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유물 반환 촉구 ‘절도 퍼포먼스’

박효재 산업부 기자
2020.11.09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전시 작품을 아프리카 출신 사회운동가에게 도난당할 뻔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은 루브르박물관 전시 작품을 가져가려다 경찰에 체포됐던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활동가 에므리 음와줄루 디야반자가 10월 26일(현지시간) 석방됐다고 보도했다. 단순 절도라기보다는 과거 유럽의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의 의미가 강해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연간 1000만명 가까운 관람객이 찾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입구 / AFP연합뉴스

연간 1000만명 가까운 관람객이 찾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입구 / AFP연합뉴스

디야반자는 유럽 식민주의로부터 아프리카의 해방과 유산환수를 위해 노력하는 범아프리카 단체 ‘유니테 디그니테 커리지’의 대변인을 맡고 있다. 그는 이번 사건 전부터 단체 소속 활동가들과 함께 유럽 박물관을 돌며 아프라카에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들을 가져가려다 미수에 그쳤다. 그는 지난 6월에도 파리 케브랑리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을 가져가려 한 혐의로 기소돼 최근 1000유로(약 133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범행에 동행한 다른 활동가들도 250~1000유로의 벌금형에 처해졌지만 모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디야반자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 7월에는 마르세유박물관에 전시된 상아를, 9월에는 네덜란드박물관에서 조각상을 가져가려고 했다.

루브르박물관에 따르면 디야반자가 가져가려 한 작품은 프랑스가 18세기 인도네시아에서 들여온 조각상이다. 박물관은 직원이 도난을 막았고 작품에는 어떤 손상도 가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건 직후 고소장도 바로 접수했다고 밝혔는데 그 행위가 명백한 절도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디야반자는 전시 작품 탈취가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디야반자는 페이스북에 사건 동영상을 올리면서 유물을 훔치게 된 동기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루브르는 몇몇 사람이 그들에게 부여한 훔칠 권리와 사적인 이익을 취할 권리를 이용해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다”면서 “우리의 (전시 작품 절도) 미션이 실패했을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도둑들에게 우리 것을 돌려달라고 허락을 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디야반자 측은 이번에 아프리카가 아닌 인도네시아 미술품을 가져가려 한 것도 미술품 환수 문제가 비단 프랑스와 아프리카 사이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으로만 따져도 최소 9만점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케브랑리박물관 홀로 약 7만점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디야반자가 속한 유니테 디그니테 커리지는 프랑스 정부가 아프리카 미술품을 본국에 송환하도록 압력을 넣는 데 집중해왔다. 디야반자 측은 이번 루브르박물관의 즉각적인 사법처리 요구 조치에는 아프리카 미술품 환수 논의가 앞으로 프랑스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CNN은 이번 사건이 유럽의 문화기관에 식민지 시절 탈취한 예술품을 돌려주라는 요구가 거세지는 와중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디야반자는 10월 26일에 이어 오는 12월 3일 다시 법정에 서게 된다.

<박효재 산업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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