 사실이다.

성매매, 마약, 도박이 그러하듯 법은 상호 합의하에 하는 행위, 수요와 공급에 따른 행위라 해도 사회 전체에 간접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금지하거나 처벌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제한은 섬세해야 한다. 우선 ‘계약 자유’라는 기본권 침해이기 때문이고, 금지만으로 모든 거래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인 규제는 결국 지하경제만 확대하고 법의 권위마저 떨어뜨린다.

돈이 필요한데 빌릴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최고이자율을 낮춘다고 고리대금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고리대금은 악이고 저리(低利) 대출은 선이라는 도덕론적 접근은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고리대금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시도에는 복지 확대, 사교육비 부담 경감,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 사람들이 급전이 필요한 상황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 선행되거나 병행되어야 한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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