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후보 유세곡 승자는

박효재 산업부 기자
2020.11.02

11월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유세곡을 확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디스코 그룹 빌리지 피플이 1978년 발표한 ‘Y.M.C.A’를, 바이든 후보는 랩록퓨전 그룹 비스티 보이즈의 ‘사보타주(Sabotage)’를 골랐다. 어떤 곡이 대통령 당선으로 가는 길을 이끌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유세곡으로 고른 ‘Y.M.C.A’를 부른 빌리지 피플 / 빌리지피플 공식 홈페이지(사진 위)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 유세곡으로 고른 비스티 보이즈의 ‘사보타주’ 싱글 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유세곡으로 고른 ‘Y.M.C.A’를 부른 빌리지 피플 / 빌리지피플 공식 홈페이지(사진 위)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 유세곡으로 고른 비스티 보이즈의 ‘사보타주’ 싱글 표지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초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음성 판정을 받은 직후인 10월 12일 첫 유세에서 ‘Y.M.C.A’의 흥겨운 디스코 리듬에 맞춰 춤을 췄다. 주먹을 움켜쥐고 양손을 번갈아가며 앞뒤로 뻗는 그의 동작은 패러디돼 각종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오고 있다. 참모들마저 무대 뒤에서 곡의 알파벳을 몸으로 형상화하는 시그니처 동작을 선보이며 유세장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Y.M.C.A’ 선곡은 트럼프 대통령의 건재를 과시하고, 유세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이다. 올초 유세 때부터 지지자들이 빌리지 피플의 ‘마초맨’과 함께 자주 틀었던 곡이다. 지지자의 선호를 반영한 것으로 트럼프 캠프는 유세를 마무리할 때마다 이 곡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부적절한 선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댄스 퍼포먼스를 두고 코로나19 대유행, 경기침체, 인종갈등 고조 등 비참한 상황 속에서 보기 드문 경박한 순간을 연출했다고 비난했다. CNN 앵커 돈 레몬은 “트럼프는 코로나19로 숨진 21만5000명 미국인의 무덤 위에서 춤을 추며 즐거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Y.M.C.A’가 게이들의 성가로 떠받들어졌던 사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동성애 혐오를 일삼았던 점을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선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빌리지 피플은 본래 게이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콘셉트로 동성애 관객층을 노렸으나 흥겹고 대중적인 음악으로 빠르게 주류무대에 진입했다. 한편 트럼프 캠프가 록밴드 롤링스톤스 등 유명 뮤지션들로부터 퇴짜를 맞으면서 어쩔 수 없는 선곡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바이든 캠프의 선곡은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캠프는 지난 10월 18일 미국프로축구(NFL)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경기 중간에 내보낸 정치광고에서 ‘사보타주’를 선보였다. 비스티 보이즈가 자신의 곡을 정치광고에 넣도록 허락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사보타주’는 SF드라마 <스타 트렉>과 비디오 게임 ‘데스티니 2’에 삽입된 것이 전부다. 고인이 된 전 멤버 애덤 호로비츠는 유언장에 밴드의 어떤 곡도 광고에 쓰이지 말게 해달라고 썼다. 바이든 캠프는 언론 인터뷰에서 “비스티 보이즈가 선거의 중요성 때문에 곡 사용을 그 자리에서 허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곡이 흘러나오는 정치광고는 경합주인 미시간주를 배경으로 트럼프 정부 실정을 비판했다. 영상에서는 지역의 유명 라이브 공연클럽 주인이 등장해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한다. 그는 “최근 가게가 텅 비었다. 이게 바로 트럼프의 경제다. 나는 너무 화가 난다”며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효재 산업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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