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문양 도용 근절 나선 멕시코

박효재 산업부 기자
2020.11.30

멕시코 원주민 문양을 의상 디자인에 도용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이사벨 마랑이 사과했다. 마랑이 원주민 문양 도용 의혹을 제기한 멕시코 정부에 서한을 보내 “앞으로는 영감의 원천에 명시적으로 존경을 표하겠다”라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11월 18일(현지시간) 전했다. 하지만 에둘러 좋게 표현했을 뿐 표절로 수익을 올렸다는 비난이 거세다.

이사벨 마랑의 망토 디자인과 멕시코 원주민 푸레파차족 의상 고유 문양을 비교한 멕시코 매체 디아리오 프레젠테의 트위터 캡처

이사벨 마랑의 망토 디자인과 멕시코 원주민 푸레파차족 의상 고유 문양을 비교한 멕시코 매체 디아리오 프레젠테의 트위터 캡처

앞서 지난 11월 4일 알레한드라 프라우스토 멕시코 문화부 장관은 마랑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2020~2021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에 등장한 망토의 디자인을 지적했다. 프라우스토는 “어떤 이유로 집단의 소유물을 사유화했는지, 이런 사용이 (디자인을) 창조한 공동체에 어떤 이익이 되는지를 공개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마랑이 선보인 망토는 베이지색에 가로줄과 다양한 패턴이 구획별로 나뉘어 있다. 멕시코 중부 미초아칸주에 사는 푸레파차족 의상 문양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랑의 웹사이트에서 이 망토는 490유로(약 64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마랑은 멕시코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만약 푸레파차족과 멕시코에 무례를 범했다면 가장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주길 간청한다”고 적었다. 그는 멕시코를 디자이너들이 사랑하는 나라라고 부르면서, 앞으로 선보일 디자인 제품에서는 영감을 준 지역 원주민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겠다고 밝혔다.

마랑이 멕시코 지역 공동체 고유 문양을 도용했다며 비난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15년 산타마리아 틀라우이톨테페크 원주민 디자인을 무단으로 사용해 블라우스를 만들었다고 시인했다. 멕시코의 유명 가수 수사나 아르프가 해당 제품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 등에 올리며 지적하자 이에 대응한 것이다.

멕시코 정부가 이번에 마랑의 디자인 도용에 해명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다른 글로벌 패션업체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 프랑스의 에르메스, 스페인의 인트로피아와 자라, 아르헨티나의 랍소디아 등은 원주민 디자인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지목된다.

표절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들 글로벌 패션기업들은 디자인을 응용한 것일 뿐이라며 맞섰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지난해부터 디자인 도용 의심 사례에 대한 공식 해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의 유명 패션 브랜드인 캘로리나 헤레라가 멕시코 일부 지역의 전통 문양과 비즈 공예를 도용한 것 아니냐면서 구체적인 품목들을 지목한 것이 시작이었다.

멕시코 정부는 국립기관인 멕시코 인류학-역사연구소에 원주민 공동체가 대물림하고 있는 전통 디자인을 모두 등록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이를 근거로 무단으로 원주민 디자인을 가져다 쓰는 다국적 업체들을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박효재 산업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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