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동네책방의 몰락은 예고된 수순인가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
2020.11.09

서점을 이용할 때, 할인과 적립과 무료 배송은 독자로서 누려야 하는 보편적인 편의가 되어버렸다. 이를 제도화한 인터넷서점조차 광고와 낮은 입고가로 생존책을 구사할 때, 동네책방은 무엇으로 살 수 있을까.

“딩동! 고객님, 진심을 다하는 택배입니다. 고객님께서 주문하신 상품이 문 앞에 배송 완료했습니다. 이용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조진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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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2시 사무실에서 주문한 책이 저녁 8시 집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오늘도 야근이다. 난 아직 집으로 출발도 못 했는데, 택배는 이미 도착했다. 정가 1만3000원, 10% 할인을 받아서 1만1700원. 이 금액에 5% 적립금이 쌓였다. 택배는 당연히 무료. 하루 한 번씩, 눈에 띄는 책이 있을 때마다 한권씩 주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토요일 바깥나들이 삼아서 동네책방에 들렀다. 커피도 팔고 잠시 앉아서 쉴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책 중 한권밖에 없었다. 거기다 정가로 판매하고 있다. 다른 책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로 하고, 책 한권만 계산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할인해주는데, 정가를 다 받다니. 속고 사는 느낌이다. 또 올 일이 있을까 싶다. 집에 가는 길, 동네책방들이 도서정가제 개악에 반대한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도서정가제? 개악? 무슨 얘기지. 청와대 1인 시위도 한다니, 왜 하는 것일까.

한달 1150권 팔아야 유지할 수 있어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정가의 15퍼센트 이내에서 가격 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판매할 수 있다. 이 경우 가격 할인은 10퍼센트 이내로 하여야 한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는 정가대로 판매하여야 한다면서, 15% 이내에서 할인 판매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정가 판매를 말하는 것인지, 15% 할인 판매하는 것인지,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도서정가제’는 둘 다를 지칭한다.

법을 풀어서 설명하자면, 정가로 판매하여야 하지만 할인 판매할 수 있는 자는 15% 이내에서 할 수 있으나 가격 할인은 10%만 가능하니 5%는 경제상의 이익으로 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인터넷서점은 이 법을 활용해서 10% 할인과 5% 적립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1만 원이 넘으면 2500원 이상인 배송료도 부담하고 있다. 25% 할인에 해당한다. 총 40% 할인을 하는 셈이다. 동네책방은 대체로 정가로 판매하고 있다. 왜 동네책방은 할인을 하지 않고, 적립하지 않고 무료 배송도 하지 않는 것일까?

“책 저자에게 주는 비용이 대체로 책값의 10%이고, 여기에 종잇값과 인쇄비와 편집비 등 포함하면 책값의 40~60% 비용이 든다. 이 책이 도매상을 거쳐 책값의 평균 70% 금액으로 동네책방으로 온다.”

책의 정가가 1만3000원이라면, 동네책방에는 70% 금액인 9100원에 책이 들어온다. 이를 통상 입고가라고 부른다. 정가에서 입고가를 뺀 3900원의 이익으로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인건비를 충당해야 한다. 카드 수수료를 비롯해 운영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내야 한다. 책방이음을 예로 들자면, 임대료 300만원과 아르바이트비 100만원에 운영비 50만원까지 총 450만원이 월 최소 유지비용이다. 한달에 1150권을 팔아야 벌 수 있는 돈이다. 하루에 46권씩 25일 동안 판매할 때 가능하다. 물론 가능했다. 인터넷서점이 시장을 집어삼키기 전에는 말이다.

조진석 대표는 매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도서정가제 개악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조진석 제공

조진석 대표는 매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도서정가제 개악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조진석 제공

인터넷서점에서는 위에서 보듯이 40%까지 할인을 하고 있다. 동네책방에는 정가 판매를 하고 있다. 책을 구매한다면, 어디에서 사겠는가. 수많은 독자가 나날이 인터넷서점을 이용한 결과 대체로 70% 이상의 수익이 인터넷서점에서 나온다고 출판사에서는 이야기한다. 나머지 30% 이내의 수익이 도매상과 지역서점과 동네책방에서 발생한다. 당연히 출판사로 볼 때, 우선 판매처가 인터넷서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출판사의 살림이 좋아졌을까?

인터넷서점 요구에 지친 출판사

“언론과 독자들의 관심을 받은 뒤에 들어온 것이 광고였다. 엄청난 돈을 들여서 광고하지 않으니까, 얼마 뒤부터 독자들이 잘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사라졌다.”

인터넷서점엔 통상 정가의 60%에 출판사에서 책을 공급한다. 그런데 독자는 40% 할인해서 책을 사고 있다. 책으로는 인터넷서점조차 이익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인터넷서점은 광고로 수익을 만들고 있다.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광고를 파는 것이다. 그래서 출판사의 인터넷서점 매출이 높으면 높을수록 광고비 지출도 많아지는 것이다. 한때 광고비 지출이 많으면 수익도 높아졌다. 지금은 인터넷서점에 광고해도 책이 예전만큼 팔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동네책방처럼 70%에 책을 공급하기는커녕 60%보다 낮은 공급률을 인터넷서점에서 요구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출판사는 내몰렸다. 출판사는 이 공급률에 맞추려고 마른 수건을 짜는 심정으로 마케팅비와 편집비와 제작비와 심지어 저자의 인세까지 줄이기 시작했다.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이 사라집니다> 출판사에서 낸 책 제목이다. 도서 할인을 근거로 한 인터넷서점의 광고와 공급률 인하 요구에 이미 출판사는 지칠 만큼 지쳤다. 더 많은 할인 제도가 도입된다면, 출판사도 생존하기 어려워진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말이다. 이미 빨리 만든 책, 순식간에 팔리는 책 그리고 저렴한 인세가 수익을 내는 책의 조건이 되어버렸다.

책값은 항상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야 한다는 여론에 떠밀려 책 제작비는 30년 전이나 매한가지이다. 이렇다 보니 독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10% 할인은 인쇄, 편집, 영업 출판노동자의 월급을 줄여서 만든 혜택이고, 5% 적립은 저자의 인세와 마케팅비를 줄여서 만들고, 배송비는 서점에 떠안기면서 출판사는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서점을 이용할 때, 할인과 적립과 무료 배송은 독자로서 누려야 하는 보편적인 편의가 되어버렸다. 이를 제도화한 인터넷서점조차 광고와 낮은 입고가로 생존책을 구사할 때, 동네책방은 무엇으로 살 수 있을까. 동네책방, 책방이음의 죽음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자 너무도 당연한 결과이다. 미션 임파서블은 실화였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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